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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핫도그가 샴페인을 만날 때

FOOD - 핫도그가 샴페인을 만날 때

고급 요리와 호화 식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길거리 음식에 고급 주류를 접목한 메뉴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이 경쟁 벌여
런던 중심부의 바 버블도그스에서는 유명 요리사가 만든 핫도그와 고급 샴페인을 함께 내놓는다.



어떤 추세가 주류로 자리잡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기이한 옷차림을 한 10대 청소년 한 명이 시장이나 나이트클럽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옷차림이 갑자기 향수나 패션 브랜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이 된다. 음식 부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도시의 다리 근처에 문을 연 이동식 음식 가판대나 시내 유행의 거리에 생긴 팝업 바[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빈 상업 공간에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상점을 말한다]가 어느 날 어엿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덕분에 프라이팬 하나와 i패드 한 대로 장사를 시작한 젊은이 두 명이 갑자기 성공적인 사업 모델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고급 요리와 호화 식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음식업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이 경쟁을 벌이는 자유사격지대가 됐다.

이들 음식 중엔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된 것들도 있지만 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모두가 수정과 개조의 과정을 거친다. 어떤 요리사는 “음식을 민주화하고 장벽을 허무는 것이 요리사들의 임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음식이 모두 중·하류층 소비자를 겨냥하진 않는다.

미국 남부의 전통 바비큐를 버번 위스키와 함께 내놓는 레스토랑 핏 큐는 런던 사우스뱅크의 헝거포드 브리지 아치 아래 이동식 음식 가판대에서 시작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런던 중심부의 바 ‘버블도그스(Bubbledogs) &’에서는 유명 요리사가 만든 핫도그를 다양한 고급 샴페인과 함께 내놓는다. ‘노호’(North of Soho, 소호의 북쪽) 또는 ‘피츠로비아(Fitzrovia)’로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이 바는 요리사 제임스 내펫의 재능을 바탕으로 길거리 음식인 핫도그를 고급 샴페인과 접목했다. 내펫은 이 바 뒤편에서 ‘키친 테이블’이라는 평판 좋은 세트 메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역시 런던에 있는 ‘핏 큐(Pitt Cue)’도 버블도그스와 유사한 예다. 미국 남부의 전통 바비큐를 다양한 버번 위스키와 함께 내놓는 작은 레스토랑이다. 핏 큐는 사우스뱅크의 헝거포드 브리지 아치 아래 이동식 음식 가판대에서 시작했다. 런던 아이와 페스티벌 홀 사이에 있는 이 레스토랑 앞에는 콩과 샐러드를 곁들인 풀드 포크(pulled pork, 낮은 온도에서 14시간 동안 구워 육질이 매우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피클을 얹은 토스트를 곁들인 소 가슴살 요리를 맛보려는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핏 큐에서 발행한 요리책은 영국에서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6월 초엔 미국에서 출판됐다. 이 책은 질 좋은 재료 찾기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핏 큐의 공동 소유주 제이미 버거(하버드대에서 중국 문명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자신들이 그런지(Grunge)든 듀드(Dude)든 더티 푸드(Dirty Food)든, 어떤 추세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특정 장르나 분야를 흉내 내는 데 관심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최고의 기술을 택해 그것들을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상의 상품과 결합시킨다. 현재 콘월에서 망갈리차 품종의 돼지 100마리를 기르고 있다. 헝가리가 원산지인 희귀 품종으로 고기 맛이 뛰어나고 단일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우리는 이 고기를 데미-브리오슈(밀가루와 계란, 버터를 넣어 맛이 달고 크기가 작게 만든 빵) 번에 넣는다. 또 생강과 마늘, 간장으로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미국 남부의 요리사라면 끔찍하게 여길 만한 재료들이다.”

한때 빈민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이스트 런던의 해크니에 있는 ‘리타스(Rita’s)’도 이런 부류의 레스토랑이다. 뉴욕식 길거리 음식에 아시아 음식을 접목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 레스토랑은 이웃 달스턴 지역에 있는 소란스러운 바 안의 팝업 레스토랑으로 시작했다.

점심 메뉴는 핏 큐에도 어울릴 만한 음식들이 주류를 이룬다. 오리알을 곁들인 햄 혹 해시(훈연한 돼지 다리살에 감자를 곁들인 요리), 프라이드 치킨과 와플 또는 켄터키 핫 브라운(베이컨과 녹인 치즈를 위주로 한 미국 남부식 샌드위치) 등이다. 하지만 저녁에는 한국식이나 일본식에 훨씬 더 가깝다. 미소 된장을 발라 구운 가지와 버섯에 간장으로 양념한 파를 곁들인 요리, 비트와 돼지 머리 고기로 만든 햄을 곁들인 쌀국수 등이다.

젊은 공동 주방장 게이브리얼 프라이스는 “미국 이민 2세대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다. 그는 특히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미션 차이니즈’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대니 보위언의 요리법을 좋아한다. 프라이스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전통 음식이나 요리책에 나오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음식은 미국에 뿌리를 뒀다. 아마도 뉴욕에서 5년 동안 살았던 내 경험 때문인 듯하다. 우리는 바탕이 된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거기에 변형을 가한다.”

이 레스토랑에선 테이블 와인 대신 칵테일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병맥주를 추천한다. 리타스는 이 지역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중 외지인들에게 인기를 얻은 최초의 식당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 시상식 기간에는 런던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게 여긴 세계 유명 요리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자신이 어떤 부류로 분류되든 개의치 않는다. 프라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음식 뒤에는 기술과 ‘요리사의 특성(cheffiness)’이 숨어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서 그것들을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 레스토랑은 음식 블로거가 추천할 만한 곳이 아니지만 꽤 먼 곳에서도 우리 음식을 맛보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미국 음식의 영향을 받은 요리가 인기를 끄는 곳은 런던뿐이 아니다. 파리에서도 그런 영향이 감지된다. 2013년 레스토랑 ‘프렌치(Frenchie)’의 그레그 마르샹(프랑스의 젊은 요리사 중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은 미국식 바와 테이크아웃 전문점 ‘프렌치 투 고(Frenchie to Go)’를 열었다.

마르샹은 런던에 있는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 ‘피프틴’에서 수석 주방장으로 일할 때 얻은 별명 ‘프렌치’를 레스토랑 이름으로 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머시 태번’ 등 뉴욕에서도 몇 년 동안 일했다. 프렌치 투 고는 아침 식사 시간부터 줄곧 손님들로 꽉 찬다. 아침에는 잉글리시 머핀 안에 베이컨을 넣은 샌드위치와 시나몬 스티키 번 등의 메뉴가 제공된다. 점심에는 훈제 숭어 베이글과 풀드 포크 샌드위치, 랍스터 롤 등을 내놓는다.

마르샹은 “아침에 손님들이 컴퓨터를 들고 와서 식사를 하거나 오후 4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레스토랑과 똑 같이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되 재미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대다수 식당이 여기 저기서 구입한 재료를 적당히 섞어서 요리하지만 우리는 모든 걸 직접 생산한다. 지하실에서 사우어크라우트(가늘게 채친 양배추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 독일식 음식)를 발효시키고, 베이컨을 훈연하며, 소시지도 직접 만든다. 심지어 진저 비어도 자가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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