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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2014 - 레드 카드 받은 세계 챔피언

WORLD CUP 2014 - 레드 카드 받은 세계 챔피언

세계 프로축구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스타의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지만 라리가의 다른 팀들은 스타들의 연봉을 감당하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스페인은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 전 대회 우승팀으로 참가한다. 트로피를 다시 가져갈 확률도 높다. 하지만 스페인 축구의 최고 리그는 고꾸라졌다. 수십 억 유로의 부채와 잇따른 스캔들에 태클이 걸렸다. 지난 4월 전 구단주가 납치 음모 혐의로 체포되면서 스캔들의 절정을 이뤘다.

스페인 팀은 지난 유럽축구선수권대회도 석권했다. 그들의 성공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축구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에 걸친 방만한 운영, 급증하는 부채, 그리고 몇몇 경우 리그 구단의 범죄 행위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축구가 국민 스포츠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이었다면 묵과되지 않았을 행동들을 모두가 눈감아줬다.” 2011년 파산법정으로부터 세비야 지역 레알 베티스를 맡아 경영을 정상화시켜 달라고 요청을 받은 올리브유 거래상 미겔 기옌이 말했다. “팬들이 우승을 원한다는 사실을 구단들이 알았으며 그것을 믿고 무책임하게 행동했다.”

통계가 말해준다. 2006년 이후 1부와 2부 리그의 40개 팀 중 22개 팀이 법정관리 파산 심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2개 팀은 아직도 그 절차를 밟는 중이다. 2011~2012 시즌 말 시점에서 이들 상위 40개 팀의 총 채무액은 37억5000만 유로에 달했다. 연간 수입 18억 유로의 2배에 가깝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LFP) 측이 제공한 통계다. 부채에는 체납 세액 6억200만 유로도 포함됐다.

호황기 때 상당수 스페인 기업들은 손쉽게 대출받은 저리자금으로 흥청망청하다가 은행들이 돈줄을 조이자 넘어가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스페인 축구팀들도 재무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돈을 펑펑 써댔다. 지역 저축은행의 돈줄을 쥔 현지 정치인들은 구단들에 대한 신용을 보장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이 망하도록 방치했다가는 그 뒷감당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무당국까지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납부시한을 연기해줬다.

“구단들이 세무당국과 협상해 세금 납부를 늦출 수만 있다면 선수들을 새로 영입해 승수를 더 많이 올리며 타이틀을 쟁취하면 결과적으로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였다”고 기옌이 말했다. “내가 베티스 경영을 맡았을 때 선수들의 연봉이 수입의 165%에 달했다. 그것이 거대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유럽 축구는 수십억 유로의 수입을 창출한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3 시즌 중 상위 20개 흑자구단(2개 터키 팀을 제외하고 모두 유럽 팀)이 거둬들인 수입은 54억 유로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5억1900만 유로로 9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그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가 3억8300만 유로의 수입을 기록했다.

몇몇 팀에선 문제가 부실경영에 그치지 않았다. 돈과 스포츠의 짜릿한 결합에 지난 몇 년 사이 사기꾼들이 적잖이 꾀어 들었다. “구단주가 되면 비할 데 없는 지위를 얻는다”고 기옌이 말했다. “시장, 지역 지도자, 심지어 총리보다 더 비중 있는 실력자가 된다. 지금은 대부분 바르게 처신하지만 호경기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취한 사람들도 있었다. 베티스에서도 자신이 선악을 초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구단주가 있었다.”

스페인 국민의 축구 사랑은 광적이다. 바르셀로나의 팬들.
기옌이 가리키는 사람은 마누엘 루이스 데 로페라다. 1992~2006년 베티스 구단주였던 그는 현재 베티스 자금 2500만 유로가량을 자신의 회사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구단 계좌를 조사하던 사법당국이 탈세 사실을 밝혀내 그에게 410만 유로 가량의 벌금을 부과했다.

바르셀로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26억 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가 높은 축구 클럽이다. 이 팀도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브라질 출신 포워드 네이마르 다 실바 산토스 주니어의 최근 계약과 관련된 탈세 혐의다. 이 사건으로 산드로 로셀 구단주가 지난 1월 물러났다. 같은 달 스페인 대법원은 호세프 루이스 누네스의 유죄를 확정했다.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 팀을 22년 동안 이끌었던 그에게 뇌물공여 죄가 적용됐다.

불과 몇 주 뒤 3월에는 세비야의 전 구단주였던 호세 마리아 델 니도의 7년 징역형이 시작됐다. 남부 해안 도시 마르베야로부터 280만 유로를 횡령한 죄였다. 세비야의 또 다른 전 구단주 호세 마리아 곤살레스 데 칼다스는 지난 10월 부동산 사기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라싱 산탄데르 팀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색깔을 자랑했다. 이 팀 선수들이 지난 1월 경기 출전을 거부했다. 넉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한 데 대한 항의였다. 2011년 인도 사업가 아산 알리 사이드가 파산위기에 처한 팀을 구제하겠다며 뛰어들었다. 전용기와 벤츠 승용차 행렬을 과시하며 나타나 1500만 유로의 투입을 약속했다.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사이드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웨스턴 걸프 애드바이저리(WGA)는 2010년과 2011년 뉴질랜드와 호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사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뒤 스위스의 금융 당국은 WGA 계좌를 동결시켰다. 바레인의 중재 위원회는 한 투자자에게 36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WGA에 명령했다. 사이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달아났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한 지 두어 달 만이었다.

