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ARCHEOLOGY - 고생물학자들 파나마 운하에서 ‘심봤다!’

ARCHEOLOGY - 고생물학자들 파나마 운하에서 ‘심봤다!’

운하 확장 공사에서 고대 화석들이 대거 발굴됐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 중인 고대 낙타의 아래턱.



고생물학 실습생 거시 매크라켄이 비탈에 앉아 작은 붓으로 돌의 흙을 털어낸다. 그녀의 등 뒤로 조용히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대형 컨테이너 선들이 보인다.

“아, 뭔가 찾았어!” 그 25세의 박사 과정 학생이 탄성을 올린다. 한 부분이 짙은 색깔에 손톱 만하게 튀어나온 작은 돌을 들어올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케이틀린 콜리어리도 곧 매크라켄에 질세라 환호성을 올린다. 역시 고생물학 실습생이자 박사과정 후보생이다. 이들 젊은 미국인 과학자들은 4개월 동안 해 뜨기 전에 일어나 이른 아침 동안 운하 둑에 있는 화석 산지를 샅샅이 훑어왔다.

2007년부터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가 진행돼 왔다. 갈수록 대형화하는 컨테이너선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20세기 초 이 운하가 처음 건설된 이후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다. 이 50억 달러 규모의 공사로 뜻하지 않게 과학계가 큰 혜택을 보고 있다. 고생물학 연구원들이 폭파반의 뒤를 따라가며 새로 드러난 화석들을 수집해 왔다.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 협회 산하의 열대연구소(STRI) 소속 연구원들이다.

북미와 남미를 잇는 파나마 지협은 일반적으로 350만년 전에 융기를 시작했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사실은 대략 2100만 년 전부터 융기가 시작됐음을 알아냈다. 이는 우리의 가정보다 일찍 태평양과 대서양이 갈라지고 북미와 남미 대륙의 동식물이 뒤섞였음을 의미한다. “지질학 역사는 우리가 여태껏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STRI 소속 과학자 카를로스 자라밀로가 말했다.

지협이 융기하면서 대서양과 태평양 간 물의 교류가 중단됐다. 그때 대서양의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서 카리브해에서 특정 영양분이 고갈됐다. 그에 따라 바닷물이 투명해지며 그 유명한 산호초들이 생겨났다. 이 밀도 높은 물의 영향으로 글로벌 해양 심층순환이 발생했다. 따뜻한 담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더 차가운 염수가 적도 남쪽과 남극으로 유입된다. 그뒤 밑바닥의 차가운 물을 덥혀 표면으로 상승하도록 한다. 이 시스템이 지구 곳곳에 열과 습기를 확산시킨다.

이 프로젝트는 과학계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운하 둑을 샅샅이 훑는 연구원들에게 이 경험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준다. “이것은 2100만 년 전의 것이다. 내가 최초의 목격자다.” 콜리어리(29)가 화석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돌을 들고 말했다. “그것이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자신이 발견한 화석들에 관해 반추하는 매크라켄의 두 눈이 반짝인다. 커다란 베어독의 발가락도 있었다. 흑곰만큼 덩치가 크고 북미에서 지협으로 이동한 개과 멸종 동물이다. 다른 연구원들도 미니 낙타, 말, 원숭이, 코뿔소, 카이만, 박쥐의 화석을 찾아냈다. 과일과 꽃 화석도 발견됐다. 열대 요소들로 이뤄진 숲이 드러났다고 자라밀로가 말했다. 이 중 다수에 북미와 남미의 요소가 섞여 있었다.

연구원들은 오렌지색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선스크린을 몸과 얼굴에 바른다. 이곳 저곳 살피다가 그날의 작업구역을 정한 뒤 도구를 펼쳐놓는다. 치과용 픽, 붓, 드라이버, 암석 망치(지질 해머)다. 그뒤 3시간 동안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 인근의 일꾼들이나 주변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 따위는 그들의 머리 속에서 깨끗이 사라진다. 대신 자신들이 파내고 깨고 살피고 흙을 털어낸 중신세의 극히 작은 타임캡슐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운하 공사 작업자들이 곧바로 파낸 자리를 덮으러 오기 때문이다. 산사태 방지를 위한 안전 조치다. 연구원들에게는 한 화석 산지를 조사하는 데 1주~3개월 사이의 시간이 주어진다. 지난 2월 계약 분쟁으로 공사가 2주간 중단되면서 세계 해운 업계에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자라밀로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조사팀이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청에 따르면 준설작업의 부수 효과는 화석 발굴에 그치지 않았다. 16세기 스페인 단검과 콜럼버스 미 대륙 발견 이전의 화살촉 같은 고고학 유물도 발견됐다. 모두 복원되어 보관됐다.

