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THE 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THE 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빅데이터·통신·센서 기술 발달로 만물이 인터넷으로 연결 …2020년 1980조 원 규모의 시장 전망



“사물인터넷 기술이 조금 더 빨리 보급됐다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피해도 줄지 않았을까요? 배 안에 부착된 모든 사물과 개인이 가진 스마트폰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외부에 위험을 알렸더라면. 배 스스로 위험에 대처해 자동으로 항해를 하고 무게중심을 잡았다면 배가 전복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요?”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주관한 ‘사물인터넷 시대, 새로운 도전과 기회’ 포럼이 4월 22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렸다. 세월호 침몰로 다소 숙연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행사였다. 축사를 맡은 류희림 YTN사이언스 본부장은 미래에는 사물인터넷이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 본부장의 말처럼 모든 사물이 센서를 장착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가진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말 그대로 모든 사물에 칩과 센서를 장착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스스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슬리퍼에 칩을 장착하면 집안 바닥에 쌓인 먼지를 측정해 청소기에게 알려준다. 청소기가 슬리퍼가 보내는 정보를 받아 더러워진 곳을 청소한다. 냉장고는 보관 중인 식품의 양과 유통기한을 점검해 대형마트를 방문한 주인에게 알려준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 모두 가능한 일이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사물인터넷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구글과 애플, 야후 등 세계 굴지의 IT 기업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35조원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2015년에는 50조원대로 성장할 시장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0년까지 1조9000억 달러(1980조 원)로 시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모바일 시대를 지나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잘 대처하지 않으면 지금 잘나가는 IT기업도 20년 후에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7일 “사물인터넷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세계적으로 수십 조원 대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한국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관심이 커진 건 최근이지만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은 1990년대 나왔다. 극소형 칩에 상품 정보를 저장한 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기술인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이 바코드를 대체할 기술로 소개되면서다. 이 칩을 이용하면 모든 사물 간에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 조만간 신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물인터넷 기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설사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당시 기술력으로는 비용 부담이 컸다. 이런 비관적 전망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세계적인 과학지 신서시스(Synthesis)는 2008년 ‘사물 인터넷은 학계가 창조한 콘셉트로 시장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후로 몇몇 기업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카디오넷(Cardionet)이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무선으로 환자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누머렉스(Numerex)도 관련 기술을 이용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공공기관 대상의 시범서비스 수준에 그쳤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어서 원활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기술은 M2M(Machine-to-Machine), 싱터넷(Thingternet) 등 여러 용어들과 혼동하여 쓰였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표준기술이나 관련 용어가 정립되지 않으며 사장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사물인터넷 관련 핵심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실생활에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교통상황이나 범죄 발생 가능성을 분석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거나, 기업이 고객을 분석하는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식재료의 원산지를 관리하거나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사물인터넷이 사용된다.

일본의 회전초밥 전문점 스시로는 접시에 IC칩을 부착해 시간대별로 판매되는 초밥 데이터를 모은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필요한 만큼의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들어 신선도를 유지한다. 3만2000명이 넘는 직원을 어느 시간대에 몇 명을 배치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한국환경관리공단이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수거제도에 RFID 태그를 부착하는 방법을 장려하고 있다.

한때 ‘학계의 용어’로만 불렸던 사물인터넷이 이제는 기업이 미래신성장 동력으로 가장 먼저 꼽는 사업이 됐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한 벤처기업 ‘네스트(NEST)’를 올 1월 구글이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시장이 다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로 ‘사물인터넷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완료’를 꼽는다. ‘센서·무선통신·빅데이터’라는 3대 핵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물인터넷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으로 꾸며본 미래 주방의 모습. 다양한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배치도 심플해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에 필수로 장착돼야 하는 초소형 반도체 센서가 장착된 모바일 기기가 2007년 1000만개에서 2012년 35억개로 크게 늘었다. 또 사물 간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 필요한 모바일 인터넷 통신의 속도는 2000년 이후 1000배나 빨라졌다. 여기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싼 가격에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관련 기술이 더해지면서 사물인터넷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안문제 대책 마련해야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전혀 새로운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환경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 벤처를 포함한 모든 기업에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사물인터넷에서 강세를 보이는 기업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을 대표하는 기업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잘나가는 ICT 기업이 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지는 알 수 없다.

지금 ICT를 대표하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컴퓨터·스마트폰·TV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 범위가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으로 늘어난다면 지금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과 무관한 전통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협업 파트너를 찾을 때, 대기업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한 중소기업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문제는 사물인터넷 발전을 위한 제도나 지원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 이 기술을 지원할 주무 부처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정보통신 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제품 완결형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한다.

두 가지가 결합된 사물인터넷은 아직 어느 부처가 담당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한 ICT 전문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차관 시절부터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많아 현재는 담당 부서가 산업통상자원부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줄 수 있어 교통정4147억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은 아직 기술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루투스나 3G 통신이 중심인 현재의 네트워크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환경만으로는 사물인터넷 전용 기기들을 작동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사물인터넷 전용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마련을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정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소스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제품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은 “무인항공기 드론의 성공과 포드의 자동주행 장치 등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사물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높은 산은 보안문제다.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모든 사물 간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다른 사용자 혹은 기기가 해킹을 통해 물건을 제어하고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금융권과 통신회사의 서버가 해킹을 당하면서 인터넷 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만약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국가적 차원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한 제도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턱대고 기술을 장려했다간 추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도 보안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고 모든 제도를 완벽하게 마련하고 기술을 개발한다면 해외 기업과의 기술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는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사업을 장려한다고 말하면서 여론을 의식해 대부분의 사업을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토요타, 車 인재양성 위해 13개 대학·고교와 산학협력

2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3“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4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5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6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7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8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9‘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실시간 뉴스

1한국토요타, 車 인재양성 위해 13개 대학·고교와 산학협력

2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3“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4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5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