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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우리의 DNA 정보가 유출될까

다음엔 우리의 DNA 정보가 유출될까

개인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낮아지면서 용도가 많아져 ... 그에 따라 정부기관에 의한 남용과 오용 사례도 늘어날 전망
수많은 부모들이 산전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 심각한 질병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우리는 매일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온라인 쇼핑, 페이스북 ‘좋아요’를 통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한다. 그것을 추적하는 것만도 벅찬 일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우리의 쇼핑 습관뿐 아니라 DNA를 비롯해 기타 우리 신체와 행동에 관해 수집된 지극히 개인적인 데이터까지 입수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단백질과 세포의 내부 작용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정부를 비롯한 기관들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까? 그것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또는 남용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게 될까? 미래의 에드워드 스노든(국가안보국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 직원)이 등장해 말해줘야 알게 될까?

다음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몇 년 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사이버유전학 교육을 받은 한 젊은 분석가를 고용한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DNA 프로필을 샅샅이 훑는 임무를 맡긴다. 테러리스트와 스파이 등 요주의 인물을 가려낼 만한 지표를 검색하는 임무다. 간단한 일이다. 거의 모든 미국인 말고도 수십 억 명이 자신들의 모든 유전체 정보(세포의 모든 A C T 그리고 G)를 방대한 새 디지털 건강 네트워크 중 하나에 저장했기 때문이다. 의료 데이터계의 새 구글과 버라이즌(대형 통신사)들이다.

개인 DNA 프로필의 전체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자동차 세차만큼 싸지게 된다. 고급 자동차와 호텔에는 광센서가 설치될 가능성이 크다. 고객 피부 세포에 있는 DNA의 작은 부위를 신속히 판독하는 장치다. 고객의 신원을 확인해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다. 은행에선 DNA 안전 계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정확한 유전자 암호를 가진 사람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미래 세계의 사람들은 유전학에 기초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구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누가 그 정보에 접근하느냐에 관한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고용주? 보험사? 정부? 배우자 또는 애인?

NSA의 신참 분석가는 일급기밀 취급 허가를 받는다. 그리고 NSA가 테러 용의자뿐 아니라 국가수반, 재계·학계·예술계·언론계 지도자들의 유전자 기록에도 접근했음을 알아낸다. 고민하던 분석가는 휴가원을제출한다. 암호화된 나노칩에 일급 사이버 유전자 문서들을 담아 들고 중립국가로 날아간다. 에드워드 스노든과 마찬가지로 그 데이터를 기자에게 건네준다. 자신이 목격한 부당 행위를 바로잡으려는 기대에서다.

좋든 나쁘든 아직 그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로선 유전자나 기타 개인의 분자 데이터를 검색하는 월드와이드웹 또는 어디서나 누구의 유전자 데이터든 열람할 수 있는 글로벌 무선 네트워크는 없다. 정부나 어떤 공공부문도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치면 기술 수준이 1985년께 다시 말해 지극히 초보단계에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미 유전체학을 이용해 유방암과 황반변성 같은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한다. 수많은 부모들이 산전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 배아나 태아에 테이-삭스병(흑내장성 백치)이나 취약X 증후군(정신지체를 유발하는 유전성 질환) 같은 심각한 질병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과학자들은 암성 종양의 돌연변이를 가려낼 수 있는 유전적 지표를 발견했다. 의사가 특정한 화학요법 약품을 환자 자신의 DNA 돌연변이에 집중적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몇몇 경우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유전학을 하나의 리서치 프로젝트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졌다. 제약업계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같은 정부 기관들이 수천 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AT&T·버라이즌·IBM을 비롯한 정보기술 대기업들이 디지털 건강 네트워크와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편 수천 개 신생 벤처기업들 사이에서도 디지털 건강 네트워크와 앱을 개발하는 미니 열풍이 불고 있다.

구글의 후원을 받는 23앤드미 등 일부 기업은 고객 개인의 유전자 데이터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23앤드미는 유전자 건강 데이터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이들 검사 중 일부에 승인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은 뒤였다. 연구소와 기업들은 또한 광파 또는 몇 방울의 혈액 샘플을 이용해 짧은 DNA 염기서열을 판독하는 장치의 개발에 나섰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업체 일루미나가 지난 1월 새로운 발표를 했다. 불과 1000달러에 전체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비싸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10년 전만 해도 인간 유전체 하나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수억 달러가 들었다. “곧 100달러짜리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나오리라고 예상한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심장전문의이자 유전학자인 에릭 토폴이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퓨처메드 회의 강연에서 말했다. “얼마 뒤에는 비용이 불과 몇 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다.”

올해 자신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5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몇 년 사이 정부와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검사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영국은 2017년까지 주민 10만 명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의료그룹 카이저 퍼머넌트가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와 공동으로 환자 10만 명의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언젠가는 우리의 DNA와 디지털 건강 기록에서 만들어지는 산더미 같은 데이터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페이지(또는 미래의 유사 서비스)로 연결된다. 우리가 착용하는 의류와 구두에도 연결된다. 그리고 진화한 형태의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서비스)에서 공유된다. 원치 않더라도 실상 우리는 매일 이런 유형의 정보를 그런 기업들에 넘겨준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속 받고자 한다면 그 대가로 계속 데이터를 교환해야 한다.

그에 따라 몇 년 뒤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통계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폭력이나 테러 성향이 있는 사람 등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성격 유형을 식별하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의료보험사와 고용주들이 DNA를 이용해 사람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그 외에는 보호막이 거의 없다.

유전적 예측이 완벽하거나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지는 않을 듯하다. 알고 보면 DNA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또는 어떤 사람이 될지를 나타내는 등식의 일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 감식으로 테러범이나 기타 성격 유형을 식별하는 방법은 또한 부정확하고 오류투성이일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에 관한 데이터가 더 축적될수록 예측을 제시하는 분석기법의 정확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른바 ‘전사 유전자’인 MAOA 유전자 변종의 예를 들어보자. 2008년의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그 변종이 몇몇 사람의 폭력적인 성향과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 같은 상관관계의 통계적 강도는 높지 않다. 그리고 그런 유전적 지표를 지닌다고 해도 오히려 극단적인 평화주의자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가령 이 같은 유전자 변종의 보유자인 당신이 어느 날 오후 옛 팔레스타인 특공대 출신의 외교관이 쓴 글에 “좋아요” 단추를 눌렀다고 하자. 그리고 한 시간 뒤 알카에다에 관해 호기심이 생겨 잠깐 구글 검색을 했다. 그뒤 NSA의 어떤 검색 알고리즘이 당신의 소셜미디어 데이터와 당신의 DNA를 연관 짓는다면? 그 뒤로는 교통안전국(TSA)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연말연시 휴가를 맞아 고향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하나의 가설적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 및 공공부문의 수많은 관계자들이 더 크고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대가 급속히 다가온다. 따라서 우리의 건강 정보가 난도질 당해 부정확하게 또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데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젠 이런 유형의 데이터 문제를 공론화해서 투명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어느 날 아침 잘 자고 일어난 뒤 NSA가 또 다시 우리를 사찰해 왔다는 뉴스를 읽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누구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냈는지에 관한 정보가 아니다. 우리 세포 안쪽 깊숙이 숨겨진 비밀들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에 관해 많은 사실을 말해주는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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