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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 투자법 - 나누고, 다시 조정하길 반복하라

자산배분 투자법 - 나누고, 다시 조정하길 반복하라



1973년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였던 버톤 말키엘은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원숭이·전문가·일반투자자로 그룹을 나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종목을 택해 주식 투자를 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성과가 가장 좋았던 그룹은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11.4%, 전문가는 -13.6%, 일반인은 -12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실험은 투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든 개인이든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종목을 선택했더라도 결과는 임의 투자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유사한 실험이 2000~2001년에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원숭이·전문가·개인투자자 세 그룹의 종목 선택 실험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원숭이 그룹의 승리였다. 가격이 오를 종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뛰어난 분석과 감을 바탕으로 한두 번 투자에 성공했더라도, 이후 단 한 번이라도 큰 손실이 발생하면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50% 손실이 났다면 +100% 수익이 나야 원금을 회복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 여러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놓는 것이다. 높은 수익을 한 번에 내는 게 아니라 적절한 수익을 꾸준히 내면서 손실의 가능성을 줄이고 누적 성과를 높이는 것이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자산별 성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단순한 분산투자 만으로도 수익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었다. 자산배분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

2011년 1월~2013년 12월까지 3년 간 글로벌 주식(선진국 50% 대 신흥국 50%), 글로벌 채권(선진국 채권 50% 대 신흥국 채권 50%), 국내 주식으로 수익률과 변동성 분석을 해 보았다. 그 결과 글로벌 주식의 연 수익률은 8.4%, 변동성은 15.3%로 고수익·고위험을 보였다. 글로벌 채권의 연 수익률은 4.2%, 변동성은 4.5%로 저수익·저위험을 보였다. 이와 달리 국내 주식은 연 수익률 1.1%, 변동성 19%로 수익은 낮고 위험은 높은 자산이었다.

그런데 세 가지 자산을 단순히 분산투자 하면 연 수익률은 5%, 변동성은 10.4%로 중위험·중수익 결과가 나온다. 이 기간 동안 자산배분 비중을 변경하면서 성공적으로 자산배분을 했다면 기대수익률은 8.6%로 높아지고, 변동성 9.6%로 낮아진다.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글로벌 주식보다 기대 수익률은 높고 변동성은 낮은 효율적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자산배분은 투자 기간이 길고, 자금의 규모가 커지는 연금 운용에서 더 중요하다. 1~2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내는 자산은 있을 수 있지만, 기간이 10년이라면 어떠한 자산도 계속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없다. 경기 사이클은 3~4년을 주기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의 추세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10년 동안 미국 주식, 미국 채권, 미국 리츠, 미국 하이일드, 아시아 주식, 신흥국 채권, 원자재, 현금 8개 자산군의 성과를 봤더니 10년 간 꾸준히 평균 이상을 유지한 자산은 없었다. 또한 연금의 경우 투자 초반에는 자금 규모가 적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만일 후반에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면 노후 계획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연금일수록 자산배분으로 변동성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재조정이다. 관리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성과 차이는 예상보다 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DC형 가입자 중 최근 3년 간 자산배분을 변경하거나 관리한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었던 사람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수익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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