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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초단타매매의 빛과 그림자

주식 초단타매매의 빛과 그림자

수백만 분의 1초 단위의 매매로 이익을 내는 기법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각광받지만 불법성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에서 수익성 높은 기법으로 급성장하는 초단타매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월스트리트의 위험한 관행을 파헤쳐 왔다. 1980년대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의 이용, 주택담보대출 위기 중 부실 파생상품 등을 조명했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문제가 새로 생겼다. 바로 초단타매매다.

초단타 매매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수익성 높고 급성장하는 기법 중 하나다. 4월 초 출간된 ‘플래시 보이즈’에서 루이스는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때때로 그 기법을 이용해 개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본지 서평 발췌문 내용).

그 책은 출시되기 전부터 이미 금융계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책이 나오면 난리가 나겠다”고 한 트레이더가 말했다. 일부 초단타매매 업체와 은행들이 관행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그는 내다봤다.

문제가 된 관행은 기업들이 수백만 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속도로 매매를 해서 큰 이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서버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첨단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 검찰총장이 이 관행을 수사하는 중이다.

마이클 루이스는 ‘플래시 보이즈’에서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초단타 매매를 이용해 개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3월 하순 그는 그런 트레이더들이 매매 타이밍 상 불공정한 우위를 누렸는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 같은 거래소에 수수료를 내고 거래소의 데이터 센터 내에 자신들의 서버를 들여놓는 방법을 통해서다.

“나는 기본적으로 불공평한(그리고 잠재적으로 불법적인) 상황의 단속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 트레이더 그룹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입수해 나머지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는 상황이다.”

슈나이더먼이 한 연설에서 말했다. 증권거래위원회,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의 규제당국들이 그런 불공정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초단타매매에 대한 규제를 새로이 강구하고 있다.

루이스는 세르게이 알레이니코프 재판 뉴스를 읽으면서 책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알레이니코프는 컴퓨터 코드 절도 혐의로 기소된 골드먼삭스 그룹 말단 직원이다. 연방 검사들이 알레이니코프의 보석을 거부했을 때 흥미를 느꼈다.

검사들은 컴퓨터 코드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시장을 조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웠다. 초단타매매 프로그래머인 알레이니코프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사는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가장 정통한 평론가조차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출신으로 수십 년 동안 금융계 문제를 다뤄온 루이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에서 루이스는 하나의 통찰을 얻었다. 과거 뉴욕 증시에선 색깔로 분류되는 재킷 차림의 남자들이 거래소를 가득 메우고 서로 큰 소리를 주고 받았다. 그뒤 수십 년사이 뉴저지와 시카고의 보안 철저한 건물들에서 조용히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블랙 박스들로 거래소의 모습이 바뀌어 왔다. 월스트리트의 그런 변천과정에 대한 통찰이다.

초단타매매의 세계에선 50만 분의 1초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학 천재들이 설계한 프로그램들로 주식의 작은 움직임을 이용한다. 10달러에 매수해 10.0001달러에 매도하는 식이다. 아주 작은 수익이지만 초당 1만 회 이상 거래하면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트레이더들은 정보를 최대한 빨리 입수해 1초 이내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매매를 최대한 빨리 수행한다.

따라서 많은 초단타매매자들이 뉴저지 교외에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서버들과 같은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경쟁자에 대한 피해망상이 심했다. 자사의 서버 위치를 감추려 위장을 시도할 정도였다. 한 업체는 자사 서버들에 대형 완구업체 토이저러스 매장의 오래 된 로고를 부착했다. 또 다른 업체는 반짝이는 불빛을 감추기 위해 서버를 금속망으로 덮었다.

또 다른 업체 스프레드는 3억 달러를 들여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상품거래소 사이에 약 1330㎞ 길이의 광섬유 케이블을 깔기도 했다. 트레이더들이 알루미늄 선물 같은 상품 가격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입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뒤 그것을 이용해 대형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사 종목의 스마트 매매를 최대한 빨리 집행한다.

처음 케이블을 깔았을 때 스프레드는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로부터 네트워크 이용료로 한 달에 30만 달러를 받아내려 했다. 그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에서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티그룹은 라인을 뉴저지 교외 나스닥 서버 가까운 건물로부터 로어 맨해튼에 있는 자사 건물로 재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1000분의 몇 초가 늦어지면 라인 구축의 원래 목적이 무의미해진다 해도 개의치 않았다.

스프레드의 계약에선 은행들이 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른바 자기자본거래는 할 수 있었지만 일반 주식중개사 고객들과 공유하지는 못하도록 했다. 그 때문에 일부 은행이 크게 반발했다. 크레디 스위스 그룹은 스프레드에 이렇게 쏘아붙였다. “은행들이 고객들을 엿 먹이도록 한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고객들을 따돌리고 스스로 이익을 취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프레드와의 계약서 문안을 수정해 그럴싸한 거부 명분만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었다고 루이스가 썼다. “이것은 전적으로 광케이블 문제”라고 모건스탠리의 한 관계자가 스프레드 직원에게 말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 중 골드먼삭스가 가장 상대하기 쉬웠다. ‘골드먼은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스프레드 직원이 루이스에게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대다수 은행이 정말로 그 케이블을 이용하기 원했다. 반면 경쟁자들의 접근은 막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스프레드는 금방 깨달았다. 한 미팅에서 어떤 은행 관계자는 2000만 달러의 선금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단지 경쟁자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비용을 높이 올려놓으려는 노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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