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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INE - 동물실험을 줄여라

MEDICINE - 동물실험을 줄여라

윤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한계가 뚜렷한 방법 ...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이 더 구체적인 결과 보여줘
매년 과학연구에 2500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된다.



동물실험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195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1949년에는 90% 이상이었지만 2013년에는 불과 57%로 하락했다. 그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청년세대에서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많은 과학 연구자들은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과학계 내에서도 거의 똑같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과학연구에 2500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된다. 그중 최소 일부라도 줄이기 위해 혁신적인 학문융합 기술을 이용하는 연구소가 갈수록 늘어난다.

여기에는 실제로 동정심과 윤리의식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견인하는 동력은 우수한 과학연구의 특징인 개선 노력이다. 2014년 들어 과학계의 연구개발이 동물실험의 한계에 발목을 잡힌 듯하다. 그 관행이 여전히 실효성이 있는지 다수가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명백한 문제는 리서치에 사용되는 동물과 인간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차이다. 생쥐와 인간의 체내 작용이 비슷할지 모르지만 결코 똑같지는 않다. 이 같은 제약조건은 합성으로부터 처방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부작용이 간과되고 수백만 달러가 낭비된다. 동물실험 단계에서 새로운 화학물질이 안전하다고 간주되더라도 인간을 위한 약품으로 승인될 확률은 8%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물실험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거의 모든 약품평가 과정에 동물실험을 의무화한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약을 말하더라도 필시 생쥐 실험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

동물실험에서 탈피하려면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생명을 약간 더 추상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대표적인 사례는 이른바 ‘가상환경 모델링(in silico modelling)’으로 불린다. 복잡한 듯하지만 사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뜻하는 그럴싸한 용어에 불과하다. 수 세기에 걸친 연구와 수십 년 간의 컴퓨터 기술 혁신이 이뤄진 결과 지금은 고급 알고리즘으로 다수의 생물학적 반응을 모방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질병연구, 약품개발, 화학실험에서 동물 대신 첨단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PETA(동물의 인도적인 취급을 바라는 사람들)와 함께 일하는 세포 및 분자 생물학자 에이미 클리핑거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컴퓨터 모델들이 수백 만 마리의 동물을 독성검사 실험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했다.”

그러나 기계는 결코 생쥐가 해내는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더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는 대사산물 감식(metabolite profiling)이다. 우리 몸이 특정한 약품을 처리하려 할때 체내에 정확히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과학자들이 규명하려 노력한다. 화학물질이 소화된 뒤 궁극적으로 간에 반응을 일으켜 수많은 이른바 대사산물을 만들어낸다. 그중 일부는 독성을 지닌다. 대사산물 감식은 이들 불량 종자를 식별해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오랫동안 동물실험이 이와 같은 프로필을 추출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실험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잠재적 부산물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용성이 높은 대사산물은 놓치기 쉽다. 기존 용액에서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화학자들은 불편하리만큼 주먹구구식에 가까운 과정에 의존하게 된다.

“화학자가 체액에서 이들 대사산물을 분리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약업계에서 25년간 일한 베테랑 화학자 뮤컨드 콜게이드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극소량만 남게 된다. 그리고 이제 손 안에 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된다.”

콜게이드는 임상정보 업체 엠피리코의 최고과학책임자로도 일한다. 이 같은 조사과정의 고도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자기인생의 후반부를 바쳤다. 동물에의 의존을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2013년 돌파구를 찾았다.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했다. 우선 이들 대사산물을 생성할 수 있는 간 세포로 시작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개월간의 개발작업을 거쳐 현재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화학합성 간(chemosynthetic liver)”이라는 화합물을 손에 넣었다.

그 혁신기술이 동물 매개체를 대신한다. 동물의 간을 통해 생체반응을 알아보는 대신 이제는 화학합성 간에 그 약을 투여해 반응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실험 모델은 결과의 윤곽만 보여주지만 화학합성 간은 더 명확한 결과를 보여준다. “상당히 정밀하게 구조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어림짐작으로 이뤄지는 일은 전혀 없다”고 콜게이드가 설명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대사산물을 식별해낼 수 있는 미래를 그린다.”

한 샘플 실험에서 화학합성 간을 이용해 특히 악성의 대사산물을 가려낼 수 있었다. 개발자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엄청난 시간의 연구를 허비할 뻔했다. 검사결과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구체적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략 생쥐 1000마리와 강아지 100마리가 필요했을 성싶다.

비록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이 방법은 50회의 비슷한 표본 연구에서 이미 실효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FDA 승인과정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하버드대 비스 연구소의 비슷한 노력과 맞아떨어진다. 연구소 과학자들이 현재 ‘반도체 칩 위의 장기(organson-chips)’를 개발 중이다. 중요 장기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메모리 스틱만한 작은 생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생체 인간 세포의 미세유체채널(microfluidic channels)을 투명 중합체 속에 띄우는 방식이다. “제약업계에는 실험실에서 약품 후보를 가려내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그들은 썼다. “이들 마이크로칩이 언젠가 전통적인 동물실험에 비해 더 정확한 대안을 이룰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방안으로는 칩 기반 허파, 칩 기반 심장, 칩 기반 콩팥, 심지어 칩기반 두뇌도 있다. 10개의 초소형 시스템을 구축해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전신의 생리기능을 모방하려는 목표다. 굳이 말하자면 ‘칩 기반 인간’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기술을 감안하더라도 동물실험이 완전히 없어지리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리 진보적인 과학자라도 수많은 과학분야에서 동물들이 여전히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한다. 예를들면 유전공학,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변성 질환의 연구다. 동물이 없다면 이들 분야의 연구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정책입안자와 과학 당국도 같은 생각이다. 미국 과학계는 동물실험을 피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관행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한다고 말할 뿐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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