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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ASTRONOMY - 소행성의 충돌을 막아라

FEATURES ASTRONOMY - 소행성의 충돌을 막아라

가능성은 작지만 발생할 경우 피해 커, 현재로선 기도가 최선의 대비책
2013년 2월 15일 직경 18m의 운석이 시속 6만7600㎞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러시아의 첼리야빈스크에 날아들었다.



1990년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데이비드 모리슨은 소행성 충돌로 사망할 확률이 궁금했다. 다소 피해망상인 듯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운석으로 인한 부상 기록은 한 건 있었다. 1954년 앨라배마주의 한 여성이 거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소행성이 지붕을 뚫고 들어와 라디오에 튕긴 다음 다리에 맞아 타박상을 입었다.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먼저 눈부신 섬광이 발생한다. 몇 초 뒤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나 과거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모리슨이 동료 한 명과 함께 확률을 따져 봤다. 소행성 충돌과 그 잠재적인 피해의 확률을 모두 검토한 결과는 놀라웠다. 통념과 상반된 듯하지만 50년 동안의 사망확률이 비행기 추락사고보다 3배 가량, 토네이도(회오리바람)보다 8배 높았다.

왜 그럴까? 토네이도는 꽤 규칙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그로인한 사망자는 연간 100명 미만이다. 반면 40층 건물 크기의 소행성이 뉴욕시에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두 가지 결과가 초래된다. 눈부신 섬광이 발생한다. 몇 초 뒤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최근 이 같은 위협의 실현 가능성이 주류에서 부각됐다. 이제껏 사람들은 모리슨을 괴짜 취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의원들까지 그런 사태에 대비가 돼 있는지 NASA에 묻는다. 2013년 3월 찰스 F 볼든 주니어 NASA 국장을 비롯한 관계자 3명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우주로부터의 위협”에 관해 질문 세례를 받았다. 빌 포지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3주 뒤 커다란 운석이 뉴욕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토론자들은 서로를 쳐다 보며 묵묵부답이었다. “몸을 수그리고 그 다음엔?” 포지가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볼든이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일은 극히 드물며” NASA가 알기론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커다란 운석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만일 3주 뒤에 떨어진다면 기도하는 방법뿐이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이 그렇게 당혹스러워 하다니 별난 일로 보일지 모른다. 소행성에 관해 그들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또 있겠는가. 태양 주위를 떠다니는 얼음과 금속 덩어리들이며,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고,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라는 궤도에 몰려 있다.

그러나 그 이동반경이 벨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백만 개가 지구와 중복되는 궤도를 돌고 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이 ‘지구 근접 소행성’의 이동경로가 지구와 빈번히 교차한다. 작은 소행성들은 무해한 별똥별로 불타 없어진다. 하지만 큰 소행성들은 대규모의 멸종을 초래했다고 여겨진다.

바로 이 문제에선 세계의 일류 과학자들조차 오리무중이다. 한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는 100만 여 개의 소행성 중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건 1%도 안 된다. 73세의 NASA 선임 과학자인 모리슨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석탄 덩어리처럼 새까맣다.” 지상의 망원경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소행성을 찾는 유일한 위성 망원경은 최근까지 잠자고 있었다. 이들 ‘시티 킬러’들은 대략 100년에 한번씩 날아드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 충돌은 1908년에 있었다. 소행성이 대기권을 뚫고 내려와 시베리아 오지의 수 마일 상공에서 폭발했다. 추산에 따르면 직경이 60m 남짓한 소행성이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를 합친 면적보다 더 큰 삼림지역을 초토화시켰다. 한편 멕시코 칸쿤 근처에 떨어져 (아마도) 공룡을 멸종시킨 운석은 직경이 9.6㎞였다.

그렇지만 NASA는 1990년대 초반에야 지구근접 소행성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이 1994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직경 1.6㎞의 혜성 조각들이 목성에 떨어졌을 때였다. 한 번은 충돌하면서 8㎞에 걸쳐 태양보다 뜨거운 불덩어리가 일었다. 인간이 관측한 최초의 대규모 충돌이었다.

미국 의회가 관심을 보였다. 놀란 의원들이 스페이스가드에 예산을 지원했다. 지구에 닥칠 유사한 재앙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돼 왔다. 2월초까지 과학자들이 기록한 지구 근접 물체는 1만599개다(여기에는 소행성보다 더 얼음 같은 혜성도 포함된다. 이들은 1광년 떨어져 있으며 이따금씩만 스쳐 지나간다).

