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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 국내 골프장 500개 시대 회원권 - 전통성·안정성·편의성·접근성 따져라

Golf | 국내 골프장 500개 시대 회원권 - 전통성·안정성·편의성·접근성 따져라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가 매입한 레이크사이드 CC.



지난해 말까지 국내 골프장 수는 총 494곳이었다. 그중 퍼블릭이 231곳으로 회원제(230곳)를 처음으로 앞질렀다(나머지 33곳은 군 골프장). 그러나 18홀로 환산할 경우 499.9곳이며 이 중 회원제는 285.5개로 전체의 57.1%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개장한 몇 곳을 추가하면 본격적으로 500곳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퍼블릭 골프장이 더 많이 개장하고 회원제의 퍼블릭 전환도 심심찮게 뉴스로 나오니 골프 회원권이 이제는 옵션, 즉 선택사항일 만도 하겠다.

하지만 골프 회원권은 골퍼에게 아주 긴요하다. 회원제와 퍼블릭의 단순 선택이 아니라 회원제의 대체재기능이 아직은 더 크기 때문이다. 회원권의 매매 전략을 세우려면 국내 회원권 시장의 변천사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사 그러하듯 과거의 흐름과 궤적을 통해 오늘을 진단할 수 있고, 내일까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골퍼들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혹은 골프숍에서만 거래되던 골프 회원권은 국내 골프장이 61곳이던 1991년 회원권거래소가 생기면서 중개시장 개념이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자 골프장 수는 152곳으로 늘었다.



퍼블릭 골프장이 회원제보다 많아져노태우 정부 초기 골프장 설립 권한을 청와대 인가에서 지자체 허가 사항으로 넘기자 지방에 골프장 설립 러시가 일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상류층의 골프 라운드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 때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이 새로운 활력소였다. 외환위기도 예상보다 일찍 극복하면서 IT를 중심으로 한 신경제 붐이 일었다. 지방 곳곳에서 골프장이 생겨났고, 젊은 연령대의 골퍼도 급증했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주니어 골퍼도 우후죽순 늘었다.

노무현 정부 초기였던 2004년 7월 말, 당시 이헌재 총리는 신문 인터뷰에서 공언했다. “골프장 하나 인허가 받는데 평균 5년에 달한다. 현재 접수된 230건의 건립 신청 건을 4개월 안에 동시 심사해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 선언 이후 골프장 설립도 일사천리였고, 아파트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먹거리를 찾던 중소 건설사들이 대거 골프장으로 몰려들었다. 골프를 하지 않는 이들까지 골프장 회원권을 사려고 뛰어들었다. 회원권 가격이 치솟으면서 재테크를 위한 회원권 구매까지 생겨났다. 2000년대 중 후반에 이르자 골프 회원권은 어떤 이들에겐 투자가 아니라 투기로 여겨졌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치솟던 회원권 시세도 꺾였다. 제2 금융권의 무리한 대출과 중소 건설사의 무리한 골프장 개발 거품이 고스란히 공급 과잉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신규 분양을 기회로 사세를 급격히 키우던 거래소들은 사라졌고, 해외 골프장 회원권까지 난립하던 열풍은 식었다.

골프회원권을 중개하는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회원권 평균 거래가를 나타내는 에이스피(AcePi) 지수를 보면 2008년 3월 최고점이었던 평균 회원권 가격은 2억7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63.4% 떨어진 1억174만원에 머물렀다. 금융위기 전까지 최고가이던 남부CC의 시세는 21억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3분의 1에 가까운 8억500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회원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시세 하락을 예상한 투매라기보다는 점진적 가격 하락에 따른 실망장’으로 진단한다. 골프 회원권 시세는 주식시장보다는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맥락을 함께 해왔다. 2006년 정부에서 부동산 억제 정책을 쓰자 회원권이 반사 이익을 얻었고,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과 회원권 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성 매수가 일었던 것이 예외적이지만, 대체적으로는 부동산 시세와 골프 회원권은 비슷한 등락 흐름을 보인다.

따라서 2008년 이후의 회원권 하락세는 이명박 정부 이후 이어진 골프 금지령도 원인이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투자 손실을 우려한 매수자가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낮은 시세가 경기 호전에 따라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원권 보유가치는 그래도 남아몇 년 전부터 골프 회원권의 이용 혜택 확대가 눈에 띈다. 투자나 재테크 개념보다는 이용가치 위주의 회원권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회원권 반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골프장은 제휴 골프장의 혜택을 추가하거나 정회원을 가족회원까지 혜택을 추가하는 식으로 기존 회원권을 유지하려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퍼블릭 골프장이 급증하고 있어 골프 회원권의 보유 가치 자체가 없어진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는 섣부르다. 회원권 보유자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겨나도 쉽게 이탈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부킹만이 아니라 다양한 편의성과 코스 품질, 회원 교류, 자손 승계 등이 회원권을 보유하는 중요한 이유다.

