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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제주도 지나 부산으로 북상 중

Real Estate - 제주도 지나 부산으로 북상 중

중국인 소유 제주도 땅 여의도 면적 … 부산 ‘엘시티’ 중국인에게 분양 계획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백통그룹 제주리조트. 제주 곳곳에 중국 자본의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다.



4년 전만 해도 3.3㎡당 10만원 이하에 살 수 있었던 제주도 서귀포시 일대 토지는 최근 가격이 30만~40만원대로 뛰었다. 풍광이 좋은 해안가 땅은 3.3㎡당 100만~200만원을 호가한다. 땅값이 크게 올랐지만 매수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수자가 줄을 섰기 때문이다.

2012년 제주도 토지거래량은 4만1997필지, 6960만㎡에 달했다. 2011년의 3만6613필지, 5333만6000㎡에 비해 필지 수로는 14.1%, 면적은 30.5%나 급증했다. 제주도 토지 거래량이 이처럼 급증한 데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땅 매입이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제주지역 토지는 1087만3000㎡(1만873㎢)로 집계됐다. 이는 제주도 면적(1848.4㎢)의 0.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중 4분의 1 가량은 중국인 소유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중국인 소유의 제주도 토지 면적은 245만5422㎡에 달했다. 여의도(290만㎡) 면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인(368만1460㎡)에는 못 미쳤지만 2~3년 내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 땅에 대한 중국인들의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소유 제주도 토지 면적은 2007년 2만2000㎡에서 2010년에는 4만9000㎡으로 소폭 늘었다가 2011년 143만6000㎡, 2012년 192만9000㎡으로 5년 새 100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도입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오랜 침체에 빠진 국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영향력이 제주도에 국한돼 있지만 부산이나 인천·강원 등지로도 확산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개발사업지구 안에서 50만 달러 또는 5억원 이상의 콘도·별장 등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한 외국인과 가족이 거주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최초로 시행했다. 제도 시행 후 제주도가 지금까지 유치한 해외 자본은 906건, 5989억원에 이른다. 제주시 노형동 S공인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로 숙박 수요가 크게 늘면서 호텔·오피스텔 건립이 활발해진 것이 제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가장 큰 이유지만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부산·인천·강원·전남도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현재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제주도를 비롯해 부산·인천시와 강원·전남도 등 5곳이다. 2010년 2월 제주도가 처음 도입한 이후 2011년 2월 강원 평창 알펜시아, 2011년 8월 전남 여수, 2011년 11월 인천 영종도가 신규 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 해운대 일부 지역이 추가됐다.

정부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하면서 지자체별로 투자 기준금액에 차이를 뒀다. 제주와 전남 여수는 5억원, 부산 해운대는 7억원, 강원 평창은 10억원, 인천 영종지구는 15억원이다. 제도 도입 후 해외 자본의 투자가 제주도로만 몰리자 정부는 지난해 4월 다른 지역의 기준 투자금액을 낮췄다. 이에 따라 강원 평창은 5억원, 인천 영종지구는 7억원으로 바뀌었다.

해외 자본 투자가 집중된 제주도는 과열 양상을 우려해 오히려 기준 투자금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격한 중국인 유입을 막아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1인당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고, 영주권 투자자 수를 제주 인구 60만명의 1%인 6000명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지역을 제주 전역에서 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 사업 등 이미 개발이 승인된 일부 지역으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규제 강화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지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이끌고 관광객 증가와 해외 자본 유치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로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은 가히 폭발적이다. 2009년 당시 25만8414명의 중국인들이 제주를 찾았는데,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된 2010년에는 두 배 수준인 40만6164명이 방문했다. 지난해는 2012년보다 67% 이상 증가한 181만1869명이 제주를 찾았다.

경제 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일종의 ‘별장’을 구입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관광객으로 두어 차례 방문했다가 아예 리조트 콘도미니엄을 사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라온레저개발이 제주시 한림면에 지은 ‘라온프라이빗’ 골프텔은 총 934가구 중430가구를 외국인에게 판매했는데, 이 중 85% 가량이 중국인들이 사들였을 정도다. 제주도 내에는 투자이민제도를 겨냥한 외국인 투자개발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총 14곳 중 9곳을 중국 기업이 투자했다. 총 사업비만 3조원에 달한다.

제주발 부동산 투자이민제 바람은 서서히 북상 중이다. 부산 해운대 옛 한국콘도에 들어서는 복합단지 ‘엘시티’는 레지던스형 호텔 561실을 전량 중국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엘시티는 101층짜리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높이의 주거타워 2개 동으로 구성된다. 레지던스 호텔은 랜드마크타워 22~94층에 들어선다. 오는 3월께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실당 분양가가 15억원을 웃돌아 총분양대금이 1조원에 육박한다.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상하이에 사무실을 마련해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예비 수요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중국인 대상 판매를 고려해 시공도 중국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에 맡겼다. 엘시티는 길 하나를 건너면 해운대해수욕장인데다 단지 내에 고급 온천휴양시설이 들어서고 대규모 상가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휴양형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영종지구도 중국자본 3억 달러 유치 목표엘시티의 성공 여부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투자이민제 도입 후 지역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비롯해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인천 영종·송도·청라 등은 투자 유치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도나 부산 해운대에 비해 입지·교통 여건이 불리하고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인천 영종지구의 경우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유리한 조건을 갖췄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개발이 지연되고 활성화가 더뎌 투자이민제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활용해 중국 자본 3억 달러를 끌어온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동안 실시한 투자설명회에서 확보한 ‘큰 손’ 투자자와 기업 리스트를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영종지구 미단시티 내 토지 약 4만4000㎡에 콘도와 호텔·별장·펜션 등을 개발해 이 중 일부를 중국 부유층에게 분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외국인이 일정 금액 이상 콘도미니엄이나 호텔, 골프빌리지, 펜션 등 휴양목적 부동산에 투자하면 거주비자(F-2)나 영주비자(F-5)를 주는 제도. 한국에서 내국인과 똑같은 의료보험 체계를 적용받고 초·중학교 의무교육 대상이 된다. 2018년까지 일몰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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