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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기타 결혼·이혼 비용

만만치 않은 기타 결혼·이혼 비용

‘패키지는 싸다’ 너무 믿지 말아야 … 이혼 후 생활비 증가 대비할 필요



결혼할 때 결혼식 비용보다 더 걱정스러운 게 바로 혼수 비용이다. ‘남자가 집, 여자가 혼수’라는 게 부모님 세대에선 상식이어서 신혼집 마련에 여자 쪽이 기여했더라도 여자 쪽에선 혼수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원래 혼수는 여자가 결혼해서 살 곳(주로 시댁)으로 살림살이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에서 유래한다.

부모와 독립해 사는 게 대부분인 요즘, 부부의 살림 규모에 맞춰 적당한 선에서 함께 고르면 된다. 하지만 결혼이란 게 둘만 의견이 통일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이 사사건건 개입하게 마련이다.

예단·예물도 마찬가지다. ‘친구 며느리는 명품 가방을 두 개 사왔다더라’ ‘모피도 해줬다는데’와 같은 말은 들어본 예비신부가 많을 것이다. 남자 쪽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결혼한 고모씨는 장모로부터 ‘예물은 다이아몬드 1캐럿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이 많았다. 정작 예비신부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장모가 극성이었다.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문제는 ‘어느 정도가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애매하다는 것. 예비 신부 입장에서는 시댁이 어느 정도를 원하는 지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딸을 보내는 부모 입장에선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예비 신랑이 중재를 잘하면 다행이지만 사실 결혼 준비 기간에는 중재라는 게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쪽 부모의 의견을 앞세워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지 말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으라는 의미다.

지난해 결혼한 김기섭(33)씨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그는 결혼 전 마이너스 통장을 마련했다. 꼭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김씨의 집안에 비해 처가는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전 제품과 예단 목록을 정해 주며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 의견에 무조건 반발하기도, 그렇다고 아내에게 그대로 준비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 김씨는 아내에게 사정을 솔직히 말한 뒤 ‘부족한 액수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단 쓰고 결혼 후 함께 갚자’고 말했다.

김씨는 “1000~2000만원 때문에 집안끼리 나쁜 감정을 가지고 결혼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행히 아내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는 따로 말씀 드리지 않았다. 이동화 메이웨딩 실장은 “예비 부부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혼수나 예단을 준비할 때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집안 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파혼으로 이어지거나 결혼 후 부부싸움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절약이다. 혼수와 예단·예물 가격에는 거품이 많이 껴있다. ‘평생에 한 번인데 이 정도 쓰지 뭐’ 또는 ‘돈 몇 푼에 상대방을 서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더구나 혼수나 예단 등은 업종의 특성상 일종의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다. 예물집에서 한복 가게를 소개하고 한복집에서 또 예단이나 가구점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하지만 소‘ 개받은 곳이니 더 저렴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난해 결혼한 이정미(29)씨는 “웨딩플래너가 소개한 곳에서 예물을 맞췄는데 나중에 친구가 같은 시계를 20만원이나 더 싸게 구입한 걸 알고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여러 개를 함께 사면 싸게 해준다’는 말에도 현혹돼선 안 된다. 이른바 ‘패키지의 함정’이다.

이럴 땐 ‘발품’ 만한 게 없다. 예물은 예물대로, 예단은 예단대로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야 한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품목별로 하나하나씩 꼼꼼히 살펴야 나중에 절약폭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서울에 사는 유다슬(26)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혼수 등을 어디서 구매했고, 시중가격 대비 총 얼마나 절약했는지 자세히 올렸다.

유씨는 “가전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본 뒤 인터넷으로 구입했고, 한복과 예단은 광장시장에서, 예물은 종로3가 귀금속 상가에서 준비했다”며 “유사한 제품을 패키지로 구입한 것보다 120만원 정도 아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생산자직거래연합’을 활용하는 신혼부부도 늘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곳인데 혼수나 예단 품목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가 모여 만든 단체다. 직거래 방식으로 중간 유통비를 줄이고, 소비자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광장시장에 터를 잡은 업체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매월 2회 무료 세미나와 혼수업체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예비부부가 참고할 만하다.

이혼에도 자잘한 돈이 많이 든다. 일단 각종 세금이 꽤 부담스럽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공영태(가명·55)씨는 아파트와 상가 등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 이혼하면서 아내에게 위자료로 아파트 두 채를 명의 이전해줬다. 하지만 1년 뒤 공씨는 생각지도 못한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았다. 소유권 이전 등기의 원인이 ‘위자료 지급’이었기 때문이다.

이혼 후 재산을 나누는 방식은 위자료, 증여, 재산 분할 등 크게 세가지다. 증여일 경우는 6억원 이하까지 공제 대상(이혼 전 증여일 경우)이고, 재산 분할도 양도세나 증여세의 과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사유가 위자료 지급일 경우는 당사자 일방이 보유하던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도하는 쪽에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취·등록세는 받는 쪽에서 낸다. 자동차 명의이전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대형차의 경우 취득세가 100만원을 가뿐히 넘어선다.



위자료로 부동산 주면 양도세 내야재산 분할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이혼 후 가장 당혹스러운 건 생활비 증가다. 둘이 쓰던 걸 각자 쓰니 당연하다. 특히 전업주부라면 직장을 마련할 때까지 상당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4년 전 이혼한 신태연(가명·35)씨는 원래 전업주부였다. 지금은 직장을 구해 안정을 찾았지만 이혼 초엔 고생이 많았다.

신씨는 “재산 분할 때 전세 아파트를 받았는데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며 “아이 아빠가 보내주는 양육비 8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8개월 정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당장 쓸 돈이 없으니 직장을 구하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7년차 전업주부가 다닐 만한 괜찮은 일자리는 없었다.

남자 쪽도 마찬가지다. 월급은 그대로지만 아이 양육비를 주고, 보험 등 고정 지출액을 빼고 나면 쓸 돈이 빠듯하게 마련이다. 정규환(가명·41)씨는 “결혼 생활 중에는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았지만 이혼 후엔 식비나 관리비 등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월급 210만원 중 100만원을 아이들 양육비로 주고, 60만원을 보험, 적금에 넣는데 남은 50만원으로는 부모님 용돈은커녕 친구들과 술 한 잔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같이 살던 집을 나오게 되면서 새 집에 전자제품이나 가구를 구입하는 비용도 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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