올해는 더 열악해진 골프장 운영비를 보전하는 사례가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고가로 회원권을 구입한 기존 회원은 예외겠지만, 이미 떨어진 시세로 회원권을 구입하는 신규 회원권을 중심으로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퍼블릭 골프장이 늘면서 영업위기에 봉착한 회원제 골프장은 구조조정과 함께 회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

또한 골프 선진국이 그러하듯 ‘세미(Semi) 프라이빗’ 형식의 골프장도 늘어날 것이다. 종전까지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의 눈치를 살피느라 평일과 비는 시간에 일반 부킹을 음성적으로 받아 수익을 보전했다. 최근 몇 년 새 이런 부킹을 중계하는 업체가 급성장했다. 그런 식의 틈새 부킹은 결국 그린피의 중간 마진으로 추가되곤 했다.

과중한 세금 부담과 입회금 반환 부담에 직면한 회원제 골프장들로서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회원들은 주말이나 황금 시간대의 부킹과 저렴한 그린피 등의 고유 가치는 유지하면서 비는 티타임을 활용한다는 골프장의 자구책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결국 회원제를 유지하면서 많은 골퍼에게 최대한의 효용을 주는 방식일 테니까 말이다.

대명리조트나 휘닉스파크 등 숙박 시설을 갖춘 콘도·리조트업체들이 골프 회원권과 유사한 형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도 최근 추세다. 레이크힐스·신안·한화 등 기존 거대 골프장 중심 체인이 운영하던 방식을 이제는 다수의 회원을 보유한 리조트 중심의 업체들이 골프장을 연계해서 상품을 내는 것이다. 대명리조트는 최근 골프·스키·오션월드를 회원권 하나로 즐길 수 있는 특별 회원권을 선착순 모집 중이다. 휘닉스리조트 역시 골프 회원권이 없는 이들에게 골프 부킹을 해주는 신개념 콘도회원권 뉴‘ 스마트 무료 회원권’을 출시했다.

그렇다면 골프 회원권 중에서 신규로 구매하거나 교체한다면 어떤 기준에서 접근해야 할까? 을해도 회원권 시세는 대체적인 하락장이 예상되지만, 전통성·안정성·편의성·접근성이라는 4가지 테마를 가진 회원권은 탄탄한 내공을 갖추고 가격대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므로 이를 판단의 근거로 삼으면 된다.

첫째, 올드 코스들이 가진 전통성의 내공이다. 오랜 기간 동호회나 회원 자체 모임이 활성화돼 있고, 골프장 활용도도 높은 멤버로 구성돼 외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1964년 개장한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시초인 서울 한양CC는 회원들의 이용 만족도가 뛰어나다. 1986년 개장한 안산의 제일CC 역시 수도권 서남부권이나 근방 공단 지역을 바탕으로 모임이 활성화돼 이 지역권에서는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 외부 시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모기업이 튼튼한 안정성도 중요하다. 이런 회원권은 시세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 부실 골프장의 법정관리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불안이 확산되면서 입회금 반환사례가 증가했다. 결국, 이러한 사태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운영사의 자금 여력과 모기업의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최근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가 매입한 레이크사이드의 회원제 코스 회원권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VVIP골프장을 지향하는 트리니티가 지난해 최대 25억원에 분양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도 신세계 그룹이 모기업으로 배경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레저 위한 회원권이 필요한 시대셋째, 운영 방식과 서비스의 초점이 회원에게 맞춰져 있는가의 편의성도 따져야 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골프장은 회원들의 요구사항과 혜택을 지속적으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골프장이 실질적인 ‘회원지상주의’를 표방해야 한다. 남부CC는 회원 위주의 철저한 운영으로 완벽한 부킹을 보장하고 있으며, 최근 가족회원에 대한 혜택을 늘려서 사용 가치를 높였다.

또한 최근에는 골프장의 ‘회원주주제’ 운영 방식이 높이 평가된다. 신원CC·경주신라CC 등은 회원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운영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고객 서비스가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어 회원권 시세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은 회원권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근본적인 요건이다. 골프장이 얼마나 가까운가는 이용 편의성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다. 예전에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라도 따지지 않던 골퍼들이 이제는 1시간 내외가 아니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점차 가족들과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접근성은 회원권 선택의 최우선 변수가 된다.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인근의 프리스틴밸리·아난티서울 등의 시세가 뛰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신규 도로가 뚫리면 골프장 회원권 가격부터 오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네 가지 테마에서 공통되는 특징은 회원권이 이제 본격적인 이용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접대를 위한 비즈니스 골프가 아니라 내 건강과 레저를 위한 회원권이 필요한 시대다. 내가 얼마나 자주, 또 누구와 함께 골프를 하는가를 따져본다면 가장 가능한 회원권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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