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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건강의 달인⑯ “인체의 거울인 손을 자극해라”

health - 건강의 달인⑯ “인체의 거울인 손을 자극해라”

세계 최초로 수지침을 개발한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장. 오장육부가 연결된 손을 자극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수지침으로 대뇌 기능을 조절하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나 일본·미국·남미·유럽 등지에서 인기다.
수지침의 효과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장. 뾰족한 침 부분에 스폰지 패드를 붙여 아예 통증을 없앤 기감봉요법을 직접 보여줬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종로구 고려수지침학회 사무실에 ‘진객’이 찾아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초반의 김창남 수사. 카자흐스탄으로 전교(傳敎)를 떠난 지 15년만의 귀국길이라고 했다.

카자흐스탄은 전형적인 회교국이다. 국민 모두 이슬람 종교를 믿는 곳으로 전교를 떠나기 전 그는 3년 여에 걸쳐 이곳에서 수지침을 배웠다.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간 그는 진료 봉사부터 시작했다. 전교 5년 만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매일 100여명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갈 정도로 환자는 북새통을 이뤘다.

로마교황청은 성당과 함께 병원을 지어줬다. 고국을 찾은 그가 고려수지침학회부터 방문한 것은 감사의 표시였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0년 고려수지침요법을 정식 의술로 인정했다.

김 수사에게 의사 자격은 물론 박사 학위까지 수여했다. 의과대학 수지침학과도 개설해 강의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원한 고려수지침이 국위선양은 물론 가톨릭의 전파에 기념비적인 공로를 세운 것이다.



브라질 등 세계에서 인기인 고려수지침요법고려수지침 창시자 유태우(66) 고려수지침학회장. 건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 석자는 무척 친근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수지침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은 얼추 300만 명을 웃돈다. 이 중 각 3개월 단위의 기초·중급·고급 과정을 거친 사람은 20만여 명.

지금도 전국 150여 지회에선 교육과 봉사를 통해 수지침요법이 보급된다. 어떤 보완대체요법이 이렇게 대중적이면서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더욱 흥미로운 점은 고려수지침요법이 ‘국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쓴 책은 9개국 언어로 번역돼 20여 개국에 개설된 지회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다. 가장 앞선 나라는 독일. 이곳에선 고려수지침(Koryo Hand Acupuncture)클리닉이 개설돼 운영된다.

오스트리아에선 간호대 커리큘럼에 포함돼 간호사에게 수지침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브라질 바이야 주립대학은 1988년 9월부터 수지침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수지침 바람은 197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해 세계 45개국에서 출간하는 ‘의도(醫道)의 일본’이라는 잡지에 소개됐다. 이후 국영방송인 NHK에 특집 방영되기도 했다.

유 회장은 “도쿄에서 개업한 침구원장 고마츠 타카오는 신부전증을 수지침으로 치료해 현재 전국 침구사 중 세금 랭킹 10위권 안에 든다”고 말했다. 나고야에 지부를 운영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부부는 주 3일 수지침 치료를 하는데 저녁 10시까지 진료를 할 정도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과학적인 연구도 활발해 매년 한·일수지침학술대회를 통해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고려수지침의 인기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단연코 효과다. 유 회장은 “시술 즉시 증상이 완화되고, 반복 시술하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전성이다. 그의 침은 가늘고 짧다. 피부 침습이 2㎜ 수준이다. 압박 자극만 하는 T봉도 있다. 그가 개발한 서암뜸은 살을 태우지 않는 간접뜸이다. 따끈한 열전도로 상응점을 자극할 뿐이다. 배우고 따라 하기 쉬운 것도 대중화에 한몫한다. 질병이 발생한 부위와 연결된 손의 상응점(반사점)을 집중 자극하면 된다. 상응점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손은 인체의 축소판입니다. 손바닥은 사람의 앞쪽, 손등은 등을 포함한 뒤쪽입니다. 중지는 얼굴, 검지와 약지는 양쪽 팔,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양쪽 다리로 생각하면 됩니다. 또 엄지는 간, 검지는 심장, 중지는 비장·체장, 약지는 호흡기와 폐, 새끼손가락은 신장·자궁의 기능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상응점을 정확하게 몰라도 된다. 해당 반사 부위를 눌러보면 몹시 아픈 데가 있다. 이곳이 곧 상응점이다. 기구 휴대가 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시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자가 시술이니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유태우 회장은 침구사의 집안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약골이었던 그는 침과 구(뜸)를 어깨 넘어 배우며 침과 구와 자연스레 친했다. 침구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그 길을 걷고자 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침구에 그는 항상 석연치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 침은 굵고 길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가하면 부작용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치료라 함은 반복과 재현이 가능하고, 누가 시술해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야 합니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안전하고, 확실한 신뢰를 갖고 시술할 수 있는데 전통침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다 한문으로 된 내용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었다.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뇌 기능조절과 면역력 증강1971년 여름, 그는 수면 중에 심한 두통으로 잠을 깼다. 과로에 의한 긴장성 두통이었다. 밤 12시가 넘어 약을 사러 갈 수도 없었다. 억지로 잠을 청하다 문득 희한한 착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중지 손끝이 머리와 관련 있는 반사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 관상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때 배운 것이 얼굴과 인체의 상응관계였습니다. 예컨대 이마는 머리, 눈썹은 팔, 코끝은 생식기…. 이런 식으로 연관시켜 운명과 건강을 점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손은 인체의 거울이 아닐까. 그는 혹시나 하는 심경으로 왼손 중지 끝을 눌렀다. 몹시 아픈 지점이 나타났다. 그는 이곳을 침으로 찔러봤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뒤통수를 짓누르던 두통이 가셨다.

