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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에세이 - 장수 기업을 향한 꿈

CEO 에세이 - 장수 기업을 향한 꿈



담백하고 시원한 맛, 오이지와 부추가 잘 어우러진 맛, 위에 부담이 없으니 더욱 좋다. 북어국. 생각만 해도 입맛이 돋구어진다. 덤으로 얹어주는 국물은 그야말로 훈훈하다.

손님이 항상 북적거려 추운 겨울 날 밖에까지 늘어진 줄을 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서울 무교동의 한 북어국집 이야기다. 입구 문 위에 ‘Since 1968’이라고 적힌 조그만 간판이 있다. 47년 동안이나 단일 메뉴로 장사를 해온 비결이 궁금하다.

11시간 이상을 비행한 후 프랑스 파리에 내리면 숙소에서 짐을 두고 바로 달려가는 곳이 있다. 샹제리제 거리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1893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1989년 처음 프랑스에 상륙했다. 연간 600만명의 손님이 방문하는 홍합 요리 전문점 ‘레옹 드 브뤼셀(Leon De Bruxelles)’이다.

짭짤한 홍합 국물과 그 속의 싱싱한 홍합은 빈 용기 안에 수북이 까만 껍질을 쌓을 정도의 양이지만 식후 속은 편안하다. 매일 8t의 홍합을 요리에 쓴다니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홍합 요리와 더불어 맛있는 맥주를 한두 잔을 곁들이면 그 조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67개의 프랑스 지점을 넘어 2012년 영국 런던까지 진출했는데 한 세기 이상 장수 식당으로 버텨온 비결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곤 한다.

‘생선이 신선하지 않다면 그건 레갈 식당이 아니랍니다’라는 자신감 있는 문구와 더불어 연도별 역사가 상세히 나열된 연표(Timewave)가 식탁 위에 놓여있다. 바다 가재로 유명한 보스턴을 방문해 호텔의 컨시어지에게 맛있는 씨푸드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레갈(Legal Sea Foods)’ 식당을 가 보라고 권한다. 1950년 생선 마켓에서 출발해 1968년 마켓 바로 옆에 문을 열었는데 현재 31개의 체인점에서 40여 종이 넘는 신선한 해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스팀에 찐 싱싱한 랍스터를 먹으며 레갈 식당이 장수하는 핵심 역량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유럽 출장 시 가장 많이 들르는 도시는 아마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일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꼭 들르는 식당은 모듬 돼지고기 요리 ‘슈바인학센’이 주 메뉴인 ‘아돌프 바그너(Adolf Wagner)’다.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 맛집으로 자리잡아 현지인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인 곳이다.

원래 사과와인 공장이었던 곳을 1931년 지금과 같은 식당으로 바꿨다. 줄을 서 기다리며 식당의 분위기를 돌아보면 빼곡히 놓인 의자에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항상 만원이다. 맥주는 팔지 않는다. 오직 시큼한 사과와인과 이에 곁들인 돼지고기 모듬 요리만 판다. 지속가능경영의 비결은 무엇일까?

기업 2~3세 후계자나 임원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을 때 “가업의 승계자로서 또는 임원으로서 여러분의 첫째 책무는 무엇이며,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많은 유형의 응답이 있지만 기업의 미래를 짊어진 리더들이 꼭 빼놓지 않는 답이 있다.

영속성 즉 ‘장수 기업을 향한 꿈’이다. 그렇다. 영속성이 없는 기업과 CEO는 역사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위에 나열한 각 식당들은 장수기업으로서 그들만의 비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식당들에서 맛있는 요리를 음미하며, 그 비결을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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