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BITCOIN STORY - 미궁에 빠진 ‘그 남자’의 정체

BITCOIN STORY - 미궁에 빠진 ‘그 남자’의 정체

도리언 S 나카모토를 비트코인 창시자로 지목한 뉴스위크의 보도와 의혹
도리언 S 나카모토는 3월 6일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뉴스위크 보도를 부인했다.



2014년 3월 어느 화창한 봄날, 미국 LA에서 때아닌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졌다. 추격당하는 주인공은 영화와 달리 범죄자도, 도망자도 아니었다. 선두를 달리는 차에는 두 명의 나카모토가 타고 있었다. 뉴스위크가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지목한 도리언 사토시 나카모토와 미 통신사 AP의 라이언 나카모토 기자다. 차량 여러 대가 나카모토들이 탄 차량을 뒤쫓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4년 3월 6일 오전 뉴스위크는 자사 온라인 홈페이지와 다음날 가판대에 깔린 인쇄 복간본 1호를 통해 도리언 S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창시했다고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나카모토의 실명뿐아니라 얼굴과 자택, 차량 사진까지 실렸다. 자택과 차량 사진으로 집 주소를 파악한 기자들이 나카모토의 집 앞에 모여들었다.

수 시간 동안의 칩거 끝에 나카모토는 문을 열고 나와 기자들을 마주했다. “무료로 점심 식사를 대접해달라.” 나카모토는 그렇게 말하며 AP의 라이언 나카모토 기자를 지목했고, 둘은 함께 차를 타고 LA의 한 초밥 식당으로 향했다. 한낮의 추격전은 나카모토의 집 앞에 서 있던 수많은 기자들이 이 차를 뒤따르면서 벌어진 것이다.

라이언은 도리안 나카모토와 식사를 하며 그를 독점 인터뷰했다. 거기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3주 전 아들로부터 처음 들었다”며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뉴스위크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나카모토를 비트코인 창시자로 지목한 리 머그래스 굿먼 뉴스위크 기자에게 했던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 등의 발언은 자신이 “더 이상 엔지니어링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AP에 따르면 나카모토는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비트코인을 ‘비트콤’이라고 잘못 말했다.

AP의 독점 인터뷰가 공개되자 도리언 S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창시한 그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AP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과거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가 활동했던 웹사이트 P2P파운데이션에 사토시 나카모토의 계정으로 짧은 글이 하나 올랐다. 그 계정 주인은 2009년 자신이 비트코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던 글에 “나는 도리언 나카모토가 아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비트코인을 개발했다고 글을 쓴 ‘사토시 나카모토’와 “나는 도리언 나카모토가 아니다”라고 댓글을 단 ‘사토시 나카모토’의 계정은 일치한다. 즉 사토시 나카모토의 계정이 해킹당하지 않은 이상 댓글을 단 사람은 틀림없는 비트코인 창시자다. 그러나 이 댓글만으로 도리언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창시자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도리언 나카모토가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임에도 정체를 숨기려고 거짓으로 댓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결국 도리안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창시자인지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결정적 증거는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비트코인 재단의 최고기술책임자 개빈 앤드리슨은 한 웹사이트를 통해 “뉴스위크가 제시한 증거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제외하면 모두 정황증거뿐”이라고 말했다.

도리안 나카모토를 비트코인 창시자로 지목한 굿먼 기자조차 “내 기사를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더라면 나 역시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이터의 펠릭스 샐먼 기자에게 말했다. 굿먼은 자신이 공개할 수 없는 것을 포함해 수많은 증거를 수집했으나 모두 기사에 실을 수는 없었으며, 자신은 지금도 도리언 S 나카모토가 사토시 나카모토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토요타, 車 인재양성 위해 13개 대학·고교와 산학협력

2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3“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4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5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6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7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8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9‘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실시간 뉴스

1한국토요타, 車 인재양성 위해 13개 대학·고교와 산학협력

2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3“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4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5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