유 회장은 4년여 침구학원 강사를 하면서 ‘손에 얽혀 있는 미로’를 풀어나갔다. 손에 흐르는 생체전류를 측정해 자극을 준 뒤 환자의 반응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이렇게 임상시험에 참고한 환자가 1000명이 넘었다고 회고했다.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 그는 4년 만에 이론을 체계화했다. 그리고 ‘고려수지침과 14기맥 혈의도’라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임상시험 결과는 1975년 10월에 발표됐고, 그 내용은 이듬해 1월 침구사협회지 1월호를 장식했다.

이론은 이렇다. 현대의학에서 밝힌 손과 뇌는 단순한 협응관계가 아니다. 대뇌반구의 운동중추에 손은 어느 다른 부위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손 운동은 대뇌의 기능 조절 뿐 아니라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 장수하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게다가 손에는 1만5000개의 교감신경이 분포돼 있다. 이는 전신에 분포돼 있는 교감신경 수와 비슷하다. 손을 자극하는 것이 전신의 교감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지침의 원리는 손을 자극함으로써 자율신경계와 대뇌혈류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갖가지 스트레스로 자율신경계의 두 축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져 있습니다. 질병의 시작은 이렇게 항진된 교감신경에 의해 발생하지요. 결국 고려수지침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춰 인체의 기맥이 원활히 순환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 수지침은 요혈과 기맥을 포함하는 대뇌의 일정한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대뇌혈류를 개선해 호르몬을 활성화하고, 이로 인한 건강증진은 물론, 질병 예방·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침 통증 줄이고 효과 높은 서금요법 개발유 회장은 이렇게 손에서 각종 기능을 조절하는 14개의 기맥과 404개의 치료점을 찾아내 이를 정리했다. 그리고 음양맥진법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음양맥진법은 뇌로 올라가는 총경동맥과 추골동맥, 그리고 요골동맥(손목)의 혈류 형태와 속도를 파악해 질병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건강할 때는 혈류가 평이하고, 안정적이지만 질병이 생기면 맥상이 빨라지면서 불규칙적으로 바뀐다. 이 방식으로 질병이 나타난 손의 상응점을 자극한 뒤 혈류 형태와 속도를 측정하면 치료 효과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고려수지침요법의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서금요법을 창안했다. 수지침보다 안전하고, 침에 의한 통증을 줄이면서도 효과가 높은 방법이다. 그의 고려수지침요법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 그는 90여 권의 저서를 갖고 있다. 손을 자극하는 기구만도 침봉·압진봉·금추봉·기마크봉, 금봉 등 100여 가지를 개발했다. 화상의 위험이 없는 서암뜸(간접뜸), 아키 빔요법, 기감봉요법(스폰지 패드를 붙여 통증을 없앰), 수지침 요가(손으로 요가동작을 구현), 금경술 등도 그의 작품. 식품과 화장품에도 서금요법의 원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지향점은 수지요법을 근거 중심의 의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1975년 고려수지침학회 설립 이후 7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진행한 학술대회가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8월 세종대학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 주제는 ‘암과 성인병’입니다. 30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하는데 이 중 100여 명의 외국인이 신청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다양한 과학적인 실험 결과들이 발표됩니다.” 그는 이러한 학문적 근거를 기반으로 수지침요법과 서금요법, 금강요법(경락의 재정립)을 체계화해 ‘서금의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봉사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지회에서 운영되는 봉사단체는 300개에 이른다. 문제는 여전히 사회 일각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점이다.

“수지침 봉사를 하면 고발당하고, 행정처분을 통해 봉사활동을 못 하도록 제제를 가합니다. 대법원 판결에서 무혐의로 판결났고,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목적인데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해를 하는 거지요.”

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운 표정이다. “그동안 정부의 도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신기술 개발이다, 건강시스템을 만든다 하면서 돈을 쏟아 부어도 저희 분야에는 지원이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유 회장은 서금요법의 미래를 낙관한다.

“만성병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심각한 질병은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만 만성병은 가정에서 관리해야 의료비 절감과 환자의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서금요법은 우리 국민이 경제적이면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보완·대체요법입니다. 국민 건강 지킴이로서 또 국가의료비 절감차원에서도 기여도는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 회장은 건강을 위해 손 부위를 많이 자극하라고 권한다. 그러기 위해선 손에서 일거리를 놓지 않아야 한다. 손을 쓸 일이 없는 노년엔 기마크봉(피부에 붙이는 돌기)을 치료점에 항상 붙이고 생활하는 방법도 좋다. 어릴 때 몸이 허약했던 그는 초로의 나이에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없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유 회장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치방을 받아 늘 손을 자극하는 것이 중년 건강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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