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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여왕’은 이제 어디로 향하나까

SEOUL REPORT - ‘여왕’은 이제 어디로 향하나까

김연아는 2014년 5월 6일 은퇴 무대를 가졌다.



한국은 손기정, 박찬호, 박세리 등 세계적인 운동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전세계로부터 ‘여왕(Queen)’이라 불린 선수는 오직 김연아 한 명뿐이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의 업적은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세계대회에서 총점 200점, 210점, 220점의 벽을 넘어선 첫 여성 스케이터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40점, 150점을 넘어선 것도, 쇼트프로그램에서 75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한 것도 여성으로선 김연아가 최초다. 그처럼 뛰어난 실력과 프로다운 자세 덕분에 그녀는 나가는 대회마다 시상대에 올랐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석권한 첫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세계 신기록을 11차례 경신했다. 경신한 기록 8개는 본인이 세운 것이었으며, 현재도 세계 신기록 두 개를 보유 중이다.

빙판 위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업적은 실로 전설이라 할 만하다.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김연아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 같은 해 그녀는 여성스포츠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스포츠선수에 올랐으며, 유엔은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김연아를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뉴욕으로 초청했다.

심지어 김연아는 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훌륭한 연설을 펼쳐보이며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 가장 인상적인 건 김연아의 자선사업일 것이다. 그녀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성금부터 최근 세월호 침몰사건 성금까지 총 수십 억원에 달하는 기부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길고 인상적인 경력을 마친 김연아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그녀의 답변은 간단하다. 일단 쉬겠다는 것이다. 여섯 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으니 23세가 되도록 온 생애를 피겨스케이팅에 바친 이 여성이 휴식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이 4년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얼마나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녀가 한국의 차기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지원하고 한국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느라 바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역할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를 포함해 총 14개 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소치에선 금메달 3개, 총 8개 메달을 얻는 데 그쳤다. 획득 메달 수를 올림픽 3회 연속 경신하겠다거나 종합성적 10위 안에 들겠다던 목표는 남의 일이 됐다. 한국은 13위로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쳤다. 역대 두 번째로 좋지 않은 동계올림픽 성적이다.

한국은 1948년 처음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냈다. 2014년까지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총 53개의 메달을 획득했지만 그 중 51개는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나머지 2개가 김연아의 몫이다. 김연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은 2년 연속 메달 순위 10위권 밖에 머무를 위험이 생겼다. 그것도 개최국으로서 말이다.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을지는 김연아에게 달렸다. 그녀는 젊고 유망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지원하고 한국이 그녀 없이도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메달을 따내도록 도울 수 있다. 아주 큰 책임이 따르는 역할이지만, ‘여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필자 월터 포어맨(캐나다)은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프로토콜 매니저이며 TBS 교통방송에서 eFM 프로그램 ‘인사이드 아웃’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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