이제껏 확장공사는 4분의 3 가까이 완료됐다. 준설 속도가 느려졌으며 엔지니어들은 수문의 설계와 건축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문은 선박이 77㎞의 운하를 통과할 때 배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확장공사 초기의 몇 년 동안은 무려 20명의 과학자가 날마다 준설 지역 부지를 파헤치곤 했다. 그 뒤로 그 숫자가 5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확장공사는 2015년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650만 달러 규모의 화석발굴 프로젝트는 파나마 운하청, 미국 국립과학재단, 스미소니언 협회, 미국지리학협회, 그리고 한 개인 기부자의 후원을 받았다.

최근의 어느 날 아침, 매크라켄과 콜리어리는 운하에서의 발굴작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갔다. 파나마 시티가 내려다 보이는 200m 높이의 안콘 언덕에 자리잡은 대규모 단지에 있다. 공용 테이블에 그날 발굴한 화석들을 펼쳐 놓았다. 매크라켄은 자신이 가져온 손바닥 만한 돌에 상어 이빨 화석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꼼꼼히 닦아내도 분명히 알 수 없을 경우 플로리다대로 보내 정밀 조사를 하도록 할 생각이다. 플로리다대는 이번 프로젝트의 파트너다.

파나마 운하 준설작업의 부수 효과는 화석 발굴에 그치지 않았다. 16세기 스페인 단검과 화살촉 같은 고고학 유물도 발견됐다.
플로리다주와의 협력은 그 주립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브루스 맥파든은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의 고대척추생물학 학예연구원이다. 그는 확장공사 현장에서 수집된 화석 중 일부가 오는 8월 박물관에 전시된다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자라밀로 팀이 발굴해낸 가장 인상적인 화석들은 파나마에 남게 된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종다양성 박물관이 5월 중 파나마시티에서 문을 연다. 확장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돌에 들어 있는 600만 년 된 청새치 뼈대가 거기에 보관된다. 맥파든은 그 화석을 “눈부시다”고 묘사한다. 운하 부지에서 나온 원본 조가비와 뼈 복제모형도 박물관에 전시된다. 박물관은 운하 입구에 도시의 솟아오르는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세워진 밝은 색의 비대칭 구조물이다.

박물관 입구 근처에서 결 고운 석회암 하나가 방문객을 맞는다. 1500만~1600만 년 된 이 돌은 축구공보다 약간 크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유리바닥 아래와 높은 천장까지 포함해 거의 완전히 영사 스크린으로 덮인 방이 나온다. 파나마에서 발견된 개구리·고래·거북이·야생화들의 실물보다 큰 몽타주가 투영된다. 뇌우와 폭포의 사운드트랙이 방문객의 몸을 휘감는다.

운하에서 수집된 화석은 주로 작은 조각들이다. 숙달되지 않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동물 뼈나 식물의 일부로 상상하기 어렵다. 그 화석 중 다수는 봉지에 담아 번호를 매긴 뒤 연구실 근처의 단층 창고에 보관한다. 파나마운하청 단지 내에 자리잡은 이 저장실에는 녹색·황색·청색 플라스틱 상자들이 가슴 높이까지 잔뜩 쌓여 있다. 각 상자에는 개별적으로 라벨을 붙인 자루 수십 개가 들어 있다. ‘악어 뼈’ ‘거북이 조각’ ‘뼈 파편’ 등이 많다. 조가비들은 더 작고 투명한 보관함 안에 들어있다.

파나마 운하에서 발굴한 품목 외에도 콜롬비아 산탄데르에서 나온 화석도 있다. 자라밀로는 파나마에서 입수한 풍부한 정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2013년 콜롬비아 3위 규모의 전력공사(Isagen)가 댐을 건설 중이었다. 자라밀로는 스미소니언 협회와 콜롬비아 지질국을 설득해 고생물 구제 프로젝트를 실시하도록 했다.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로 땅이 파헤쳐지는 곳에선 “과학에 약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자라밀로가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2‘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

3 메모리 ‘봄’…SK하이닉스 1Q 매출 12조4296억, 영업이익 2조8860억

4넷마블의 비밀병기 ‘아스달 연대기’…IP 저력 보여줄까

5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

6편의점서 금테크… CU, 1g 카드형 골드 이틀 만에 완판

7‘베이징 모터쇼’ 4년 만에 역대급으로 돌아왔다

8“2030 소비자 잡아라”…홈쇼핑, 젊어지는 이유는

9“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아”…KT&G 前연구원, 2.8조 소송

실시간 뉴스

1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2‘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

3 메모리 ‘봄’…SK하이닉스 1Q 매출 12조4296억, 영업이익 2조8860억

4넷마블의 비밀병기 ‘아스달 연대기’…IP 저력 보여줄까

5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