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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신뢰 잃은 소셜커머스 - 짝퉁 판매에 할인율 뻥튀기까지

Special Report | 신뢰 잃은 소셜커머스 - 짝퉁 판매에 할인율 뻥튀기까지

지난해 소비자 피해 신고 8000건, 규제 강화됐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할인율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매자 수 부풀리기를 금지하는 등의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국내 2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가 2012년 6차례에 걸쳐 호주 신발 브랜드 ‘어그(Ugg)’의 위조 상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다. 판매된 부츠는 총 9000여 켤레로, 금액으로는 약 13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상품기획 담당 직원이 위조품 판매에 개입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쿠팡은 상품관리 소홀과 허위 광고로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쿠팡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9차례에 걸쳐 중국산 제퍼 서류가방을 판매하면서 ‘천연소가죽 소재로 부드럽고’ 등의 허위 광고를 했다. 또 16만9000원짜리를 43% 할인된 가격 9만6000원에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인했다. 같은 기간 쿠팡은 해당 제품 345개를 판매해 3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짝퉁 판매와 할인율을 부풀리는 허위 광고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2010년 52건에서 지난해 8000건으로 늘었다. 심주은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이번에 적발된) 소셜커머스 업체는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대부분 상품을 특가 상품으로 이름을 붙여 판매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지난해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쿠팡·티몬·위메프 상위 3곳이 판매한 80개 상품을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한 결과 24개(30%)가 할인율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비수기에도 성수기 요금을 기준가로 잡거나, 이미 할인 중인 상품을 마치 소셜커머스에서만 싸게 파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당시 위메프는 스파시설·숙박 이용권을 38% 할인해 7만7000원에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숙박업체에서는 동일한 구성의 이용권을 7만84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결국 실제 할인율은 1.8%였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짧은 시간 안에 낮은 가격만 강조하다 보니 소비자가 각종 조건을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고 구입하는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법 규정·제재 수위 강화해야갈수록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면서 공정위도 칼을 뽑아들었다. 공정위는 2012년 소‘ 셜커머스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짝퉁 상품 적발 시 판매가의 110% 이상 보상, 미사용 쿠폰 제시 시 70% 환불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소셜커머스의 고객 불만 응대 처리 목표시간을 48시간으로 줄이고 고객센터 응답률도 85% 이상을 유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피해 접수 건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자율준수 가이드라인 시행 후 피해 건수는 3396건으로 2012년 상반기(3414건)보다 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최현숙 대표는 “자율 가이드라인으로 관리 부분이나 업체들의 자정 노력도 있을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자율 준수사항이라서 업체들이 이를 위반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위반해도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수준에서 머물기 때문에 결국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조가죽 서류가방을 천연소가죽 제품으로 속여 3300만원 어치를 판 쿠팡이 낸 과태료는 1000만원에 그쳤다.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업체는 1곳도 없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2012년 재정한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할인율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매자 수 부풀리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또 쿠팡·티몬·위메프 등 국내 8개 소셜커머스 업체는 자율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심주은 과장은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은 없지만 주요 업체와 이행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은 울상이다.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과 달리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상품에 하자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이 없지만 소셜커머스는 법적으로 제품에 책임을 져야한다.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지만 소셜커머스는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다한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만약 판매자가 맘먹고 속이면 철저히 검증을 한다 해도 가품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직한 사이트 응답 19.8% 불과이렇다 보니 고객들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서도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월 조사한 ‘소셜커머스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소셜커머스가 정직한 사이트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9.8%에 불과했다. 대체로 ‘정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다. 업체들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톱스타 모델을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려 애쓰고 있지만 쉽지않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주로 오프라인상에서도 상시 할인 중인 상품을 ‘정상가 대비 할인’으로 표기하거나 비수기 요금과 성수기 요금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큰 폭으로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할인이 거의 없는 경우 ‘특별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표기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현숙 대표는 “업체가 제시한 기준가와 할인율을 가격비교사이트 등에서 가격을 직접 확인한 후 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신뢰 회복에 나섰다. 위메프는 매출액이 아닌 재구매율을 사업의 핵심 지표로 삼고 인사평가에 고객만족도 항목을 만들기로 했다. 티몬은 단순 배송 상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질 높은 아이템과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티몬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재구매”라며 “소비자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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