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ulture GADGET LUST - 식사습관 고쳐주는 전자 포크

culture GADGET LUST - 식사습관 고쳐주는 전자 포크

급하게 먹으면 입술에 진동 가해…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과식 방지해줘



배고픈 사람에게 “천천히 먹어라”고 말하는 것은 화난 사람에게 “진정하라”고 말하는 것만큼 부질없다. 하지만 해피포크(HapiFork)는 내게 천천히 먹으라고 말한다. 그래서 난 치킨 라이스를 먹던 도중 포크를 내려놓고 숟가락으로 식사를 마쳤다. 해피포크는 블루투스로 작동되는 전자포크로 사용자가 음식을 얼마나 빨리 먹는지 측정해준다. 킥스타터(크라우드 펀딩사이트)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제작된 이 포크는 지능뿐 아니라 양심도 지닌 듯하다(적어도 나보다는 더 양심적인 듯하다).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홍콩의 해피랩스(HapiLabs)가 “천천히 먹고, 살 빼고, 최고의 기분을 느껴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보인 제품이다. 해피포크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음식을 흡입하듯 순식간에 먹어치우기 일쑤인 미국인들에게 더 건강하고 의식 있게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을 기를 기회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음식을 너무 빨리 먹으면 입술에 부드러운 ‘진동(vibrations)’을 가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음식을 먹을 때 포크질 사이의 간격이 10초 미만일 때 진동이 울린다. 입안에 쉴새없이 음식을 집어넣는 대신 한 입 합 입 사이를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리고 식탁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눠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난 음식을 빨리 먹는 편이라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이 점에 관해선 해피포크 사람들과 우리 어머니의 생각이 같다. 천천히 먹으면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뿐 아니라 포만감을 느껴(보통 20분 정도걸린다)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머니는 내게 늘 이렇게 말했다.

“난 너를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는데 넌 5분이면 먹어치우는구나.” 해피포크는 약간 투박해 보이며 브러시트 알루미늄 손잡이가 첨단기술 제품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쉽게 익숙해진다. 손잡이 안에 있는 전자키에 자료 기록장치와 가속도계가 들어 있다.

전자키는 포크에서 쉽게 분리되며 분리한 후에 포크를 물에 세척할 수 있다. 하지만 포크에서 빼낸 전자키는 자가임신진단기와 매우 흡사해 보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불쌍한 내 남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에겐 결코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다.

처음 이 포크를 사용해 음식을 먹기 전에 내 식사 스타일을 입력해야 했다. 난 지저분하게 흘려 가며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먹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하지만 해피포크는 완전히 새로운 모드들을 제시했다. 데이터 러버(Data Lover)가 그 중 하나인데 자신의 식사 패턴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다. 스테인레스 나이프를 사용하면 나이프가 포크와 부딪힐 때 포크 사용 자료가 잘못 입력될까 두려워 플라스틱 나이프를 쓰려고 할 정도로 정확성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또 포크 사용 방식은 스쿠핑(scooping)과 피킹(picking)으로 분류된다. 스쿠핑은 미국식으로 포크의 구부러진 끝이 위로 향하도록 들고 음식을 퍼담듯이 집어올리는 방식이다. 반면 피킹은 유럽식으로 포크의 구부러진 끝이 아래로 향하도록 들고 음식을 살짝 찍어서 올리는 방식이다. 난 유럽인들의 흉내를 내고 싶어서 피킹 방식을 선택했다. 내가 집에서 만든 미국 음식에서 유럽적인 분위기가 풍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해피포크를 입술로 가져갔다. 너무 빠른 속도로 먹어서 진동이 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면서. 하지만 난 곧 우리집 저녁 식탁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열띤 대화에 빠져들었다. 아들이 병코 돌고래를 애완동물로 키우겠다고 졸라대는 대목에서 난 꽥 소리를 질렀다.

포크질을 한지 10초가 안 됐을 때 다음 포크질을 했다! 포크 손잡이 끝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포크를 문 입술에 진동이 느껴졌다. 해피포크 설명서에는 그저 ‘진동’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내가 느낀 강도는 꽤 강렬했다. 전기 콘센트에 입을 맞추는 느낌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됐다. 내 표정을 보고 식탁에 앉은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머지 식사 시간은 조용히 지나갔다. 난 해피포크가 또 다시 화가 나서 진동이 울리지 않도록 노력했고 아이들은 나를 유심히 지켜봤다. 엄마의 작은 희생으로 돈 안 들이고 재미있는 구경을 더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실 그 포크를 며칠 더 써보라고 권유한 것도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내 건강을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이 포크에는 밖에서 식사를 할 때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휴대용 케이스가 딸려 나온다. 난 팔라펠(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경단 모양의 튀김 음식)을 파는 동네 음식점에 갈 때 그 포크를 가져갔다. 식사 도중에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이 내 포크를 알아본 것 같지는 않다. 포크가 진동할 때마다 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모습을 본 듯하다. 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팔라펠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기 때문에 빨리 먹었을 뿐인데.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 포크에는 진동 모드 말고 다른 모드도 있다. 심술궂은 진동으로 저녁 식사를 방해하는 일 없이 조용히 식사 패턴을 기록하는 모드가 그 중 하나다. 음식을 씹는 횟수와 식사 시간 등이 기록된다. 이 모드는 다이어트에 열심이지만 포크의 진동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식사가 끝난 다음 기록된 자료를 보고 죄책감을 느껴 다음 식사에 반영할 수 있다. 아니면 모바일 기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너무 빠른 속도로 먹을 경우 경고를 보내는 앱에 실시간으로 음식 씹는 횟수를 업로드할 수도 있다.

해피포크가 똑똑하긴 하지만 식습관과 관련된 문제 중 일부만 공략할 뿐이다. 일례로 이 포크는 사용자가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는지 알지 못한다. 이 포크를 사용하면 느긋하게 식사하는 법은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느긋하게 초콜렛 레이어 케이크를 먹어치우고 있다면 어떨까? 또 나 같은 경우엔 포크의 진동을 피하려고 많은 음식을 숟가락으로(그리고 손으로) 먹었다. 그러니까 칼로리 섭취 조절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해피포크는 내 식습관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일깨워줬다. 그 포크를 며칠 동안 사용한 뒤 내 랩톱 컴퓨터의 Happy.com 계기판에 관련 정보를 업로드했다. 내 ‘수행(performances)’(HapiLand에서 식사를 뜻하는 말이다)의 기록이 눈앞에 밝은 색상의 도표로 펼쳐졌다. 가장 긴 ‘수행’ 기록은 22분이었다. 또 분당 포크질은 평균 두 번이었으며 저녁 식사를 끝낼 때까지 평균 25회의 포크질을 했다. 전체 식사 과정의 68%는 속도가 괜찮았고 32%는 ‘과속’이었다.

여전히 너무 급하게 먹는다는 말이다. 내가 아침을 4분만에, 저녁을 8분만에 먹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어대지 않았다면 더 빨리 먹었을 것이다). 해피포크 덕분에 음식을 더 천천히 먹고 과식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난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니면 해피포크를 다시 사용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

6토스뱅크,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1000만 고객’ 목전

7전동화 시대에도 인정받는 볼보...EX30, ‘세계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 선정

8‘따뜻한 자본주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14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

9‘바람의나라’부터 ‘데이브’까지 30주년 맞은 넥슨…그간 기록들 살펴보니

실시간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