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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도 ‘요가’시킨다

애완견도 ‘요가’시킨다

유기농 식품에 요가와 펍-라테스, 침술, 해독요법까지 동원되는 애완동물 건강관리… 과잉 논란과 더불어 안전성 문제도 제기돼
개 요가 전문가들은 이 운동이 애완견의 힘과 유연성을 길러주며 주인과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맨 왼쪽) 동물 해독요법을 안전하게 실시하려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



유기농 식품을 최대한 단순하게 조리한다. 날 것이면 더 좋다. 영성을 추구하는 피트니스 강사의 지도를 자주 받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서양 의학보다는 비전통적인 치료법의 도움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해독요법을 실시한다.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써 놓은 건강 식이요법 수칙처럼 들릴지 모른다. [팰트로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웹사이트 ‘구프(Goop)’는 자기실현의 찬가다. 이제 그 자기실현의 과정에 이혼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미국의 일부 애완견들을 위한 건강관리 수칙이다.

동물 침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요법은 특히 통증 관리와 관절염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다.
최근 미국의 상류층 애완동물 소유주들은 대체요법으로 눈을 돌려 애완동물을 위해 한방 침술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다. 또 요가를 시키고 장세척까지 받게 한다. 뉴욕시의 수의사이자 인증 받은 동물 침술사인 제프리 레비는 최근 환자가 꽤 늘었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애완동물이 침을 맞고 나서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애완견들이 몇 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던 장난감을 갖고 놀며, 훨씬 더 어린 개처럼 흙을 파기 시작한다. 이 치료법으로 애완동물들이 젊음을 되찾는다.”

레비는 물론 침술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또 조심스러운 환자들은 문제를 일으킬 만한 요소들을 다 살펴보기 전에는 침술 요법을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레비는 침술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통증 관리와 관절염 등 정형외과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마고 스펠먼은 침술이 여덟 살 된 하바니즈 종 애완견 사페아토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사페아토는 다리를 절었고 골반이 틀어져 있었다. 전에 척추 지압사에게 데려갔는데 한동안 도움이 되는 듯하더니 이내 효과가 사라졌다. 사페아토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꼭 찾고 싶었다. 약에 의존하고 싶진 않았다.”

스펠먼은 과거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안마와 침술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좀 알아본 뒤 그런 요법들을 사페아토에게 써 보기로 했다.

보스턴에 있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회사의 소유주 말로 포글먼 역시 시푸(시추+푸들) 종 애완견 룰루에게 그런 요법들을 써서 비슷한 효과를 봤다. “룰루는 등에 병이 있어 고통이 심했다. 건드리면 비명을 질렀다.” 수의사가 처방해준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던 포글먼은 동물 침술사를 찾기 시작했다. “침을 맞기 시작하자 룰루의 비명이 거의 즉시 사라졌다. 침이 통증을 가라앉혀 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도가(doga)’로도 불리는 개 요가는 애완견 소유주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대체 건강요법이다. 2001년 개 요가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수지 타이텔먼은 이 요법이 애완견들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며 주인과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개는 군생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개체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요가의 정신과 잘 맞는다. 개 요가는 힘과 유연성, 마음의 평화 등 일반 요가와 똑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하지만 애완견과 그 주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점은 유대감이다.”

타이텔먼은 개 요가를 유아 요가에 비유한다. 애완견 주인들이 개의 몸을 움직여 동작을 잡아주든가 자신의 동작에 개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이용된다. 그녀는 여러 명의 개 요가 강사를 훈련시켰고, 집이 멀어서 수업을 받지 못하는 애완견 주인들을 위해 DVD를 제작했다.

미스 캘리포니아 출신의 배우 겸 모델인 섀나 올슨은 할리우드의 개 애호가로 알려졌다. 포메라니안 종 개 두 마리를 기르는 그녀는 개 요가를 찬양한다. “잭은 신경이 몹시 예민한데 요가를 한 이후로는 신경질과 불안증이 많이 가라앉은 듯하다. 예전에는 내가 밖에 나가려고 하면 벽을 마구 핥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이사벨라는 약간 과체중이었는데 걷기를 아주 싫어한다. 이사벨라에게 요가는 훌륭한 운동이다.”

