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FEATURES PARENTING - 자녀 양육의 덫에 갇힌 부모들

FEATURES PARENTING - 자녀 양육의 덫에 갇힌 부모들

아이들을 똑똑하고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삶을 중단해야 한다



뉴욕 매거진의 편집자 제니퍼 시니어는 자식을 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는 연구결과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미국 각지를 돌며 현장 조사에 나섰다. 자녀를 똑똑하고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모가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지 관찰(그리고 나아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뉴스위크가 시니어를 만나 그녀의 신저 ‘재미 없는 기쁨(All Joy and No Fun)’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 가족의 많은 미스터리를 탐구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 엄마들은 왜 마음을 놓지 못하는지, 왜 신경과학의 조언이 어떤 자녀 양육서보다 더 유익한지 등을 다뤘다.

어느 세대나 자녀 양육에선 자신들의 어려움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는 역사적 전환기의 한복판에 있다. 부모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우리가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역할은 두 가지다. 자식들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상 둘 다 막연한 명제이며 반드시 공평한 요구도 아니다.

이 전환기는 언제 시작됐나?

1950년대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더 많은 보호를 받으며 교육에 초점을 맞춘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다.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부모들이 갑자기 등골이 휘도록 일해야 했다. 1980년대 취업 여성이 늘어나면서 더 힘들어졌다. 갑자기 맞벌이를 하면서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할지 알고자 하는 부모가 늘어났다. 그리고 세상이 글로벌화하면서 한층 더 힘들어졌다.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자녀를 키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자녀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과거 자신의 생활양식·토지·직업을 물려주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의 지혜가 자녀들에게 어느 정도 소용이 됐다. 요즘 아이들에겐 우리의 지혜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의 부모들이 그렇게 어려움을 느끼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모두 시도하며 정신적인 한계에 이른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의 온갖 있을 법한 시나리오에 맞춰 아이들을 준비시킨다.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인가? 브로드웨이 연극의 모든 역할에 맞춰 대역배우를 준비시키는 격이다. ‘캐츠’의 그리자벨라역뿐이 아니라 모든 고양이 역할 말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자녀가 어떤 고양이가 될지 선택할 수도 없다.

그렇다. 아이들이 어떤 고양이가 되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유의 고양이는 아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르게이 브린이나 래리 페이지가 6세 때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 보라. “세상의 모든 정보를 검색하는 도구를 발명할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구글이라고 부르겠어요!” 그러면 엄마는 말한다. “좋은 생각이다, 아가야.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타고 놀렴.”

우리의 역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비해 자녀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하나라도 아이에게 맞기를 기대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교육을 시킨다. 축구교실에 보내 팀워크의 의미를 배우도록 할수도 있고 체스 강좌에 등록시키기도 한다. 자식을 남다르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지 확신은 갖지 못한다. 나의 엄마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두어 가지 장난감이 있는 곳에 나를 넣어두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멀쩡하게 자랐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보다 자녀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부모들의 개인적인 행복도는 낮아졌다. 이것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개념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그가 몰입을 가장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이 있다. “몰입은 너무 적은 자극에서 비롯된 권태와 너무 많은 데서 나오는 불안 간의 정확한 균형점이다.” 그런 균형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성인으로서 누리는 한 가지 특권은 오래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끊임 없이 부모의 일을 방해한다. 자신들의 욕구가 대단히 절박한 문제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칙센트미하이는 가정생활에선 좀처럼 몰입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런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그런 계획이 있다 해도 절반 정도는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을 게 뻔하다. 이 문제를 물었더니 그도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시인했다. 실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겼다.

몰입을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요인은 ‘호주머니 속의 사무실(office in your pocket)’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항상 이메일을 받는다. 아이들을 이런 이메일에 비유하는 부모도 있다. 한창 뭔가를 하는 도중에 방해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 자녀문제에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는 죄책감을 갖는다.

자녀양육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를 신경과학은 어떻게 설명하나?

우리는 신경과학 덕분에 어린이의 전전두엽이 거의 발달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이런 지식이 부모들에게 대단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어린 자녀들을 논리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게 됐다. 어린이들에게는 논리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영원한 현재 속에서 산다.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경우 그 트라우마가 언젠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무한하게 느껴진다. 쿠키를 먹지 못하는 게 그들에게는 유일하게 영속적인 현실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현상의 바탕을 이루는 과학 원리를 일단 이해하게 되면 안심이 된다. 문득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이해하게 된다. 다른 전술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아이들을 작은 미치광이(little madmen)의 이미지로 묘사했는데.

애덤 필립스는 저술가이자 런던 소재 체어링 크로스 병원의 대표 아동 심리요법사를 역임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여러 모로 실제 미치광이와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운동제어 기능이 없다. 자기 통제를 못한다. 자신의 필요와 갈망만 안다. 자신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독재자다.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성인이 상대방을 때리거나 할퀴거나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경찰을 부른다. 그러나 어린이가 그런 행동을 하면 예삿일로 받아들인다.

저서에서 부모의 코르티솔 수치를 통해 스트레스-반응을 측정한 연구를 묘사했다. 아버지들은 자유시간을 가졌을 때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낮았다. 여성들은 배우자가 가사를 도울 때만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졌다. 이는 오늘날의 여성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나?

모든 걸 설명한다. 그 데이터에 한 가지 비극이 숨어 있다. 여성은 자유시간을 만끽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일을 처리하지 않는 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마어마한 자원을 쏟아 부으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다.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방법이 없을까?

그 문제에는 내게도 답이 없다. 사람들이 정말로 치우친 삶을 산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다면 이미 상류층의 문제를 가진 셈이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3군데 일자리를 뛰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있는 사람이다. 그건 정말 행운이다.

저술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아주 많은 가족을 인터뷰하는 동안 정말로 훌륭한 가정교육 사례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의 양육방식을 다소 모방할 수 있었다. 내가 읽은 모든 참고문헌도 정말 유용했다…. 하지만 책을 쓸 때의 문제는 금방 불안에 싸이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기 때문에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거기에만 매달려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글 쓰는 기계가 돼서는 안 된다. 좋은 엄마 역할도 해야 한다.

아이러니는 내가 책과 아이 사이 양쪽에 시간을 공평하고 분배하지 못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계속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굴리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말이다. 책을 마친 뒤에는 그냥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들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영화(buddy movie)가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

6토스뱅크,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1000만 고객’ 목전

7전동화 시대에도 인정받는 볼보...EX30, ‘세계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 선정

8‘따뜻한 자본주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14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

9‘바람의나라’부터 ‘데이브’까지 30주년 맞은 넥슨…그간 기록들 살펴보니

실시간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