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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흔들리는 소셜커머스 시장 - 가격 경쟁력↓ 마케팅 비용↑

Special Report | 흔들리는 소셜커머스 시장 - 가격 경쟁력↓ 마케팅 비용↑

그루폰코리아 3년 만에 청산 … 업체 난립에 정부 규제도 부담



2010년 첫 장이 선 소셜커머스 시장은 3년 만에 거래액 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불황기에 움츠러든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쇼핑 할 수 있다는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요즘 상황은 좀 다르다.

벌써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관련 업체가 난립하면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업계 4위인 그루폰코리아는 3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품질은 떨어지고 할인율을 부풀린 허위 광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 건수도 늘고 있다. 각종 규제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다. 성장과 퇴보의 기로에선 소셜커머스 시장을 짚어봤다.

그루폰코리아 직원들은 3월 3일 미국 그루폰 본사로부터 한국법인을 청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이다.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은 2011년 3월 그루폰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 시장을 선점한 쿠팡이나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등 국내 업체에 밀려 줄곧 4위에 머물렀다.

기존 업체들이 TV 광고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배송상품 비중을 높이는 등에 주력해온 반면 그루폰코리아는 미국 본사처럼 레스토랑 할인 등과 같은 쿠폰을 이용한 비즈니스에 주력한 것이 한계로 지목됐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6월 내에 온라인 홈페이지를 비롯해 모든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며 “그루폰의 국내 사업은 최근 인수한 티켓몬스터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폰은 지난해 11월 2억6000만 달러(약 2783억원)에 국내 업계 2위인 티켓몬스터를 인수했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업계 선두권인 쿠팡은 지난해 11월 공정거래 위원회로부터 허위광고로 10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일정수 이상 모이면 제품을 공동 구매해 가격을 할인받는 형태로 출발했다. 미국에선 2008년 그루폰이 처음 선보였고, 2010년 중순 티켓몬스터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쿠팡, 10월에는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 등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소셜커머스 거래액은 2010년 500억원에서 3년만에 거래액 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커머스 거래액은 2조9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가량 증가했다. 소셜커머스는 불황기에 움츠러든 소비자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하면서 영역을 넓혀갔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벌써 위기론이 나온다. 관련 업체들은 성장 정체와 수익 악화에 시달린다.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낮은 진입 장벽과 높은 성장성에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겼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티몬·위메프 상위 3개 업체에 밀려 후발주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한때 700여 곳에 달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는 현재 100여 곳으로 줄었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할인율이나 구매자 수를 부풀리는 허위·과장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관련 피해도 늘고 있다.



티몬 진출한지 3년 동안 2번 매각현재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최저가나 무료 배송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한다. 다른 업체들보다 비싸면 즉시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컨설팅 업체인 리서치애드가 조사한 결과 소셜커머스 상위 3개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에 203억원을 인터넷 광고비로 지출했다.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A증권사 연구원은 “소셜커머스 시장은 상위 3개 업체들 간의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다”며 “시장이 이미 규모의 경제로 접어들어 영세한 업체들이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커머스 시장의 승패 요인은 독자상품이 아닌 기존 상품을 얼마나 싸게 파느냐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초저가 전략에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수익성 개선도 쉽지도 않다. 업계 2위인 티몬이 시장 진출 3년 만에 두 번이나 매각된 것만봐도 알 수 있다. 티몬은 2011년에 매출액 327억원, 영업손실은 577억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2011년 미국 2위 소셜커머스업체 리빙소셜에 인수됐다. 하지만 리빙소셜은 티몬 인수 후에도 적자를 기록해 밑지는 장사를 했다. 결국

리빙소셜은 지난해 11월 2억6000만 달러를 받고 티몬을 그루폰에 매각했다.

온라인 유통 강자들이 자체 소셜커머스를 내놓으며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오픈마켓은 상품 카테고리를 고객이 일일이 검색해서 물건을 찾는 방식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오픈마켓 ‘11번가’는 쇼셜큐레이션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SNS 서비스에 쇼핑을 접목한 형태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골라 개인 피드에 진열하고, 팔로잉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소비자를 친구로 등록할 수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할인마트·온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쇼핑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다 싼가격을 빠른 시간 내에 찾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소셜커머스 시장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티몬이나 쿠팡 등이 소셜커머스의 대표적인 기업 이미지로 굳어져 후발주자들이 자리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유통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를 대상으로 규제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소셜커머스 이용하는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셜커머서스 업체들은 가격이나 할인율 산정의 기준을 모두 표시해야 한다. 상품 판매 화면에 할인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의 출처도 적어야 한다. 예컨데 할인율 옆에 정가와 할인가를 모두 표시해 놓았다고 한다면, 정가 옆에 ‘백화점 판매가격’과 같은 가격의 출처를 적어야 한다는 얘기다.

소셜커머스에 대한 정부 규제와 감독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관련 업체들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응이다. A업체 관계자

는 “일부 기업이 잘못된 판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기업이 그런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 억울하다”면서 “소셜서비스 시장 취지가 공동구매를 통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소셜커머스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가 속속 웹에서 모바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어서다.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중요한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각각 3.9%와 2.7%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올해 10.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티몬이 모바일 리서치 전문기관인 오픈서베이를 통해 실시(2012년 11월~ 2013년 4월)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이용자 중 25.2%가 매일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는 일주일에 3~6회 가량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가 36.8%로 가장 높았으며, ‘다른 쇼핑몰에서 살 수 없는 음식점·미용실 등 지역 서비스 상품들이 있어서’가 36.6%였다.



모바일 앱 이용자 오픈마켓 1.9배모바일 접속자 수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3개 업체의 모바일 앱 월평균 이용자 수는 오픈마켓의1.9배로 나타났다. 또 1월 셋째 주 쿠팡·위메프·티몬 이용자 중 각각 920만명, 700만명, 643만명이 모바일 앱을 이용했다. 이는 다음(621만3412명)과 네이트(325만6822명)의 앱 이용자수를 넘어선 수치다.

최청선 랭키닷컴 팀장은 “소셜커머스 성장의 핵심은 아무 곳도 거치지 않고 일단 방문하고서 구매를 결정하는 이용패턴에 있다”며 “기존 온라인 쇼핑몰들이 아직 모바일 영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소셜커머스 이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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