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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피플 [54]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 - 단호한 리더십으로 관료주의 적폐 개혁

글로벌 파워피플 [54]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 - 단호한 리더십으로 관료주의 적폐 개혁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각 .... 18세부터 GM에서 일한 뼛속까지 ‘GM우먼’



메리 바라(53)는 올 1월15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의 CEO 자리에 올랐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 중 최초의 여성 CEO다. 나이도 젊다. 1961년 12월생으로 한국으로 치면 80학번에 해당한다. 전임자인 대니얼 애커슨이 62세에 오른 자리를 50대 초반에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CEO의 얼굴이 10년 가까이 젊어진 셈이다.

1908년 탄생한 GM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이다. 전 세계 6개 대륙 36개국에서 396개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수가 21만9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971만 4652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155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순수익은 53억4600만 달러다. 총자이 1663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GM 주식의 9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GM은 1931년부터 2007년까지 77년 동안 글로벌 판매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관련 산업을 주도했다. 지금도 도요타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완성차 생산업체다. 하지만,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면서 관료주의에 빠져 혁신을 등한시하는 바람에 경영수지가 악화돼 2009년 파산해 2010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바라는 GM 파산 후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기사회생하는 과정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합리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주도해 GM에 푸른 신호등을 켜준 인물로 통한다.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첫 여성 CEO53세의 여성인 바라가 이런 초거대 글로벌 기업의 사령탑을 맡은 것부터가 커다란 뉴스다. 바라는 4월 타임지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명’에 뽑혔다. 올해 포브스 선정 ‘전세계 가장 힘 있는 여성’에서는 7위에 올랐다. 지난해 35위에서껑충 뛴 것이다. 바라는 CEO에 오르기 전 글로벌 생산개발구매공급 담당 부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12월10일 에커슨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그 전에는 디트로이트·햄트램크 공장의 공장장을 지내 현장을속속들이 잘 아는 경영인으로 꼽혀왔다. 1980년 GM에 입사해 34년을 근무한 바라는 여러 현장 부서에서 엔지니어링과 관리업무를 경험하며 잔뼈가 굵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GM을 구석구석 잘 아는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공장장을 하다 2008년 2월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에 올랐으며 2009년 7월 글로벌 인력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 2011년 2월 글로벌 생산개발 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능력을 인정 받으면서 GM의 핵심중역이 된 것이다. 그는 특히 자동차 디자인 책임을 진 생산개발담당으로 일하는 동안 GM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실력을 과시했다. 그는 브랜드와 차종을 감축하는 업무를 총괄하면서 수익이 떨어지는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 차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지난해 8월 기존 업무에 글로벌 구매공급 업무를 추가해 GM의 실력자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바라는 GM을 살릴 차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바라는 사실상 GM에서 양성한 경영인이다. 혈통부터 뼛속까지 GM이다. 핀란드 이민자의 후손인 그의 아버지는 GM의 주브랜드였던 폰티액에서 39년 간 근무하다 은퇴했다. 1899년 생산을 시작했던 폰티악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고기능 차량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2010년 파산위기에 처한 GM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브랜드 폐기를 결정하고 생산을 중단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GM은 쉐보레·뷰익·캐딜락·GMC의 4가지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바라는 GM의 부침과 운명을 같이 한 브랜드에서 평생 근무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바라 자신은 대를 이은 GM우먼이다. 18세 때인 1980년 산학협동 학생으로 GM에 입사해 당시 GM이 운영하던 산학협동 대학인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GMI)를 다녔다. GMI는 1919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시건주 플린트에서 관련 산업 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개설된 야간 사립대학이다. 실습과 산학협동과정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자동차교역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1923년 플린트 기술학교가 됐다.

1926년 GM이 인수해 학교 이름을 GM기술학교로 바꿨으며 1832년 GMI로 개칭했다. 1946년부터 정식으로 학사학위를 수여해왔다. GMI는 자동차 산업의 웨스트포인트로 불리며 미국의 대표적인 산학협동 중심 대학으로 성장했다. 바라는 GM에서 일하면서 바로 이 대학에서 이학사를 받았으며 GM장학생으로 1990년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받았다. 바라는 이 대학에서 만난 컨설턴트 토니 바라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바라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GM은 현재 미국 정부와 의회의 엄중한 조사를 받고 있다. GM은 지난 10년간 소형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을 알고서도 10여 년이나 리콜을 늦추는 바람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늑장 리콜에 대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뒤늦게 부품 결함을 인정한 GM은 점화장치 결함 차량 260만대를 리콜했다.

GM기술진은 이미 10여 년 전 쉐보레 코발트 등 소형 모델의 점화장치 결함을 인지했지만 이 내용이 CEO에게 보고된 것은 바라가 취임한 지 보름 정도가 된 지난 1월 31일이었다. 황당한 것은 해당 부품 교체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소속 다이애나 드젯 의원은 2005년 GM 엔지니어들이 문제가 된 점화장치 결함에 대한 해결책을 보고했으나 회사가 묵살했다고 지적하면서 “GM이 제출한 자료를 봐도 문제의 부품 교체에 드는 비용은 고작 57센트(600원)였다”고 따졌다.

