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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적극 챙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 워런 버핏(2대 주주)과 서신 주고받고 국민연금(1대 주주)도 방문

주주 적극 챙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 워런 버핏(2대 주주)과 서신 주고받고 국민연금(1대 주주)도 방문

기술·기본 중심의 혁신 방향 제시 … 경영 독립성 확보에 힘실려



권오준(64) 포스코 회장 내정자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차기 회장으로 선정됐지만 해결할 난제가 산적했다. 철강경기 침체, 실적 악화, 기업 신용등급 하락, 체질 개선 필요성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최악인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월 28일 포스코의 잠정실적 발표를 보고 “예상보다 실적이 더 나쁘고, 주식이 고평가 돼 주가가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준양 회장이 포스코를 이끈 기간을 일컬어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권 내정자는 ‘개혁’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치권의 외압설, 부조리한 조직문화, 방만한 경영 등의 부정적 꼬리표를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그는 2013년 실적 발표 다음날인 1월 29일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을 만들고 기술과 기본 중심의 혁신 의지를 밝혔다. 추진반을 이끌 수장으로는 김응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지목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권 내정자는 추진반과 함께 포스코의 미래를 이끌 큰 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 5명 중 4명 교체혁신의 핵심 기조는 ‘포스코 더 그레이트’다. 기본으로 돌아가 위대한 포스코를 만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경영의 출발은 자율적 분위기 중시와 성과 중심의 조직 만들기다. 기존의 톱-다운 방식의 의사 결정구조를 소통과 토론을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업에서는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 부문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따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서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래 먹거리도 챙겨야 한다. 신사업 분야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내걸었다. 현재 100여개가 넘는 사업을 소재·에너지 위주로 꾸려 5개 이내로 정리할 계획이다.

개혁을 위한 인력 재조정 움직임도 보인다. 포스코는 2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김진일 포스코컴텍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 등 3명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3월 14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권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사내이사 5명 중 4명이 바뀌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예고한 것이다. 기존의 사내이사인 정준양 회장, 박기홍 사장, 김준식 사장 등 3명은 임기가 끝나고, 김응규 부사장은 남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장인환 부사장만 생존하게 됐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박기홍·김준식 사장은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내정자의 이번 인사는 현장성·전문성·소통을 중시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내이사진 전원이 계열사 근무 경험이 있는 인물로 채워진 것은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이다. 바뀐 사내이사진은 재정 악화 원인으로 꼽히는 해외 자원개발과 M&A 사업 정리를 우선으로 본격적인 개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된 재정을 안정화 시키는 게 급선무다.

권 내정자의 노력에도 포스코의 개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권 내정자가 끝까지 자신의 리더십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간 많은 포스코의 수장들이 정치권의 외압을 받아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준양 회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것 자체가 리더십이 힘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권 내정자 역시 모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주재한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압력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의 진위여부는 권 내정자 스스로가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권 내정자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들어갔다. 자신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 줄 주주들을 암암리에 챙기고 있다. 권 내정자는 2월 초 포스코의 1대 주주(7.5%)인 국민연금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포스코의 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연금 측은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고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을 방문하기 며칠 전에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에게도 e메일을 보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포스코의 2대 주주(5%)다. e메일에서 포스코의 비전을 알리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세부안이 결정되면 다시 알려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권 내정자가 e메일을 보내자 이례적으로 며칠만에 버핏에게 답장이 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훌륭한 마인드와 의지를 가진 새 경영자가 좋은 회사를 맡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주주총회의 논의 사항도 정리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



경영권 독립-주가 방어 두 마리 토끼 사냥국민연금 방문과 워런 버핏과의 서신 교환. 이 물밑 작업을 통해 권 내정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대주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생긴다. 특히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한데 의미가 크다. 경영혁신 행보에 추동력이 될 수 있다. 추락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워런 버핏이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과거에도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사들이거나, 포스코에 우호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포스코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버핏의 e메일 답변이 진심이라면 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주주 챙기기로 첫 단추를 꿴 권 내정자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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