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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혼의 애물단지 부동산

결혼·이혼의 애물단지 부동산

신혼집 마련이 결혼 비용의 72% … 이혼 때 분할 비율 시빗거리 되기 일쑤



결혼 과정에서 주택 마련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 집’에 산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결혼 비용 중 대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혼비용은 평균 2억4996만원이다. 이 중 72%인 1억8028만원이 신혼집 마련에 들었다.

2012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신혼집 마련 비용은 평균 1억4219만원이다. 살 집 마련만 해결해도 결혼의 7부 능선은 넘어가는 셈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고민이 큰 부분이기도 하다.

예비부부의 집 구하기 과정은 만만치 않다. 먼저 누구의 돈으로 신혼집을 마련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추세도 바뀌고 있다. 집값이 올라 한 쪽의 부담만으로는 여의치 않아서다. 고령화와 부모 세대의 은퇴로 노후 비용 걱정이 커지면서 부모의 지원도 예전만 못하다. 결국 대출을 받거나 여성이 집을 마련하는 데 보태는 돈이 커지는 추세다.



집 마련은 양가 주도권 다툼의 빌미 될 수도‘어차피 함께 살 집 같이 구하는 게 뭐 대순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신혼집 마련은 단순히 집뿐만 아니라 혼수·예물·예단 등 기타 결혼 비용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결혼한 정성교(30)씨는 취직이 늦어 결혼할 당시 따로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부모님에게 2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여유가 있는 아내의 집에서는 4억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장씨는 “그럼 2억씩 모아서 4억원짜리 아파트를 구하자”고 했지만 여자 쪽에서는 마뜩잖아 했다. 자기 쪽은 여유가 있으니‘3억원씩 모아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비 장인어른은 “그게 힘들면 우리가 4억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혼 과정에서 양가의 주도권이나 예물·혼수 등이 걸쳐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미묘함은 반대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남자 쪽 집에서 지나치게 비싼 신혼집을 마련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여자 쪽에서는 혼수나 예단에 부담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남자가 부모 몰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처가에 지원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처가를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한 예비신랑은 “여자친구와 처가에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다행히 처가에서 잘 이해해줬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돈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남은 방법은 대출이다. 그러나 신혼부부의 대부분은 ‘대출 초보’이기 일쑤다. 관련 대출 상품과 금리 등을 잘 따지는 게 좋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조건이 까다롭다. 신혼부부를 위한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부부합산 총소득이 55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해당 주택의 면적(85㎡)과 한도(수도권 1억원, 비수도권 8000만원)도 제한된다.

5월부터는 고액 전세자금에 대한 대출도 제한돼 전세 보증금이 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자격이 되지 않으면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알아봐야 한다. 금리는 현재 많이 낮아져 3~5% 수준이다. 이 밖에도 신혼부부는 LH의 공공임대주택·공공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 비교적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신청 시기와 자격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다만 대출은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 많은 예비부부들은 신혼집을 얻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한 좋은 집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대출금액이 결혼 당시에는 갚을 수 있는 수준이더라도 임신이나 출산 등 향후 소득 축소와 소비 증가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향후 상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때로는 대출을 다 상환하기도 전에 재계약 인상분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 한 집에 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부부가 헤어지면 같이 살던 집을 나누거나 처분한다. 부동산이 다른 재산과 다른 점은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부부가 재산을 50%씩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해도 솔로몬의 아기처럼 집을 반으로 딱 잘라 나눠 가지기 어렵다. 물론 집을 팔아 현금으로 나눌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시세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때 들어가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양도세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따라서 대부분 집을 팔기보다는 부부 중 한 명이 집을 그대로 소유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동산은 부부 전체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가령 부부가 이혼 후 재산을 반씩 나눠 갖기로 했는데, 전체 4억원 중 3억원이 부동산이라서 분할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통은 부동산 명의를 가져가는 쪽에서 차액만큼의 돈을 다른 쪽에게 준다. 앞의 사례에서 남편이 3억짜리 집을 가졌다면 1억원을 현금으로 아내에게 지급해 합의한 분할비율 대로 2억원씩 나눠 갖는 것이다.

그 전에 집을 누가 소유할 지 정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자녀 양육권이다. 양육권을 가진 쪽이 집을 갖는 게 좋다. 이혼 자체만으로 자녀에게는 큰 심적 부담이기 때문에 이사와 전학 등 환경 변화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배려다. 다만 집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야 한다.

재산분할 비율에 따라서도 집의 소유주는 달라진다. 부부 또는 법원이 결정한 분할비율이 9:1이라면 굳이 10%를 갖는 쪽이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90%를 갖는 쪽에서 명의를 올리는 게 절차적으로 단순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귀책사유가 없다면 ‘특유재산’ 논리에 따라 대부분 남편의 분할비율이 높고, 이에 따라 부동산도 남편 명의로 가는 사례가 많다.



이혼 전 명의이전 꼼수 소용 없어집 살 때 받은 은행대출은 누가 갚아야 할까. 재산분할을 할 때는 부채를 뺀 자산을 재산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부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부부가 아파트를 장만할 때 3억원의 빚을 졌다. 그렇다면 2억원(5억원-3억원)을 분할비율에 따라 나눈다. 분할 비율이 5:5라면 각자 1억원씩 나눠 갖는 셈이다. 이때 단순한 방법은 아파트를 팔고 빚을 청산한 뒤 남은 돈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의 조기상환수수료나 앞서 언급한 매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쪽이 아파트를 갖는 대신 부채를 떠안은 후 1억원을 현금으로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이 때 부채의 이자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부부가 사전에 협의를 통해 상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참고로 부채 역시 특유재산에 해당될 수 있다. 즉 결혼 전에 지고 온 빚은 그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간혹 재산 분할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동산 명의를 제3자로 돌리기도 한다. 소용 없는 짓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채무자가 빼돌린 재산을 채권자가 되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혼 전 명의를 바꾼 부동산에 대해서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

또 부동산 시세의 부침이 심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결의 조숙현 변호사는 “재산분할 비율 결정 시점과 실제 부동산 처분 시점에서의 가격차로 인해 한쪽에게 의외의 부담이 지워지기도 한다”며 “분할 비율을 정할 때 꼼꼼하게 협의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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