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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BITUARY - 미국인들의 영원한 꼬마 요정

culture OBITUARY - 미국인들의 영원한 꼬마 요정

아역 배우 출신 외교관 셜리 템플 블랙(1928년 4월23일~2014년 2월10일)
템플은 아역 배우 시절 4년동안 미국 최고 흥행 배우 선두 자리를 지켰다.(맨 왼쪽) 템플이 2006년 미국 배우협회(SAG)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1930년대에 깜찍한 아역 배우로 명성을 떨쳤던 셜리 템플 블랙이 2월 10일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뉴스위크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다. 템플과 뉴스위크 양쪽다 대공황 시절에 태어났다. 템플은 1928년생이고 뉴스위크는 5년 뒤인 1933년 창간됐다. 뉴스위크가 아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당시 템플은 아역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그녀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 작은 스타의 생일까지 일일이 챙겨가며 보도했다. 템플이 여덟 번째 생일을 맞던 1937년엔 그녀가 미국 최고의 흥행배우이며 “커서 파이 공장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보도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템플의 어머니는 딸의 나이를 속였다. 따라서 당시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뉴스위크도 템플의 나이를 실제보다 한 살 어리게 보도했다.

1938년 뉴스위크는 템플이 매주 약 1만5000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 돈을 몽땅 파이 공장을 사는 데 쓰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템플이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 부분이 “그녀의 아버지가 지점장으로 있는 캘리포니아의 은행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템플이 열 살(실제로는 열한 살) 되던 1939년 뉴스위크는 그녀의 몸무게가 34㎏이며 그 전 해에 키가 5㎝ 자라서 137㎝가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소식은 당시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불길한 사건들에 관한 소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템플의 기사 바로 뒤에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50세를 맞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1939년 초 템플은 영화 흥행의 공주였다. 미국 극장가에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배우 톱10 중에서도 최고였다. “놀라운 기록”이라고 뉴스위크는 평했다. 템플은 클라크 게이블[“(흥행 면에서)그녀의 가장 끈질긴 라이벌”]과 소냐 헤니, 미키 루니,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그해 처음으로 최고 흥행 배우 톱10 안에 들었다)를 제쳤다. 뉴스위크는 “게이블을 누르는 템플의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말로 아역 스타를 혐오하는 독자들을 안심시켰다.

같은 해 템플은 부모와 함께 5주 동안 호놀룰루로 여행을 갔다. 그녀는 놓친 학교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가정교사의 레슨을 받으려고 6월에 미국 본토로 돌아왔다. 당시 뉴스위크는 그녀가 빠진 앞니 두 개를 하와이에 두고 왔다고 보도했다. 그해 연말이 됐을 때 템플이 잃어버린 건 치아뿐이 아니었다. 최고 흥행 배우 톱10의 선두 자리를 미키 루니에게 빼앗겼다. 루니는 MGM의 인기 시리즈 ‘하디 패밀리’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익살꾸러기”였다. 이로써 템플이 4년 동안 이어오던 톱10 선두행진은 막을 내렸다.

템플이 10대 초반에 접어들었을 때 20세기폭스사와의 계약이 “우호적인 조정” 과정을 통해 취소됐다. 당시 뉴스위크는 “할리우드 측은 이 11세(실제로는 12세였다)의 스타가 캐스팅하기 까다로운 애매한 나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템플이 학교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 건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나중에 결혼해 셜리 템플 블랙이 된 템플은 아역 슈퍼스타들이 흔히 겪는 자기 파괴적인 운명을 피해 갔다. 그녀는 미국의 외교관이 됐다. 1974년엔 가나 주재 미국 대사가 됐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체코슬로바키아 대사를 지냈다. 1999년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당시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템플은 아역 배우 초창기 시절을 돌이키며 때때로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우리가 말썽을 일으켰을 땐 한 명씩 음향실에 들어가 반성을 해야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얼음 위 말고는 앉을 데가 없었다. 난 기꺼이 거기 앉았다. 내가 말썽을 부리면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각만큼 끔찍하진 않았다. 난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얼음을 좋아한다.”

템플은 대다수 미국인(그리고 많은 세계인)의 뇌리에 아역 배우 시절의 깜찍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신동들 중에서도 어린 시절의 꿈을 더 좋은 쪽으로 실현시킨 보기 드문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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