요가가 개들을 위한 유일한 뉴에이지 운동법은 아니다. 줌룸 개 훈련소의 창업자이자 CEO인 하이메 반 와이는 최근 ‘펍-라테스(pup-lates)’(개를 위한 필라테스) 수업을 신설했다. “펍-라테스는 체력단련과 저강도 민첩성 훈련, 그리고 ‘퍼즐링(puzzling)’이라고 불리는 정신 훈련이 결합된 형태”라고 반 와이는 설명했다.

“ 퍼즐링에는 개들을 위한 다양한 사고 게임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개 주인이 간식 같은 포상물을 이용해 애완견에게 자신의 발자국 냄새를 따라오도록 가르치는 훈련 등이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나이 든 개와 고강도 활동이 부적합한 과체중 개에게 훌륭한 운동이다.”

이런 요법의 가능성에 모두가 열광하진 않는다. 수의 내과 전문의이자 뉴욕시 소재 ASPCA 동물병원 부원장인 루이스 머레이는 애완동물 소유주들에게 “이 모든 요법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침술의 잠재적 효과에 대한 약간의 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해 체계적인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개와 고양이들을 위한 대체의학적 접근법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아직 멀었다. 이 분야는 인간의학에서도 아직 완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머레이는 애완동물 소유주들에게 “침술에는 다른 요법들과 마찬가지로 감염·기관 손상 등의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대체요법 중 그녀가 가장 경각심을 나타내는 것은 동물 해독요법이다. 동물 해독요법 지지자들은 정수되지 않은 물부터 일반 의약품이나 백신까지 환경에서 유발되는 독소가 동물의 몸(특히 간)에 쌓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동물에게 식이요법을 실시하고 약초 보조식품(강황, 큰엉겅퀴, 쐐기풀, 민들레 등이 인기를 끈다)을 먹여 독소를 배출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시키고 독소로 인한 증상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들은 옷을 입지 않는다. 잔디에 뿌린 살충제와 제초제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신발도 신지 않는다. 또 건강에 이로운 환경을 스스로 택할 수도 없다.” 시카고의 수의사 캐런 베커가 말했다. “검사를 해보면 모든 애완견의 몸에서 상당량의 화학물질이 발견될 것이다. 슬픈 진실이다.”

베커는 애완동물 소유주들에게 동물 해독요법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동물 해독요법이 올바르지 않게 시행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실시할 경우 동물에게 큰 위험을 줄 가능성은 없다.

머레이는 애완동물 해독요법을 주인이 직접 실시하는 경우 위험이 크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동물용 약초와 보조제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제품들이 동물에게 이롭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또 동물에게 안전하다는 증거도 없다. 약초 제품과 기능식품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안전성이나 효과, 제조 과정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

머레이는 미국 수의침구학회의 낸시 스캔랜 회장과 함께 애완동물 소유주들에게 침술이나 개 요가, 해독요법 등의 관리법을 고려해 보라고 제안한다. 단, 아마추어 치료사들은 애완동물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훈련을 받고 면허가 있는 수의사와 상담하라고 말한다.

이들 대체요법의 또 다른 부정적 측면은 비용이다. 미국의 애완동물 관련 지출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4년만 해도 애완동물 소유주들이 애완동물에 쓰는 돈은 연간 270억 달러(요즘 달러 가치로 환산된 금액)가 조금 넘었다. 하지만 미국 애완동물용품협회(APPA)에 따르면 2014년 그 액수는 59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대체요법이 이 같은 액수 급증에 확실히 일조하고 있다. 관련 업소와 애완동물 소유주들에 따르면 침술 시술을 위한 병원 방문 1회 비용은 90~185달러 선이다(일부 수의사들은 매주 여러 차례의 침술 시술을 권한다). 개 요가와 펍-라테스 수업은 회당 12~25달러이며 해독요법 재료는 한 달치가 최고 120달러다(해독요법 옹호론자들이 추천하는 유기농과 자연 식품 가격이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애완동물 보험회사 펫플랜의 수의과 부문 부사장 줄스 벤슨은 침술과 해독요법이 모든 애완동물 보험의 보장을 받는다고 말했다(단, 면허가 있는 수의사가 시행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보장 액수가 가장 큰(연간 2만2000달러) 상품의 건당 최소 본인부담액은 50달러다. 애완동물 소유주가 보험료를 낮추려고 본인 부담액을 높일 경우(건당 100달러나 200달러도 가능하다) 1회 치료비가 그보다 적게 나온다면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침술과 해독요법, 그리고 애완동물 안마와 기 치료, 수정요법 등 인기 대체요법의 높은 비용을 고려할 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개집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싶어질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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