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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VISION - 기업의 ‘사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COMPANY VISION - 기업의 ‘사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대에 뒤진 인상 주기 쉬워… 원대한 목표를 세우되 실현 가능성의 범위 안에 있어야
링크드인의 CEO 제프 와이너는 ‘전세계 모든 근로자에게 경제 기회를 창출한다’는 사명을 강조한다.



“전세계 모든 근로자에게 경제 기회를 창출한다.” 비즈니스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이 내세운 기업 사명이다. 링크드인의 직원들은 어떻게 이 사명의 엄청난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헤쳐나가는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전세계 모든 근로자에게 경제 기회를 창출하다니! 세계 기아의 종식이나 지구온난화의 해결, 또는 팝계의 악동 아이돌 저스틴 비버에 대한 뉴스 보도 근절을 약속하는 것과 다름없다. 매우 존경스럽지만 너무 무모한 약속이다. 요즘 첨단기술 회사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가령 어떤 회사가 코를 대신 풀어주는 장치 개발에 착수했다면 곧 전반적인 감기의 치료가 그 회사의 사명이 되는 식이다.

일류 회사들은 늘 더 큰 도전에 도전하며 발전을 도모해 왔다. 과거에 ‘마이크로(micro)’에서 ‘우버-매크로(uber-macro)’로 도약하기까지 적어도 두 세대가 걸렸다. 하지만 요즘은 첨단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파네라(미국의 베이커리 카페 체인)에서 간단하게 점심 한끼를 먹는 동안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어비엔비(전세계 숙박 연결 네트워크)의 멋진 새 사옥을 방문했다. CEO 브라이언 체스키와 이 회사의 새로운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08년 체스키와 동료들이 이 웹사이트를 개설할 당시 그들의 취지는 여행객들이 현지의 일반 가정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싶을 때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3년 우리는 놀랍게도 이 회사가 서비스업체의 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체스키가 말했다. 현재 에어비엔비는 대형 호텔 체인들과 경쟁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업체”가 됐다. 창업 당시에 비하면 큰 도약이다.

최근엔 요즘 한창 잘 나가는 회사 박스(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업체)의 CEO 아론 레비를 만났다. 그는 2005년 대학 친구 딜런 스미스와 함께 기숙사 방에서 이 회사를 창업했다. 사람들이 어디서나 디지털 콘텐트를 저장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일, 한마디로 온라인 로커 사업이다. 현재 박스는 “오늘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콘텐트 관리 업체”로 발전했다. 박스는 주로 대기업에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사람들의 업무 수행 방식을 바꿔 나가는 회사로 자처한다.

토니 파엘은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 하던 중 성능이 더 좋은 온도조절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네스트를 창업했다. 최근 구글이 32억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그 즈음 파델이 밝힌 자신의 사명은 ‘자각 능력이 있는 집’의 건설이었다. (“우리 집은 이미 ‘이봐, 제발 날 좀 청소해줘’ 등의 말을 한다”고 파델은 말했다.)

성공적인 기업가 대다수가 처음부터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사명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심스럽다. 내가 만나본 기업가 대다수가 구체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유튜브의 창업자들은 비디오를 공유할 더 나은 방법을 원했다. 또 리드 헤이스팅스는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아폴로 13’ 비디오를 제때에 반납하지 못해 연체료 40달러를 낸 뒤 더 나은 비디오 대여 방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넷플릭스를 창업했다.

정말 훌륭한 기업가는 체스키가 그랬듯이 어느날 아침 일어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자신의 본래 사업 취지가 더 근본적인 뭔가를 건드렸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대기업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면서 시장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간파하게 된다. 그 다음엔 제품에서 사명으로 초점을 옮기게 된다. 그들은 먼 산 꼭대기에 꽂힌 깃발을 가리키며 “우리는 저 곳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경우 기업공개(IPO)시 가치평가가 더 올라간다.

기업 사명 중에는 허풍이 아닌 것도 많다. 그런 사명들은 대기업의 사명 위원회에서 만들어내는 뜨뜻미지근한 ‘사명 선언’과는 전혀 다르다. (기업 간부들은 온라인 사명 선언 제조기를 이용해 이런 류의 사명을 훨씬 더 빨리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링크드인은 새로운 사명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레이드 호프먼은 창업 당시 전문직 종사자들이 서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링크드인은 비즈니즈 페이스북이었다. 그후 사업 규모를 키우고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 이 사이트는 구인광고와 다양한 콘텐트, 조언이 가득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허브로 탈바꿈했다.

현재 링크드인의 회원 수는 2억7700만 명이다. 이 회사가 다양한 직업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용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엄청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실제로 경제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링크드인의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 딥 니샤르가 말했다. 일례로 이 회사는 어떤 산업에서 특정 기술을 필요로 할 때 그 수요를 재빨리 감지하고 그 기술을 지닌 사람들을 연결해줄 수 있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일자리 찾기가 쉬운 곳으로 이동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링크드인과 그 회사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의미있는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건재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니샤르의 말대로 장수하는 기업이 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세월이 사명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착륙에 성공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기업계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사명은 진부한 농담처럼 김빠진 인상을 준다.

1980년대에 빌 게이츠는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놓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사명이 시대에 뒤진 느낌을 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의 정보를 한데 모아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매우 대담한 목표로 들렸다. 하지만 그건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이제는 의미를 잃은 첨단기술 회사의 사명 중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창기 사명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태동기인 1980년대에 빌 게이츠는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놓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 목표는 정말 무모하게 들렸다. 차라리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미 프로 야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후 지금까지 100년이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사명을 너무도 훌륭하게 완수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 가정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소유하는 것이 식기세척기를 들여놓는 것만큼 평범한 일이 됐다. 멋진 첨단 기술 제품은 모조리 모바일 기기와 앱,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인사이트 분야로 옮겨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회사는 사명이 결여된 채 마치 나침반이 망가진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

균형 잡힌 사명을 설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훌륭한 사명은 약간 터무니없어 보이면서도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있어야 한다. 가령 저스틴 비버에 관한 뉴스 보도를 근절하겠다는 식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사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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