2013년 2월 15일 러시아의 첼리야빈스크에 소행성이 떨어졌다. 1908년 이후 지구와 충돌한 최대의 소행성이었다. 첼리야빈스크는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150㎞ 가량 떨어진 공업도시다. 직경 18m의 운석이 시속 6만7600㎞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들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배린저 운석구.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마찰열로 핵폭탄처럼 터져버렸다. 큼직한 불덩어리와 이어진 충격파로 건물들이 흔들리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아무도 충돌을 예견하지 못했다. 그 소행성 프로젝트의 NASA 과학자들은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포지는 남들이 “정신나간 소리”라고 말하던 시절부터 지구 방어를 주장했다고 한다. 9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 외곽의 배린저 운석구를 보러 갔다. 5만 년 전 직경 46m의 소행성 충돌로 생긴 구덩이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그는 의문을 품게 됐다.

이제 66세가 된 포지는 아직도 그 대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플로리다주 멜번의 자택에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국가안보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소행성이 언젠가 다시 날아든다는 말이다.” 인류의 생존 문제에 대해서는 당분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명을 파괴할 만큼 큰 지구근접 소행성 1000개 중 90%가 발견됐다. 이들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은 극히 드물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위협이 될 만한 운석도 없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다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유엔은 지난 10월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 설립안을 마련했다. 일종의 지구 방위 계획이다. 소행성(또는 가능성은 더 작지만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들 경우 방향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자신한다. 폭탄을 쏘거나 중력 견인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소행성을 약간 잡아당길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진 우주선이다. 몇 년 앞서 경보를 울리는 덕분에 아주 작은 방향전환으로도 진로를 수천 마일 바꿔놓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대피가 유일한 대안이 된다. 2003년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의 클라크 채프먼이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지구근접 물체의 충돌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채프먼은 금세기 중 다양한 크기의 운석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보여줬다(직경 10㎞ 소행성의 경우는 100만 분의 1이며 30m의 소행성은 40%). 그뒤 각 충돌이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윤곽을 그렸다.

직경 50m 운석의 경우 “구름이 많이 끼지 않는다면 눈부신 폭발 이후 불타오를 공산이 크다”고 그가 썼다. “20㎞ 반경 내의 약한 구조물들은 충격파와 이어지는 허리케인 급 강풍으로 파손 또는 심지어 파괴될지 모른다. 노출된 사람과 동물이 날아드는 물체에 맞을 수 있다.”

이들 운석을 탐색하기 위한 NASA 비장의 무기는 네오캠이라는 적외선 망원경 위성이다. 하지만 예산부족 탓에 사실상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NASA 예산이 넉넉해진다 하더라도 백악관은 화성탐사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유엔 IAWN의 경우 기존 망원경들의 큐레이터 역할에 더 가깝다. 실제로 도구를 새로 제작하지는 않는다.

“대처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멸망한다면 아이로니컬하지 않겠는가?” 퇴역 우주인들이 이끄는 지구 구호단체 B612 재단의 에드 루 대표가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해 우주를 떠돌던 6개월 동안 처음 그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거기 앉아서 달의 분화구를 쳐다볼 때였다.”

“우리가 맡아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 아무도 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라고 루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민간자본을 끌어 모아 망원경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센티넬이라는 이름의 위성은 NASA보다 더 빨리 소행성을 찾아내게 된다. 네오캠 구상과 마찬가지로 적외선 망원경이 어두운 물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대기 가스로 시야가 흐려지지도 않는다. 이 프로젝트에는 어림잡아 4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NASA가 2013년 대략 169억 달러의 예산지원을 받은 데 비하면 많지 않은 액수다.

위성은 2018년에 발사할 예정이다. 그뒤 연간 최소 10만 개의 소행성을 기록할 계획이라고 루는 말한다. 문명 파멸이 가능한 규모이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백 개를 포함해서 말이다. “센티넬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운석을 탐색하게 된다”고 루가 말했다. NASA 과학자 모리슨은 센티넬을 가리켜 “해답”이라고 부른다. 그때까지는 볼든의 말마따나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하느님께 기도 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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