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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온도를 찾아서

가장 낮은 온도를 찾아서

NASA는 2016년 사상 최저 온도의 실험 환경을 조성하는 극미중력 실험실을 우주정거장으로 올려 보낸다.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냉장고가 곧 여러분 가까운 우주정거장으로 찾아갑니다.’ 아니, 우주인들이 마실 맥주를 냉각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 냉각원자실험실(CAL)은 보급 임무를 띠고 2016년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물질의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특이한 형태 일부를 탐구하고 어쩌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형태도 일부 밝혀내게 된다.

“원자 물리학계는 전혀 교란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자 표본을 연구한다는 이상을 항상 품어 왔다.” CAL의 수석 과학자인 제트추진연구소 소속 로버트 톰슨이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주 온도가 낮은 환경을 의미한다. 열은 곧 에너지를, 그리고 에너지는 곧 교란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에도 원자 활동을 둔화시켜 냉각시키는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절대 영도(열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저 온도) 바로 위 100만 분의 1도 수준에서였다”고 톰슨이 말했다. “거기서 원자시계 기술을 비롯한 응용 기술이 탄생했다. 그래도 더 낮은 온도의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CAL이 절대 영도 바로 위 100억 분의 1도에 도달하리라고 톰슨은 기대한다. 그처럼 낮은 온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은 273켈빈(K)에서 언다. 그보다 10배 더 낮은 27K에선 수소를 액화할 수 있다. 그보다 10배가 더 낮은 2.7K는 우주 온도다. 그리고 10배 더 낮은 온도 … 그리고 10배 더 낮은 온도를 상상해 보라 … 그리고 10배 더. 그것이 바로 CAL이 원하는 바다.

그렇게 낮은 온도에서 물질을 연구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불가해한 양자 역학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목적이다. 절대 영도 위 10억 분의 1도에선 원자가 옆으로 퍼지면서 평소보다 수천 배 커진다. 작은 당구공 형태가 아니라 파장에 가까워진다.

극저온 냉장고에서 원자 가스를 레이저로 냉각하는 과정의 상상도.
그리고 그 파장들이 심하게 중복되면서 분간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10만 개의 원자 대신 하나의 슈퍼 원자를 얻게 된다. 이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BEC)이라고 부른다. 1925년 그런 상태를 예측한 두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내스 보스와 알버트 아인슈타인에서 이름을 따왔다.

1995년 에릭 코넬과 칼 와이먼이 노벨상을 받았다. 루비듐 원자를 2000억 분의 1K까지 냉각시키는 방법으로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더 낮은 온도에선 BEC가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커진다(적외선 고글을 착용할 경우). 이 물질이 파장 형태이기 때문에 광선을 비추듯이 사방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이들 BEC 파장을 이용해 ‘원자 간섭계’라는 극도로 민감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파장을 분할했다가 다시 결합하는 방법이다. 원자 간섭계는 거리·중력·회전 등을 측정하는 도구다. 이는 우주 항해에 유용할 성 싶다. 가령 LA 고속도로를 달릴 때보다 우주에서 길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에선 GPS가 통하지 않는다.” 원자 간섭계 실험을 진행 중인 버지니아대 캐스 새키트가 말했다. 가까운 장래에 이들 도구를 이용해 남극과 북극 빙상의 해빙을 모니터할 수 있다. 극관이 녹으면 지구의 중력장이 변한다. 지각에선 포착하기 어렵지만 원자 간섭계로는 모니터하기가 (다소) 쉽다.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CAL에서 가장 근사한 실험은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을 물질을 탐구하는 일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코넬은 ‘에피모프 분자’라는 특이한 물질 상태를 조성하는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1970년 러시아 물리학자 비탈리 에피모프가 예상한 물질 상태다. 3개 원자가 미묘하게 얽혀 배열돼 있다. 서로 느슨하게 묶여 있어 하나를 떼어내면 나머지 둘도 떨어져 나간다. 에피모프 분자를 당장 어떻게 응용하려는 구상은 없다. 하지만 CAL 실험은 양자 물리학에 대한 우리의 이론적 이해가 올바른지 검증하게 된다. 그 결과는 양자 컴퓨팅 같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문제 중 일부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실험실은 서류가방 크기의 5개 모듈로 이뤄진다. 이들을 ‘익스프레스 랙’이라는 냉장고 크기의 제어장치에 플러그로 연결한다. 항공우주국(NASA)답게 EXPRESS는 ‘우주정거장 랙 실험 처리 신속화’라는 의미의 아주 번거로운 두문자어다. 이 실험실은 소형화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보통 냉각원자실험실은 내부에 레이저와 자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들 실험은 지상에서의 통제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보수만 우주인들이 담당한다. 흥미롭게도 이들 초냉동원자들은 기온이 낮은 우주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게 된다. 우주 정거장의 실내 온도 지역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이다.

CAL은 NASA 극미중력 프로그램에겐 일종의 부활을 의미한다. 톰슨에 따르면 2000년대 초 CLASS라는 잠재적인 BEC 실험이 구상 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자금공급이 중단됐다. 톰슨은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려 보내려 힘써 왔다. 그 실험을 “세컨드 CLASS(‘두 번째’의 의미지만 ‘2류의’라는 뜻도 된다)”로 부르는 아이디어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특히 먹힐 만한 타이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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