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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CURRENCY - 비트코인의 원대한 책략

CRYPTOCURRENCY - 비트코인의 원대한 책략

통화이면서 기반 기술 ... 당장은 문제가 불거지지만 장기적으로 더 빠르고 싸고 글로벌한 결제 시스템이 된다
지금은 2만 명 안팎의 상인이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다. 사진은 홍콩 비트코인 거래소의 직원.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해 우려하는 점은 3가지다. 변동성, 국경없는 통화라는 개념, 컴퓨터로 돈을 ‘채굴’할 수 있다는 엉뚱함이다. 하지만 모두 그 비밀통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기 위한 기발한 책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그것이 먹혀 들고 있다. 맞다, 우리는 책략에 넘어가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언젠가는 할머니, 일자무식의 이주 노동자 그리고 삼척동자까지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이 신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실력자 3명과 비트코인을 두고 토론한 결과 내가 얻은 교훈이다. 첨단기술 투자가 마크 안드리센, 코인베이스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세컨드마켓 최고경영자 배리 실버트다. 모두 비트코인이 글로벌 상거래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오리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또한 워런 버핏 같은 몇몇 현인들도 장기적인 중요성을 못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TV에서 비트코인을 평가절하한 버핏이 단기적으로 기이한 측면 밖에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안드리센이 내게 설명했듯이 비트코인은 기반 기술이다. 다른 구조물의 토대를 이루는 인프라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을 구현케 하는 프로토콜(규약) 또는 전력 시스템을 이동하는 교류 전류와 같다. 그러나 단순히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방식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있다. 전력체계를 이용하는 기술이 발명돼야 그런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전력망이 없다면 전기 기기를 개발하려는 사람도 있을 리 없다. 토머스 에디슨은 전구와 전력망을 거의 동시에 발명해야 했다.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통화는 전구다. 그리고 비트코인 기술은 전력망이다. 둘 다 동시에 발명돼야 했다. 이 스토리에는 정말로 비트코인 팀의 기지가 번득이는 부분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전구를 원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전력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변동성 문제부터 짚어보도록 하자. 지난 1년 사이 비트코인 시세는 북한이 시험 발사한 미사일보다 더 많은 급등과 급락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비트코인이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지 모른다. 반면 투기꾼처럼 그런 변동성에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비트코인 책략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비트코인에는 부팅 메커니즘이 필요했다”고 암스트롱이 내게 말했다. “비트코인을 캐기 위한 골드러시가 바로 그런 부팅과정이었다.” 비트코인 가치가 빠르게 오른다는 인식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들은 사용할 데가 거의 없으면서도 그 통화를 매입함으로써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 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상인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초기 매입자들에게는 그런 유용성이 필요 없었다. 그들이 사들인 이유는 비트코인이 대박 투자가 되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트코인 보급의 출발점이 됐다.

비트코인 매입자가 늘어나면서 가치도 상승했다. 그것은 또 다시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상인들은 용감하거나 불법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러나 고객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쓰고 싶어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상인들 사이에 점차 퍼져나갔다. 그러자 주류 상인들이 그것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거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신용카드 업체들은 결제할 때마다 3%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 사람과 상인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상인과 이용자가 그 시스템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2만 명 안팎의 상인이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다. 코인베이스는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쉽게 구입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그것을 지갑으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비교적 작은 숫자이지만 비트코인 보급에 탄력이 붙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 여전히 비트코인을 인프라라기보다 통화로 더 많이 인식하는 편이다. 금이나 유로화처럼 매입하는 재화로 여긴다. 다른 통화 대비 시세가 오르내리게 된다. 그것은 투기꾼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좋지만 비트코인을 일반 대중에게 보급하는 데는 큰 핸디캡이 된다.

내 엄마가 비트코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핸디캡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비트코인 식의 사고를 원치 않는다. 내 수중에 있는 달러로도 충분하다. 그 달러가 얼마의 가치를 지녔는지,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잘 안다. 아이폰 보유자들은 윈도 기반의 세컨드 폰을 원치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사람이 그런 세컨드 통화를 원치 않는다.

비트코인은 거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신용카드 업체들은 결제할 때마다 3%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사진은 비트코인 ATM기 스크린.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금방 등장한다. 가령 ‘하키멍키(하키용품 전문매장)’에서 100달러짜리 헬멧을 구입하려 한다 치자. 헬멧 가격은 내가 잘 이해하는 달러로 표시된다. 하키멍키 측에서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아니면 비트코인을 이용해 3%를 할인 받을 수 있다고 선택권을 줄지 모른다. 하키멍키가 비자나 마스터카드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다.

비트코인 구매를 선택할 경우, 결제 직전 코인베이스 같은 소프트웨어가 내가 가진 달러를 1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으로 교환한다. 그리고 즉시 하키멍키에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사실상 나는 비트코인을 보지도 못하고, 그 변동성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하키멍키에게 지급되기 전 몇 초 동안만 소유하게 된다.

그것이 주요한 사용방식이 되면서 대다수 사람이 더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여기지 않게 된다. 기존 방식보다 더 빠르고 싸고 글로벌한 결제 시스템이 된다. 그것이 신용카드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안드리센은 믿는다. 그런 결제시스템이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비트코인에 하나의 시장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달러나 유로 또는 엔과 끊임없이 즉시 대량으로 교환될 수 있는 든든한 시장이다. 든든한 시장이 형성되려면 비트코인이 거래와 투기가 가능한 ‘통화’가 돼야한다. “비트코인을 통화와 기술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실버트가 말했다. “비트코인에는 항상 통화 기반이 필요하다.”

따라서 커다란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비트코인이 출범하기 위해선 먼저 통화가 될 필요가 있었다. 그 다음 널리 보급되려면 통화가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러나 통화가 아닌 듯이 보이려면 통화가 돼야 한다.

채굴 문제는 어떻게 되나? 표면상 컴퓨터 전문가가 집 지하실에 업무용의 고성능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 거대한 알고리즘을 연산하기만 하면 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듯이 보인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달러 위조를 허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채굴은 원대한 비트코인 책략의 일환이다. 비트코인에는 중앙 컴퓨터 시스템도, 관할기구도, 조폐국도 없다. 비트코인 보유와 거래를 모두 추적하고 검증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 자원을 어떻게 구할까? 비트코인의 컴퓨터 처리작업을 개인들에게 맡겨 거기서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것이 채굴자들이 담당하는 일이다. 일부 비트코인을 직접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약속으로 그들을 꼬드겨 비트코인용 컴퓨터를 제작하도록 했다.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한다. 이것이 번뜩이는 동기유발 메커니즘인지 아니면 거대한 조작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어쨌든 잘 먹혀 들었다.

사실상 비트코인 구상 자체가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동해온 듯하다. 워런 버핏 같은 회의론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비트코인은 내가 경험한 중에서 가장 전염력이 강한 개념 중 하나”라고 실버트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감염됐다. 이 칼럼도 거기에 전염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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