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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혁신하는 한국 강소기업들

묵묵히 혁신하는 한국 강소기업들



‘규제 개혁’의 함성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혁파 의지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어떻게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공감대는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 하지만 실제 기대는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됐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확실한 실행 계획들을 마련해 나가길 소망한다.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한국의 기업인들은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강해진 선수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자 희망이다. 세계 시장을 무섭게 뚫고 들어가는 강소기업들이다. 한국 기업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읽어볼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1. 모뉴엘(MONEUAL)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PC 등 틈새형 가전제품을 만드는 ‘히든챔피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일찍이 ‘2007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연설해 유명해졌다. 당시 56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매출은 6년 만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수익성도 놀랍다.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 매출액 순이익률이 10%를 상회했다. 모뉴엘은 애플 방식의 사업을 추구한다. 제품 대부분을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생산하되 프리미엄 전략으로 마진을 높게 잡는다.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형 제품을 내놓고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 모뉴엘은 매년 CES에서 혁신상을 빠짐없이 받기로 유명하다. 혁신형 신제품은 미용보습기·제빵기·식물관리기·컴퓨터쿨러·음향기기 등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다.

모뉴엘의 박홍석(52) 대표는 수행원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바이어들을 직접 만나는 영업을 펼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를 ‘올해 주목할 아시아의 경영자 8인’에 올렸다. 박 대표는 500억원을 들여 올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한다. 직원의 60%를 차지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의 감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2. 쿠쿠전자 전기밥솥·그릴·주전자 등 주방가전업체인 쿠쿠전자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강소기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비싼 고급 제품으로 중국의 최고급 소비층을 뚫는 정공법을 택했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100% 한국에서 한다. 푸쿠(福庫·복을 쌓아두는 창고)라는 현지 브랜드는 뛰어난 밥맛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국 주부들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한국 주부들이 일본 코끼리밥솥에 열광했던 것처럼 말이다.

쿠쿠전자는 ‘7:7:10’이란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편다. 한 해 24만 개의 밥솥을 중국인에게 파는데 7만 개는 한국에서 수입하고, 다른 7만 개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10만 개는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사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먼저 중국의 고급 백화점들을 뚫어 한국에서 들여온 밥솥을 최고가로 진열했다. 가격은 30만원 선. 한국 가격보다 20~30% 높고, 중국 현지생산 제품보다는 2배 이상 비싸다. 그래도 잘 팔린다. 중국 부자들을 겨냥한 명품 전략이 통한 것이다. ‘꿩 대신 닭’으로 중국 현지 생산품도 잘 나간다. 한국 면세점에서 쿠쿠 밥솥 가격은 20만원 선. 중국 관광객들로선 10만원을 버는 일이니 귀국길에 하나씩 사서 비행기에 오르는 게 유행이 됐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조업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신천지다.



#3. ‘별에서 온 그대’ 중국과 동남아에 한류 열풍을 다시 고조시키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작품 로열티와 출연 배우의 개런티가 치솟았다. 다른 한류 작품과 한국 음식·상품 전반에 대한 인기도 키운다.

중국의 지도자들까지 ‘별그대’를 보고 “중국은 왜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하느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거꾸로 보면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 제작 인재가 한국에 많다는 얘기가 된다. 역시 사람이다. 한국에는 좋은 인적자원이 많다. 그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이란 멍석만 더 깔아주면 한국경제는 얼마든지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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