나사를 풀고 새 스위치로 바꿔 다는 시간도 1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함은 은폐됐으며 리콜은 이뤄지지 않았다. 4월 1일 미 의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선 바라에게 의원들이 사소한 부품 결함을 10년씩이나 바로 잡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묻자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CEO조차 이런 대답을 했을 정도로 GM의 늑장 리콜은 미스터리다.

올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나온 메리 바라.





GM의 늑장 리콜 미스터리이와 관련, GM은 5월 전미고속도로안전청(NHTSA)으로부터 늑장 리콜에 따른 벌금 3500만 달러(약 360억원)을 부과 받았다. 미국 자동차 업체가 부과 받은 벌금액 중 최고액이다. 이는 법정 상한액이다. 하지만 앤서니 폭스 미국 교통장관은 의회에 이와 관련한 최고 벌금액을 3500만 달러에서 3억 달러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 같은 요청이 자동차 관련 결함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일을 절대 관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다. GM은 현재 미국 의회·법무부·증권거래위원회(SEC) 등으로부터 별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통상 법무부의 제재와 처벌은 교통당국의 그것보다 훨씬 무거운 편이다. 뿐만 아니고 피해자 유족들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진 중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2010년 차량 급가속 문제로 수백만 대를 리콜하고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11억 달러를 지급했다. 기소유예 조건으로 미 법무부와는 12억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다. 하지만 GM은 이보다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오랜 기간 결함을 은폐한 데다 이로 인한 사고로 13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GM의 신뢰에 금이 갔다. 바라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 과정에서 GM은 올해 들어 끝이 없어 보이는 리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바라가 모든 차종의 제조 과정 전반을 정밀 재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숨어있던 온갖 결합이 새롭게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올해 리콜 건수는 29건이나 된다. 4.8일 만에 1건씩 리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잦은 리콜이다. 규모도 1540만 대에 이른다. 지난해 GM이 생산한 전체 자동차 대수의 1.5배나 된다.

지난 5월에는 2009~2014년형 뷰익 엔클레이브와 쉐보레 트래버스, GMC 아카디아, 2009~2010년형 새턴 아웃룩스 등 133만9355대를 안전벨트 연결선 작동 결함 때문에 리콜했다. 2004~2008년형 4륜 자동 쉐보레 말리부와 2005~2008년형 폰티악 G6 등 107만5102대는 기어와 변속기 접합 문제가 리콜 사유다. 심지어 올해 나온 차종인 2015년형 에스컬레이드 ESV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1402대도 리콜 대열에 포함됐다. 차량 측면 에어백 문제가 발견돼서다. GM은 2015년형 에스컬레이더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리콜은 이제 GM 차량의 안전 문제와 소비자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넘어 회사의 경영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GM이 올해 2분기에 부담해야 할 리콜 관련 비용은 17억 달러(약 1조7425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잇단 리콜 행진에 투자자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시련이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1분기에 GM의 보유 지분을 4000만주에서 3000만주로 줄였다. 지난해 8월 크게 늘렸던 GM 주식을 1년도 안 돼 25%나 줄인 것이다.

장기 투자 성향으로 유명한 버핏이 GM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은 그만큼 리콜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증거로 통한다. 심지어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캐피털은 보유했던 GM 주식 1700만주(약 6억7000만 달러, 약 7140억원)를 모두 처분했다.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하고 있다. 파산 후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기사회생한 GM은 지난해 5월 21일 뉴욕 증시에 복귀했는데 현재 주식은 복귀 당일의 종가(33.4달러)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이 GM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그동안 쌓인 GM의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어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라가 사고의 근본적인 이유를 GM의 굼뜬 기업문화로 지목해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파산 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었던 GM은 관료주의로 악명 높다. 조직은 비대하고 복잡하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서류작업이 판을 쳤다. 하는 일도 모호한 각종 위원회도 넘쳐났다. 상급자에게 ‘나쁜 소식’을 솔직하게 보고하는 것을 꺼리는 보신주의 문화가 팽배했다.

GM에 관한 책을 저술한 컨설턴트 마리안 켈러는 “우수한 직원 조차 조직에 순응해야 보상받는 시스템에 순화돼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텍사스의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GM의 조직문화를 두고 “뱀이 나오면 GM의 경우 뱀 전문가를 고용하고 위원회를 구성한 뒤 수년 동안 뱀 잡는 방안을 토론한다”고 대놓고 비꼬았을 정도다.



“전 차종 점검하고 필요하면 리콜하라”바라는 점화기와 관련한 시련을 동력으로 활용해 GM을 개혁할 과제를 떠안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해 오랜 적폐를 청산하는 과제를 떠안은 박근혜 대통령과 일맥상통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라는 이미 전 차종의 생산 과정 전반을 재점검해 아무리 비용이 들어도 모두 공개하고 리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통해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를 회피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에 맞서는 모습이다. 바라가 이런 리더십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시련을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킬지에 전 세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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