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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INE -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라

MEDICINE -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라

어린이 5명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신체가 마비됐지만 아직도 주범을 찾지 못했다



2012년 11월 두살배기 소피아 자비스가 곧 숨이 넘어갈 듯 쌕쌕거리기 시작했다. 소피아가 숨을 못 쉬고 헐떡이는 동안 깜짝 놀란 엄마가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 밝은 오렌지색 곱슬머리 소녀는 결국 집중치료실로 실려갔다.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상을 회복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천식이라는 간단한 진단을 내린 뒤 약간의 약을 쥐여주고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자택으로 돌려보냈다.

며칠 뒤 소피아가 장난감 상자로 손을 뻗치던 중 갑자기 팔 동작이 정지됐다. “아이의 팔이 움직이던 중 딱 멈추는 광경을 지켜봤다.” 엄마 제시카 토메이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소피아는 지금은 4살이지만 아직도 팔을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변함없이 활달하다. 그 팔에 레프티(Lefty)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2012년 8월~2013년 7월 캘리포니아주의 어린이 5명에게 갑작스런 마비가 발생했다. 소피아 외에 다른 4명의 증상은 더 심했다. 한 아이는 사지가 모두 마비됐다. 표면상 모두 소아마비와 상당히 유사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소아마비바이러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때는 1979년이었다. 그리고 아이들 5명 모두 예방접종을 받았다. 무엇이든 간에 소아마비는 아니었다. 뭔가 희귀하고 필시 새로운 병이었다.

환자가 20만 명 이하일 경우 ‘희귀’병으로 간주된다. 하나의 분류 항목으로 볼 때 희귀병은 사실 상당히 흔하다. 많은 대학과 공중 보건 단체에서 희귀병을 하나의 항목으로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을 둔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추산으로는 알려진 6800종의 희귀병 중 하나로 고통 받는 미국인이 2500만 명을 웃돈다.

알려진 희귀병의 경우만 그렇다는 말이다.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질병들도 많다. 음식·배설물 또는 침을 매개로 해서 미지의 병원균이 몸 안으로 침입해 체내 세포에 들러붙는다. 무해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몇몇 사람의 경우에 이상을 일으킨다. 어쩌면 유전적 소인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의사가 운 좋게 문제를 찾아낸다 해도(그리고 어쩌면 새 병명을 붙인다 해도) 치료법이 없을지 모른다. 캘리포니아주 다섯 어린이의 진료를 담당한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 신경학자 엠마누엘 워밴트가 말했다. 때로는 “어떤 치료를 동원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고 그녀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바이러스 학자들에게 수수께끼 질병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어둠 속에서 미로를 헤매하는 것과 같다.
소피아와 다른 아이들의 경우가 그랬다. 워밴트와 스탠퍼드대 신경학자 키스 밴 해런이 최근 연구에서 그들의 사례를 설명했다. 다섯 어린이의 마비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은 지금껏 없었다. 치료를 향한 첫걸음은 원인 파악이다. 아이들 중 2명의 경우 검사 결과 엔테로바이러스-68(EV68)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같은 과인 엔테로바이러스에 속하며 소아마비바이러스의 먼 사촌이다. 소피아와 다른 두 어린이의 경우 병명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워밴트에 따르면 아이들에 대한 초기 치료가 검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그 때문에 그녀의 의료팀은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그레고리 M 엔스 박사는 스탠퍼드대 유전생화학 프로그램 책임자다. 바이러스가 누구의 세포에는 들러붙고 누구에게는 안붙는 원인의 규명은 대단히 어려운 연구 과제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바이러스 학자들에게 수수께끼 질병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어둠 속에서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추측과 확인, 표본을 채취해 일치하는 케이스가 있는지 테스트하는 작업이다. 진단명이 없는 세 어린이의 경우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 3명의 환자에게서 정확한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한 감염 증상이 나타난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워밴트가 말했다. 바이러스들은 치고 빠진다. 즉시 표본을 채취하는 게 중요하다. 한 가지 설은 미지의 엔테로바이러스 유형일 가능성이다. “지난 10년 사이 아시아와 호주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소아마비 유사한 증상이 발생했다. 새로 확인된 엔테로바이러스 균주가 거기에 관련됐다.” 밴 해런이 한 성명에서 말했다.

미국에서도 과거 엔테로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있었다. 20세기 초·중반에 가장 심했다. 소아마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한창일 때는 연간 3만5000명이 쓰러졌다. 1962년 들어서야 가라앉기 시작했다. 세균학자 앨버트 세이빈의 백신이 허가를 받았을 때였다. 거의 즉시 소아마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 바이러스가 완전히 근절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그러나 동시에 새 엔테로바이러스 균주가 등장했다.

1962년 말 쌕쌕거리며 숨 쉬는 어린이 4명이 캘리포니아주의 한 병원으로 실려왔다. X선 검사 결과 폐에 점액이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파라인플루엔자 또는 모세기관지염에 걸린 듯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소아마비가 아닌 건 확실했다.

미국 각지의 연구 의사들이 조사를 위해 찾아왔다. 아이들의 인후에서 샘플을 채취해 붉은털원숭이의 콩팥 세포에서 배양했다. 한 주가량 뒤 원숭이 세포들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작고 기다랗던 것이 크고 둥그런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그들은 판정했다.

훗날 이 바이러스는 엔테로바이러스(EV)-68로 명명됐다. 수십 년이 지나 최근 5명의 어린이 중 2명이 감염된 바로 그 바이러스다. 1962년 이후 의료 기록에 다시 등장한 EV68은 예외적인 발병 사례들뿐이다. 2008년과 2009년 필리핀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사례가 지금껏 가장 최근이었다. 21명의 어린이가 감염됐다고 연구원들이 학술지 ‘신생감염질병’에 썼다. 그중 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EV68 감염자 중 마비를 일으켰다고 알려진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

소피아의 아빠 제프 자비스, 오빠 2명 등 나머지 가족은 모두 건강하며 항상 건강했다고 엄마가 말했다. 의사들은 가족이 모두 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왜 소피아만 감염되고 나머지는 멀쩡한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큰 퍼즐이 있다. 엔테로바이러스는 흔히 경미한 증상을 초래하거나 또는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데 왜 EV68 바이러스는 두 어린이의 척수를 공격해 마비시켰을까? “대다수 EV68 환자는 양성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편이다. 이들 중 극소수만 소아마비 유사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워밴트가 말했다. “또한 바이러스 유전자에 어떤 돌연변이가 생겨 그것을 더 향신경성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신경 조직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한편 소피아의 부모는 아이의 팔을 자극하기 위해 갖가지 치료법을 시도해 봤다. “매일 아이에게 전극을 연결한다”고 엄마 토메이가 말했다. 위 피트(닌텐도 헬스 게임기)도 한다. 인도에서 소아마비 환자를 침술로 치료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조숙한 네살배기 소녀 소피아는 자기 팔이 마비되어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 경험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커서 신경외과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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