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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AN CEO KIM, KWANG-YONG

TUBAN CEO KIM, KWANG-YONG

토종 애니메이션 라바의 두 주인공 ‘옐로우’와 ‘레드’의 익살스런 몸 개그가 배꼽빠지게 웃긴다. 김광용 투바앤 대표는 25개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데 이어 극장용 제작에도 나섰다.



3월 1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투바앤 사옥 1층 사무실에 직원 80여 명이 모였다. 애니메이션 라바 시리즈의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다.

투바앤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시사회를 보기 위해 이 방을 찾는다고 한다.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직원들을 통해 검증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잠시 후 시사회 방에서 박수갈채와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성공했나보네요.” 라바 캐릭터 상품으로 꾸며진 게스트룸에서 만난 김광용(50) 투바앤 대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시사회가 항상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신랄하게 비판할 때도 있다. 그때는 직원들의 지적을 반영해 전격 수정에 들어간다.

2011년 3월부터 9월까지 KBS1에서 시즌1이 방영된 이후 불과 2년 만에 세계 97개국의 TV 방영권을 따낸 라바도 이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다.

라바(Larva)는 영어로 애벌레를 뜻한다. 애벌레를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투바앤의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맹주공 감독이 이끄는 스토리팀에서 나왔다.

당시 인원은 감독 포함 4명. 처음부터 애벌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지 않고 흔하지 않은 캐릭터를 찾다보니 의견이 벌레로 모아졌고, 애벌레 ‘라바’가 탄생했다.

라바의 주인공은 뉴욕의 52번가 횡단보도 아래 하수구에 살고 있는 두 마리의 애벌레 ‘옐로우’와 ‘레드’다. 시즌1은 총 104편으로 제작됐으며 러닝타임은 1분30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들은 대사 없이 익살스러운 몸 개그(슬랩스틱)를 펼친다. 물론 여기에 신나는 음악이 더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대사를 과감히 없앤 건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투바앤의 전략이었다. 이 전략이 맞아 떨어져 투바앤은 곧 52편에 러닝타임이 2분30초로 늘어난 시즌2를 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KBS1에서 방영했다.

라바의 인기는 캐릭터 상품으로도 알 수 있다. 현재 라바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 출시한 상품만 1000여 종에 이른다. 라바가 짧은 기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웃음’ 덕분이다.

“라바는 인터넷과 모바일용으로 처음 제작됐습니다. 주요 타깃은 휴대전화를 조작할 수 있는 청소년 이상이죠. 우리는 그저 2분가량의 영상을 사람들이 보고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김 대표의 이런 제작 목표는 라바에 잘 반영됐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꼽는 라바의 성공 요인 역시 ‘재미’다. 박병우 한국콘텐츠진흥원 애니 캐릭터 팀장에게 라바가 성공 이유를 묻자 바로 “재미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중이 특정 콘텐트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라바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라바는 세상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옐로우’와 ‘레드’를 고무인형으로 만들어 자동차 뒷좌석에 장식하거나 술병에 끼워서 다니는 동호회가 대표적이다.



중국 등 25개국과 라이선스 계약사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홍익대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3년 컴퓨터그래픽(CG)을 전문으로 하는 광고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CG로 CF나 영화의 특수영상을 만드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리고 2001년 독립해 CG회사 ‘넓은벌동쪽’을 설립했다.

“넓은벌동쪽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그렇다보니 부가가치가 좀 더 높은 사업이 뭘까 고민했습니다. 당시 온라인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놓고 저울질했죠. 그중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이라고 판단돼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콘텐트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넓은벌동쪽’을 운영하면서 두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회사를 설립하고 2년 만에 무리하게 토지를 매입해 사옥을 짓다가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사옥은 완성됐지만 주요 거래처였던 제일기획과 휘닉스컴 두 곳이 거래 중지를 알려왔다. “위기를 넘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조직 축소입니다. 거래처가 끊겼을 때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김 대표가 이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애니메이션에 손대기 시작한건 2005년이다. 그리고 2년 후인 2007년 투바앤을 설립했다. 사업 초기에는 수익보다는 투자가 더 많아 자금력 부담이 제일 컸다. 그리고 공들여 선보인 애니메이션 ‘오아시스’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김 대표를 박병우 한국진흥원 애니 캐릭터 팀장은 “한결같다”고 평가한다. “‘오아시스’가 기대만큼 잘 되질 않아 빚이 많았는데도 힘든 내색하지 않았어요. 라바가 성공한 후에도 변함없고 겸손합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공격적이라고 박 팀장은 들려줬다. “김 대표가 인터넷과 모바일용 라바 애니메이션 제작에 30억원을 투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콘텐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직원들이 내는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취사선택하는 것 또한 경영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생각을 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직원과의 대화다. 김 대표는 젊은 직원의 생활방식과 트렌드, 그리고 회사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부서간 회식자리를 일주일에 3번 갖는다. 그리고 이는 곧 대표와 직원과의 벽을 없애는 과정이다. 그는 벽이 없어야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콘텐트에 대한 자신감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라바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2011년 국내 공중파로 처음 전파를 탄지 2년 만인 지난해 1월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시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서다. 투바앤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해외 곳곳에서 보낸 댓글이 달렸다.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이 많다. 이를 계기로 투바앤은 해외에 빨리 진출할 수 있었다.

해외 진출 6개월 만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 등 21개국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는 25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3월 25일에는 진출이 쉽지 않은 일본과 계약을 마쳤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방영권이 아닌 사업권 계약을 맺었다. 중국에서는 라바 시즌2로 제19회 상하이 TV 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덕분에 투바앤의 매출은 불황을 모르고 매년 오름세다. 2011년 기준 27억원에 불과했던 투바앤의 매출액은 2012년 3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70억원으로 1년 사이 두 배가 늘어났다. 올해는 12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만큼 라바의 로열티 수입도 증가 추세다. 2012년 20억원에서 2013년 60억원으로 3배나 늘었으며, 올해는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투바앤은 내다본다.

이제 라바 캐릭터의 수명연장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김 대표가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 마켓에서 인정을 받아야 롱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 마켓에 투자하고 있다.

박병우 팀장은 라바가 19세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랑받는 톰과 제리의 한국판 캐릭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캐릭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캐릭터도 연예인처럼 관리가 필요합니다. 뽀로로도 철저한 캐릭터 관리가 한몫했습니다. 뽀로로는 영유아가 타깃이기 때문에 장난감이라도 총이나 칼 등 무기에는 캐릭터를 절대 쓰지 않았습니다. 라바도 캐릭터의 익살스러움은 유지하되 적절하게 관리해야 오래 갈수 있습니다.”

이제 투바는 라바의 콘텐트 다양화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그 첫 번째가 시즌3에 해당하는 ‘라바 인 뉴욕’이다. 투바앤은 올 8월을 목표로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라바 인 뉴욕’은 다른 시즌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TV의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극장 데뷔다. 현재 투바앤은 라바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봉 시기를 올 겨울방학으로 잡고 있어 곧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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