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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ECHNOLOGY - 스마트폰으로 냄새를 전송한다고?

FEATURES TECHNOLOGY - 스마트폰으로 냄새를 전송한다고?

냄새와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이 잇따라 개발된다
오폰을 사용하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이 향을 전송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악취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수 년 동안 미국 각 지역에서는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불쾌한” 체취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향이 나는 제품이나 향수를 직장에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정책도 마련됐다. 심지어 일부 직장인들은 “냄새나는” 음식을 사무실에 반입하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최근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향 관련 신기술들은 소비자를 위해 향을 만들어내면서 냄새를 멀리하는 트렌드를 뒤집어놓으려 한다. 비록 향 관련 기술은 아직 향과 기술 양쪽 모두에서 이렇다 할성과를 내지 못해 홍보용 술수라고 힐난을 받지만, 그럼에도 그런 비판은 이 분야가 그만큼 주목받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뉴욕 뉴스쿨에서 피지컬 컴퓨팅을 강의하는 아이센 카로 챠신은 센트 리듬이라는 시계를 개발했다. 생체리듬이나 “체내 시계”를 바탕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다. 센트 리듬은 매 6시간마다 시간대 별로 적절한 향을 보조제와 함께 내뿜어 신체 활동을 돕는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향을 내뿜고, 저녁에는 카모마일향과 길초근으로 수면을 돕는다. 비록 실용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과자 이름을 딴 기기 마들렌은 디자이너 앤 래드클리프가 내놓은 시제품이다. 앤은 마들렌을 “아날로그 냄새 카메라”라고 부른다. 1970년대 스위스 화학자 로만 카이저가 발명한 냄새 분자를 포착하고 분석해 재생산하는 기술에 영감을 받은 마들렌은 개별소비자에게 복잡하고 값비싼 기술을 전달한다.

코닥이 브라우니 카메라를 발매한 20세기 초중반에 아마추어 사진족이 크게 늘었듯이 마들렌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냄새를 사진으로 찍고 나중에 연구소에서 처리해 액체로 만드는 “냄새 사진족”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런던 센트럴 마틴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상을 받은 마들렌은 아직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레드클리프는 이 제품이 인간과 냄새의 관계를 뒤바꿔놓으리라고 믿는다. “후각은 우리가 세상을 소비하고 기록하는 방식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일본의 센티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향 관련 첨단기술 중 하나다. 이 스마트폰앱은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페이스북 알림이 있을 경우 기존의 소리 대신 스마트폰에 부착된 부속기기를 통해 향을 분사한다. 부속기기 내의 향수통은 자스민, 바닐라, 라벤더, 민트 등으로 추가나 제거가 가능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바베큐나 쌀밥 같은 음식 냄새를 택할 수도 있다. 아직 센티를 이용하기는 조금 번거롭다. 부속기기를 항상 부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냄새를 맡으려면 코 바로 밑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야한다.

가장 정교하고 야심찬 것은 오폰이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하버드대 공학 교수가 제자 레이철 필드, 에이미 인과 함께 개발했으며 프랑스 파리의 연구시설 르 라보라투아르의 디자이너와 예술가 일부도 개발에 참여했다. 오폰을 사용하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이 향을 전송할 수 있다. 수백 개에서 향후 수천 개까지 냄새 신호를 생성할 수 있는 오칩 덕분이다. 오폰은 오는 가을에 출시될 전망이다.

에드워즈가 보기에 최근 향 관련 기술이 확산되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시각적, 청각적 정보 과잉과 후각적 메시지의 희소성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일어난 의사소통 혁명으로 인해 우리는 시각적, 청각적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런 홍수에는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얻는 정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각적 정보가 빠져 있다. 오늘날 냄새를 향한 관심이 점차 커지는 이유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냄새에는 마술적인 힘이 있다. 감각적이고 양으로 환원이 불가능하며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우리는 가상 현실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후각의 차원을 놓치고 있다.”

향 관련 기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반기술 주의자들은 이런 기술이 인류와 현실 세계를 괴리시키려는 노력의 일종이라고 본다. 스마트폰이 생성하는 가짜 장미 향 대신 길에 멈춰 서서 진짜 장미꽃 향기를 맡으라고 주장하는 부류다. 기술의 가치를 오직 유용성 측면에서만 판정하는 기술 순수주의자들도 있다.

2001년 개발된 i스멜은 컴퓨터 USB 포트에 연결하면 인터넷에 후각 차원을 더해주는 기기였지만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 미국 격월간지 컴플렉스닷컴의 한 기자는 i스멜을 기술 역사상 최악의 실패 50개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결함투성이인데다 우스꽝스러운 기술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기술에 향을 더하려는 시도가 우리를 현실세계와 괴리시킨다거나 시급한 연구과제가 아니라고 불평하는 대신 기술과 냄새를 화해시키려는 노력 내지는 억눌려 왔던 우리의 후각이 올리는 개가로 봐야 할 듯하다. 코를 해방시키면 사고방식도 곧 뒤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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