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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규제 강화하는 중국

영상물 규제 강화하는 중국

인터넷 방송 콘텐트 관리감독 강화 … 불법 영상물 유통도 여전
중국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빅히트를 기록했다. 사진은 중국의 한 TV매체가 드라마를 소개하는 모습.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여주인공이 “눈 오는 날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이 제격”이라고 말하자 중국 내 한국 치킨집 매출이 급등하는가 하면 한국 맥주의 수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남자 주인공이 광고모델로 있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점도 덩달아 대박이 났다.

세계 최대 라면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라면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드라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제품은 물론, 한국산 소비재 전반에 걸쳐 중국인의 관심이 커졌다. 199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최고의 특수를 누리는 농심 관계자는 “극중 등장하는 한국 식품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구매력 강한 신세대가 한류 소비과거 ‘대장금’이 드라마 한류 1.0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면, 최근 ‘상속자들’에 이은 ‘별 그대’의 연타석 홈런은 드라마 한류 2.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특히 요즘 중국에서 부는 한류는 과거와 달리 마케팅에 대한 파급력이 센 ‘토네이도급’이다.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 시청 방식의 차이다. 과거 대장금은 후난TV라는 지방 방송국을 통해 방영됐다. 중국 전역에 방송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방송 시간대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상속자들’이나 ‘별 그대’는 다르다. TV가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삽시간에 전국에 확산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장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장년층이 주로 시청한 대장금과 달리 ‘별 그대’는 1980~90년대 출생한 신세대층이 주 시청자다. ‘소황제’로 자라온 이들의 구매파워는 실로 엄청나다. 이러한 점이 고스란히 드라마와 관련된 제품의 매출로 이어진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방송 콘텐트와 관련해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3월 19일 인터넷 방송 콘텐트에 대한 사전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TV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가 방영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엄격한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방영되는 영상물은 그동안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통지문의 핵심 내용은 바로 이런 동영상 콘텐트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거친 다음 방영 여부를 허가해주겠다는 것이다. 각종 한국 콘텐트의 유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저녁 황금시간 대에 방영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수를 제한하는 ‘한오령(限娛令)’이 2012년 1월 시행됐는데, 이번에 발표된 규제는 ‘한오령’에 이어 2년 만에 나온 영상물 콘텐트 규제조치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콘텐트 유통 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각종 드라마·영화 등의 영상물에 대해 까다로운 ‘선 심사, 후 방영’ 제도가 시행된다.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을 방영하기 전 인터넷 동영상 기업 내 3명 이상의 심사위원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 후 광전총국 담당자의 재심의를 통과해야 최종 방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콘텐트 방영이 불가한 내용은 중국 헌법의 기본원칙에 반대되는 내용, 국가통일·주권·영토문제에 위배되는 내용, 국가 기밀을 누설하거나 국가 안전이나 명예·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 민족에 대한 증오나 선동·경시·민족 단결을 훼손시키거나 민족의 풍습, 습관을 침해하는 내용, 사이비종교 전도나 미신 숭배, 사회 질서를 혼란 시키는 내용, 미성년자를 범죄·폭력·포르노·도박·테러활동으로 유도하는 내용, 타인을 비방·모욕하거나 개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하는 내용, 사회 공중도덕 및 민족의 전통문화에 해를 끼치는 내용, 기타 법률, 행정법규에서 금지된 내용이 포함된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 콘텐트를 실시간 감시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영상이 방송될 때도 감독을 강화해 문제가 발견되는 즉시 적발·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신고채널도 강화해 인터넷·전화 등 각종 형식의 신고 접수 시스템을 뒀다. 인터넷 영상 콘텐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으면 즉시 접수, 처리할 수 있다.

위반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인터넷 영상물 콘텐트 회사의 대표는 방영되는 영상 콘텐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법규를 위반한 드라마·영화 등의 영상 콘텐트 회사 대표는 ‘인터넷 영상 프로그램 서비스 관리 규정’에 의거해 경고나, 벌금 및 5년 동안 인터넷 영상 콘텐트 서비스산업에 종사할 수 없다. 또한 콘텐트 업로드를 위해서는 개인·기관을 막론하고 모두 정확한 세부 정보를 사이트상에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 범람과 저작권 규제가 없는 중국 사이트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는 점도 우리 영상물 콘텐트의 장애물이다. 과거에는 DVD나 CD의 무단 복제와 유포가 단속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상에서 한국 영상물이 무방비로 불법 유출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 영화, TV 영상물 전체를 볼 수 있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만 수십여 개에 이르며 국내 방영 후 한 두 시간 뒤면 바로 업로드되는 등 지재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

대부분의 불법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중국 동영상 사이트 주소와 링크해 무료로 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부 사이트는 구인·구직과 상품 광고까지 운영한다. 무료로 그리고 신속하게 한국 드라마를 중국에서 손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손해는 막대한 수준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6~8월 중국 주요 웹사이트 28곳에서 총 1161건의 한국 지상파 방송국의 각종 영상물이 불법 유통되는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상물 이외에 음원·웹툰 등 콘텐트도 무방비로 유출되고 있다. 최신 한국가요 MP3 파일은 바이두 등의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공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중국에서 유통된 음원의 98.8%가 불법이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마음의 소리’와 ‘신과 함께’는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번역돼 유포되고 있다.



중국 유통 음원 98.8%가 불법중국 역시 저작권법을 마련해 표면적으로는 저작권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최근 저작권법 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저작권법 제5장 46조는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작품을 표절·왜곡·유포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발표한 개정 초안 제46조에 따르면 녹음작품의 경우 처음 발매된 3개월 이후에는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법정 허가를 통해 음악 작품 제작에 그 녹음 작품 사용이 가능하며 사용 1개월 이내에 사용료만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면 문제가 없도록 바꿨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저작권 간접 침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공산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특정 권리에 대한 독점권의 주장과 보호의 개념이 약하다. 이 때문에 한류 콘텐트의 효과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한·중 FTA 협상에서도 지재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도 반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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