18일 리그 우승을 확정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오랜 스캔들의 전력을 갖고 있다. 상당부분 제수스 힐 전 구단주와 관련됐다. 마르베야의 뻔뻔한 시장이었던 그는 2004년 세상을 떠났다. 힐은 1990년대 코스타 델 솔에 만연했던 부동산 사기, 정치부패, 조직범죄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법당국이 현재 마드리드 지방 정부를 조사하는 중이다. 국민 세금으로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의 엔리케 세레소 현 구단주에게 광고 및 TV 계약 특혜를 주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세레소는 과거 2003년에도 기금 유용에 연루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었다. 1990년대 팀이 법인으로 전환될 당시의 일이었다.

정부 당국자들과 축구 팀 간의 어두운 거래도 유럽집행위원회 독과점금지법 조사관들의 감사를 받아왔다.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당국이 축구 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에게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지원 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는 중이다.

“축구팀에 융자를 승인하는 금융기관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인들이 운영하는 저축은행들이다.” 마드리드에 있는 영국 법률회사 애셔스트의 독과점금지 및 유럽연합 법 팀장이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시즌 입장권을 보유한 라파엘 바에나가 말했다. “정상적인 은행이라면 그런 불량한 사업체들에게는 아예 융자를 고려하지도 않는다.”

2009년 발렌시아의 부채가 5억5000만 유로에 달했다. 그뒤로 스페인 4위 규모 대출업체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7개 저축은행 연합체인 방키아라는 업체였다. 하지만 방키아도 2012년 224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으며 여러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아 왔다.

발렌시아의 전 구단주 후안 바우티스타 솔레르의 경기장 신축 구상이 실패하면서 재정이 거덜나자 방키아가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뒤로 새 스타디움은 짓다 만 흉물로 남아 있으며 소유주이자 채권자인 은행은 팀에 융자해준 3억 유로를 되찾으려 애쓰고 있다.

솔레르는 지난 4월 발렌시아의 후임자 납치 음모를 꾸민 혐의로 체포되면서 다시 언론의 화제가 됐다. 후임자는 솔레르에게 3900만 유로의 부채가 있다. “이 같은 부패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관대한지 정말 놀랍다.” 스페인의 코페 라디오 네트워크와 유로스포츠의 스포츠 전문 기자 루벤 유리아가 말했다. 물론 축구계의 회계부정과 범죄가 스페인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울리 회네스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었다. 지난 3월 2700만 유로에 상당하는 탈세 혐의로 3년 반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013년 3월 유럽집행위원회는 네덜란드의 5개 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을 받은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탈리아 당국은 현재 수 건의 승부조작 혐의를 조사하는 중이다.

스페인 축구 당국은 2011년 이후 금융규제를 더 엄격하게 집행하려 노력해 왔다. 2012년 4월 LFP와 정부는 구단들을 대상으로 새 지침을 마련했다. 2014~2015 시즌부터 각 팀은 방송 중계권료 수입의 35%를 LFP에 양도해야 한다. 이는 세무당국에 대한 체납 부채의 담보가 된다. 정부의 스포츠 협의회가 LFP를 감독하며 이사를 해고하고 벌금을 부과하며 국가 지원을 차단하는 권한을 갖는다.

“지금은 경영자들 사이에 전에 없던 직업의식이 있다.” LFP의 기업 총감독이자 금융규제 책임자인 하비에르 고메스가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규칙을 지키지 않는 구단들은 응징할 작정이다.” 고메스에 따르면 각 팀은 4월 중으로 시즌 전반기 재무실적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시즌 나머지 기간과 다음 시즌에 대한 예상 실적도 신고해야 한다. 앞으로는 각 팀의 선수 계약금 지출액 균형과 통제를 LFP가 감독하게 된다고 그가 말했다.

두 시즌 만에 팀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으며 지금은 부채-소득 비율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고메스는 베티스의 부채를 3년 만에 6000만 유로나 감축한 경영진의 능력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팀은 올 시즌 산술적으로 꼴찌가 거의 확실하다. 그에 따라 평생 동안 베티스의 팬이었던 기옌은 지난 3월 구단주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우리는 경제적 현실과 수입창출 능력에 맞춰 구단을 회사처럼 바꾸고 관리해야 했다”고 기옌이 말했다. “이상적으론 사업과 승률 간에 적당한 균형을 잡고 싶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불행히도 축구에선 많은 사람이 승패의 이면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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