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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Book - 영혼을 파고드는 묵직한 한 마디

Business Book - 영혼을 파고드는 묵직한 한 마디



나이 든 작가들이 쓰는 글은 또 다른 깊이와 감동이 있다. 1935년생인 가와키다 요시노리의 『남자의 말』이란 책이 그렇다. 이 책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서머싯 몸, 블레즈 파스칼, 벤저민 프랭클린,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명언을 정리해고 거기에 저자의 단상을 더했다. 이 책에서 선택한 명언들이 가슴에 많이 와닿고 저자의 해석에 묵직한 삶의 체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가벼운 독서로 시작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점점 독서에 빠져들게 된다.

‘무지함을 두려워 마라, 거짓 지식을 두려워하라’(블레즈 파스칼). 자본주의는 거의 모든 것이 마케팅으로 통한다. 마케팅의 긍정적인 면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부정적인 면을 하나만 들자면, 그것은 눈을 가리는 일이다. 거짓 지식에 눈이 가려서 속임수를 당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 시대다.

괴테는 이미 “무지하고정직한 사람이 종종 교묘한 사기꾼의 속임수를 간파한다”는 말로 오히려 담백한 사람들이 속임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능력 더 뛰어나다고 지적했한다. 특히 스스로 유식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유식한 바보야말로 무식한 바보보다 더 바보다’(몰레에르)의 명언이다.

‘인간이란 그런 거야. 이제야 알았어? 다시 한번 눈을 떠서 인간을 봐’(다카미네 히데코). 1924년생인 일본의 여배우로 1979년 이후 은둔생활로 일관한 사람이다. 여배우로 살면서 아마도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을 것이다. 그의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세상이나 인간이나 불합리함으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살면서 불합리한 일을 겪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어이 없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그때마다 울분을 터뜨릴 필요는 없다. 원래 세상이,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일을 만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그런 일을 만날 때면 ‘살아 있는 이상은 일상의 여러 가지 불쾌한 일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불쾌한 일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와쓰지 데쓰로)란 멋진 한 문장을 기억하기 바란다.

‘내 인생은 장난감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다’(클린트 이스트우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그것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새로움에 흠뻑 빠진다.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중독 상태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1930년생인 미국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기술이라 불리는 장난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생각할 단초를 제공한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로망은 상대를 중독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철저히 말이다. 비교적 단순한 시대를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인간은 우리가 만든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를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장 드 라퐁텐). 17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우화작가로 명성을 날린 사람의 말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위한 조언서를 읽다 보면 나는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한다.

‘나이 들수록 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살아가는 일이 중요한데’라는 생각 말이다. 어디 중년 이후에만 중요한 일이겠는가? 인생 자체가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잘 알면 알수록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위한 사람이란 것인가’(새뮤얼 콜리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의 이 말은 현대인에게도 각성을 촉구하는 조언이다. 꽉 짜인 틀처럼 통념에 따라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아간다. 다수가 좋아하는 것에 몸과 마음을 실은 채 다수가 좋아하는 것 혹은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의 것인 양 생각하고 살아간다. 자기 생각을 하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인간의 몸에서 아이 만한 보물이 또 나올 수 있겠는가’(『분쇼조시』 중에서). 14~17세기 일본 소설을 모은 책 가운데 한 권에나오는 문장이다. 여기에 ‘아이만 있으면 대부분 가난한 집이라고 즐겁게 된다’(나쓰메 소세키)라는 명언도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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