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 결혼식 만년 하객의 회고록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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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결혼식 만년 하객의 회고록

BOOKS - 결혼식 만년 하객의 회고록



빌리지 보이스와 어틀랜틱 와이어의 기자 출신인 젠 돌은 현재 프리랜스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웨딩 컨설턴트로 부업에 나서도 괜찮을 듯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십 번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돌의 나이는 아직 40세가 안 됐지만 대다수 사람이 평생 동안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결혼식을 봐 왔다. 그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13년까지, 자메이카부터 버몬트주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열린 그 결혼식들을 최근 펴낸 회고록 ‘세이브 더 데이트’에 날카로운 위트로 기록했다.

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결혼식에서 주목 받는 사람은 신부와 신랑이지만 하객들은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주인공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결혼을 주제로 한 ‘그라운드호그 데이’(똑같은 날을 반복적으로 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할까? 끊임없이 반복되는 의식(결혼식)의 범위 안에서 다양한 행동이 일어난다. 이들의 이야기를 돌이 전해준다. 돌은 30건 이상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그 중 17건이 이 책에 소개됐다. 뉴스위크가 돌을 인터뷰하던 날 이틀 뒤에 그녀가 참석할 32번째(아니, 33번째이던가?)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다.

“성장기에 난 누군가의 결혼식 날이 되면 사람들이 신부와 신랑을 무대의 중심에 세우고 그 날이 온통 그들을 위한 날인 양 행동한다고 느꼈다. 자신들의 감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여기는 듯했다.” 돌이 내게 말했다. “이 책이 결혼식 하객에 관한 대화(그들 또한 신랑·신부와 똑 같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

돌은 그 많은 결혼식에 하객이나 신부 들러리로서만 참석했을 뿐 자신이 신부였던 적은 없다. 그녀는 자신의 독신 생활을 되짚어 보게 만드는 결혼식 문화에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매번 각기 다른 정도의 당혹스러움과 받아들임, 놀라움을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독신인 내 상황을 인류학적으로 살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 내가 결혼을 안 한 것은 내게 이상한 결함이 있다는 뜻일까?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그건 뭘 의미할까? 독신인 내가 남의 결혼식에 끊임없이 참석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늘 햄버거를 주문하는 저녁 모임에 계속 나가면서 ‘난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돌과 나는 브루클린 포트 그린 지역의 작은 식당 월터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둘 중 누구도 햄버거를 주문하지 않았다. 몇 블록 떨어진 곳에 그녀가 2013년 봄 한달 만에 이 책의 초고를 써낸 아파트가 있었다. 그녀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난 ‘참 쉽네. 하루에 4000단어는 쓸 수 있겠는데. 어차피 그 정도는 늘 쓰는 데 뭘.’ 이라고 생각했다.”

‘세이브 더 데이트’는 블로그 포스트로 시작됐다고 그녀가 말했다. 이 이야기는 ‘올’의 자매 사이트 ‘헤어핀’에 실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진 않다. “‘헤어핀’ 사이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이 있었다”고 그녀가 분명히 했다.

하지만 2012년 봄 ‘헤어핀’에 실린 수필 ‘내가 가본 모든 결혼식’이 이 책의 잠정적인 밑그림이자 시험대 역할을 했다. 돌은 이 수필에 200여 개의 댓글이 달리자 더 깊이 파고들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이 이야기들이 보편성을 지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연결성이 있다고 할까?”

돌은 2012년 가을 책을 내줄 출판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허리케인샌디가 예보돼 있던 터라 출판업계에 타격이 미칠 것을 우려해 일을 서둘렀다. 추수감사절 무렵 리버헤드 북스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저술 작업이 시작됐다. 한 장마다 하나의 결혼식을 다룬 ‘세이브 더 데이트’는 연대순으로 엮어지진 않았다. 이 책은 두 가지 큰 변화를 추적한다.

하나는 이른 나이에 서둘러 치러지던 저자 부모 세대의 중매 결혼 풍습에서 결혼 전 몇 년 간의 약혼 기간을 갖는 풍조로, 또 독신주의가 용인되는 추세로 이어지는 사회적 변화다. 다른 하나는 난생 처음 결혼식을 보고 좋아서 침대 위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던 여덟 살 소녀 돌이 결혼식에 넌더리를 내는 30대 여성이 되기까지의 개인적인 변화다.

