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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손발 묶어라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손발 묶어라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진격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버금가는 전략적 실수다. 서구의 나약함을 믿고 행동에 나선 러시아 정부는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분할에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뿐 아니라 러시아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푸틴은 시리아와 이란 사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거둔 전략적 승리에 도취했다. 소련의 전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드 브레즈네프가 지미 카터를 만만히 보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듯이, 푸틴은 오바마가 자신과 맞설 근성이 없음을 정확히 간파했다.

그러나 브레즈네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끔찍한 오판이었다. 미국은 대 소련 밀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모스크바 올림픽 참가 보이콧(여기에 많은 국가들이 동참)에 나섰다. 위험할 정도로 허술한 미군의 재정비 노력도 시작됐다. 카터의 뒤를 이은 로널드 레이건은 소련에 대항할 병력을 증강했다. 결국 소련은 냉전에서 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터보다 훨씬 무력하고 미숙하지만, 적어도 소치에서 개최될 G8(주요 8개국) 예비회담 참가 유보에는 동의했다.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경제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벌써부터 쇠약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제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진격한다면 제재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G8은 러시아를 빼고 G7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루블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엄청난 하락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1998년 루블화 폭락으로 옐친 정권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푸틴은 돌아봐야 한다.



•자본도피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을 비롯해 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에 있는 재산을 좀 더 안전한 곳, 즉 조세피난처 같은 곳으로 보내 은닉하려 들 것이다. 러시아의 성장 잠재력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 접근성 러시아 기업은 서구 금융기관의 자본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막거나 제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러시아 기업의 거래능력과 성장이 훼손될 것이다. 자금을 도피처에 숨기는 일 또한 어려워진다. 국제 사회는 축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올리가르히와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의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



•천연가스 러시아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어 쉽게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황은 곧 변할 것이다. 미국은 액화천연가스 수출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향후 유럽에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수압파쇄법(셰일 층에 함유된 원유 추출 기술)에 대한 제한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는 줄어든다.



•교역 교역 파트너들은 정경유착이 횡행하는 러시아 기업과의 거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러시아 신흥재벌은 자유롭게 서구를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 비자 발행을 금지하거나 전면 제한한다면 이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천연자원의 저주 원유와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러시아가 가진 풍부한 천연자원은 보다 다양한 경제 부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했다. 서구와의 관계 악화는 경제구조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사일방어체계 러시아를 달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와 폴란드를 미사일방어체계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 된 만큼, 오바마(또는 후임자) 대통령은 결정을 취소하고 미사일방어체계 확장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 혁명 때 집권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야당은 심각한 부패로 기회를 날려버린 전적이 있다(우크라이나의 부패는 러시아보다 심각하다). 덕분에 쫓겨난 친러시아 세력은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친러시아 여당은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끼쳤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관망하며 서서히 영향력을 강화했어야 했다. 그는 너무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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