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PR1ZM DISTRIBUTION -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

PR1ZM DISTRIBUTION -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

한국에서 프로스케이터로 활동하다가 기업인으로 변신한 프리즘 디스트리뷰션 양준무 대표. 그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해외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던 일이지만, 그 결과물은 놀랍다.
양준무 대표는 해외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즘 디스트리뷰션(PR1ZM DISTRIBUTION·이하 프리즘)의 사무실은 마치 신기한 물건을 전시해 놓은 쇼룸 같다. 회사 관계자에게 “이것은 뭔가?”라는 질문을 계속할 정도였다.

빅뱅이 직접 디자인한 아이폰 케이스, 언더그라운드 디자인계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 로스타가 직접 이곳에 와서 그린 벽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케이스 액세서리, 산에서 원두커피를 끓여 먹을 수 있는 도구인 캠프 커피, 침낭인지 옷인지 아리송한 ‘냅색’(Napsack) 등 독특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겸비한 물건들이 사무실 곳곳에 전시됐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물건들은 브랜드 폴러 스터프, 크링크, 코모노, 시스템 등의 제품들이다. “그런 브랜드가 있었어?”라고 되묻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유행을 뛰어넘어 문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브랜드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양준무(37) 대표의 남다른 안목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 즐기면서 접한 문화가 경쟁력양 대표가 지난해 한국에 론칭한 폴러 스터프(Poler Stuff)는 요즘 캠핑족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오레곤 주 포트랜드에 기반을 둔 브랜드로 아웃도어와 익스트림 스포츠의 경계를 허문 브랜드다. 텐트부터 냅색 등의 캠핑용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모자와, 장갑, 옷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한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살려서 미국·일본 젊은이에게 사랑 받고 있다. 폴러 스터프의 성격을 대변하는 상품이 냅색이다. 모양은 침낭인데, 지퍼가 달린 팔 구멍이 있어 마치 옷처럼 입을 수 있어 편리하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살린 제품이다. 폴러스터프는 나이키 등 브랜드와 협업(콜라보레이션)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케이스를 출시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 인케이스를 한국에 론칭한 것도 양 대표다. 1997년 설립된 인케이스는 원래 산업 디자인 회사였다. 양 대표는 “인케이스는 애플을 만나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인케이스의 스토리와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미국에서 제품을 처음 사용했을 때 만족도가 높아 2009년 우리나라에 론칭했다.”

인케이스는전 세계 백팩 열풍을 선도했다. 얼마 전 출시된 ‘아이콘 백팩’은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와 각종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수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측면 사이드 포켓에는 포터블 파워(외장형 배터리)나 휴대폰의 케이블을 외부로 연결할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인케이스는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다양한 제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같은 해 아이폰3GS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케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애플 제품의 액세서리를 취급하던 기업들도 인케이스를 한국에 들여오려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인케이스는 자본이 부족하고 역사도 짧은 프리즘을 선택했다. 1년 후에는 홍콩,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총판 계약도 프리즘에 맡겼다.

프리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뛰어난 마케팅 실력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양 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인케이스의 문화를 알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다. “인케이스는 내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양 대표는 말했다.

양 대표는 문화, 라이프스타일 같은 단어로 프리즘의 활동을 설명한다. 그는 10대의 대부분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에서 보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고, 2시간 거리에 스키장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 서핑 등 스포츠를 즐겼다. 15세부터 타기 시작한 스케이트보드는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19세에 군대에 가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도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들과 어울렸다. 문화 충격을 받았던 군 생활을 마치고 그는 미련없이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돌아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케이트보드 제작업체인 버튼 코리아의 후원을 받으면서 프로스케이터로 활동했다. 이때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인디 가수, 스케이터,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소위 서브 컬처(하위 문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과 인연을 쌓았다. 그들은 이제 양 대표의 사업을 적극 후원한다.



버튼, 대기업 제치고 프리즘 선택양 대표가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스노보드를 즐기면서 접했던 문화는 프리즘의 기반이다. 그가 한국에 자리 잡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없는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행은 금세 사라진다. 특히 한국의 유행 사이클은 너무 짧다. 나는 유행으로 끝나는 제품은 관심 없다. 우리 삶에 꾸준하게 사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내 소개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세계적인 스노보드 브랜드 버튼(Burton)은 원래 한국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프리즘을 선택했다. 양 대표는 지난 1월 버튼코리아 지사를 설립했다. 그는 “대기업을 이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튼은 스노보더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브랜드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 사용했던 버튼의 문화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버튼의 성장을 기대한다.” 프리즘이 세계적인 브랜드와 손잡고 일할 수 있는 비결은 “유행을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양 대표는 말했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10년이 채 안된 프리즘은 연간 1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양 대표는 “우리 삶에 다양한 문화를 전파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이니까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6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7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8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9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실시간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