그 과정에서 돌은 열대 섬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교 동창회 등에서 감동적인 사랑의 맹세를 목격했다. 하객이 결혼식에서 느끼는 감흥은 그들의 나이와 그들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 처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장편만화가 앨리슨 베크델의 방식을 따라 자신의 옛 일기를 뒤적이며 잊혀졌던 당시의 상황과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렸다. 언젠가 고향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자신의 고교 시절 남자친구가 어떤 여자와 함께 먼 곳으로 도망쳐서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 한 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극적인 요소들로 가득 찼다. 금간 우정, 버려진 남자친구, 깨진 백조 얼음조각, 지독한 땅콩 알레르기 소동 등.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결혼식에선 기쁘든 슬프든 모든 감정이 고조된다고 돌은 말했다. 열대 휴양지 같은 곳으로 하객들을 초대해 여는 결혼식은 상상 속에나 나오는 것 같은 이상한 ‘사랑의 캠프’다. 현실에서 반 차원쯤 유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회고록은 책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에게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술로 흥청거리고 사회적 규범이 잠시 잊혀지는 결혼식에 관한 회고록은 특히 위험해 보인다. 돌은 요즘도 여전히 말을 주고받는 사이인 신부들에게 초기 원고를 보냈다. 그것은 예의인 동시에 일종의 경고였다. 그녀는 그 신부들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불만 사항을 이야기할 기회를 줬다. 한 친구는 “결혼식 예행연습 후 저녁 식사 때 싸구려 감자 튀김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차없는 렌즈를 들이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부당하진 않은 듯하다. 그것이 결혼식 회고록 형식의 열쇠다. 굽힐 줄 모르는 정확성으로 오랜 상처를 새삼 헤집어 놓는 것. 대인관계의 실수를 다시 끄집어내고 술에 취해 저지른 터무니없는 행동들을 개탄한다.

돌은 코네티컷주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술에 만취해 폭풍우 속으로 자신의 구두를 집어 던졌다. 그녀는 이 결혼식에 대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회고록 집필은 자신을 치료하는 일종의 테라피”라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결혼식에 갈 때마다 술에 취해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런 일화를 쓰면서 ‘그 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돌은 요즘도 여전히 결혼식 초대장을 받는다. 그리고 컨설팅을 해줄 기회도 아직 많다. “사람들은 내게 결혼식에 관해 많은 것을 묻는다. 결혼식 예절과 관련된 질문 등이다.” 그녀가 말했다. “내 책은 예절에 관한 것이 아닌데 재미있는 일이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깝다.”

돌의 회고록은 사람들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문화적 공감대를 건드린다. 친숙하고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화적 의식으로서의 결혼식을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결혼식을 보아 온 돌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편 돌 만큼은 아니더라도 살면서 꽤 많은 결혼식에 참석했을 당신은 이 이야기를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공감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결혼식에 참석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예쁜 옷을 차려 입고 부모님을 따라가 하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하고 때로는 술에 취해 추태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감동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또 모든 결혼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화책 같은 이상적 사랑의 분위기에 혐오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나이나 문화 또는 다른 어떤 이유로 결혼식에 별로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빼놓고 하는 말이다. 내가 그런 경우다. 지금까지 참석한 결혼식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20대 중반인 나는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보게 될 결혼식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으니 좀 묘한 기분이 든다. 누가 나를 결혼식에 초대할까? 내 친구 중에도 집에서 멀리 도망쳐 결혼하는 사람이 있을까? 카리브해 연안에서 열리는 결혼식에서 고교 시절의 앙숙과 맞닥뜨리게 되면 어쩌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수수께끼 같은 미래를 상상에 맡기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건 좋다. ‘세이브 더 데이트’의 상당 부분에 이상하고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결혼식은 돌이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이다. 바로 그녀 부모님의 결혼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평생 동안 부모님의 결혼식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살아간다.

나도 그랬다. 돌의 회고록을 읽으면서는 그 궁금증이 한결 더해졌다. 그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난 부모님의 결혼 25주년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세이브 더 데이트’ 발간일 바로 전날이었다. 난 부모님께 뭘 선물할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답은 이미 내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부모님이 이 책을 보면서 샴페인 잔 쨍그랑거리는 파티장의 이면에서 자신들의 결혼식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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