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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ICIES - 셀카 문화가 성형수술 부추긴다

SUPERFICIES - 셀카 문화가 성형수술 부추긴다

팔로워를 늘리거나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 더 많은 ‘좋아요’를 받으려면 외모가 답이다.



실제 얼굴에 포토샵 작업을 하는 게 성형수술이다. 소셜미디어의 셀카 사진에 집착하는 사람이 늘면서 툭 튀어나온 코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주름, 지방 등의 신체 단점을 고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지어는 인스타그램(사진공유 서비스) 결혼 발표 사진에서 반지 낀 손이 못생겨 보인다고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다.

첫인상은 늘 중요한 법인데, 요즘에는 첫인상이 소셜미디어로 만들어진다. 셀카가 유행하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개인의 용모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신체 단점을 고쳐주는 갖가지 전문 수술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손 성형이 있는가 하면, 킬힐을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발바닥 필러, 통통한 발목을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수술 등 자신도 몰랐던 단점을 고쳐주는 다양한 수술이 등장했다.

가슴 확대나 복부 지방흡입, 코 성형은 꾸준히 인기가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점령한 셀카 덕분에 젊은 층의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시술이 많이 생겨났다.

“‘과대 허영심’으로 보면 된다. 사진으로 이미지가 결정되는 소셜 미디어 특성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 결과”라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성형외과 의사 크리스토퍼 코르산디부추긴다가 말했다. “재치 있는 글을 올리면 10명 정도가 ‘좋아요’를 누르는데 가슴골이 보이고 입술을 섹시하게 내민 사진을 올리면 300명이 ‘좋아요’를 눌러준다. 숫자만 보면 답은 뻔하다. 팔로워를 늘리거나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 더 많은 ‘좋아요’를 받으려면, 외모가 답이다.”

뉴욕에서 얼굴 성형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필립 밀러 의사는 성형수술을 의논하러 온 사람들에게 셀카에 과민 반응할 필요 없다고 충고해 준다.

“근접거리에서 와이드 앵글 렌즈로 찍은 셀카에서는 누구나 못생겨 보일 수 있다”고 밀러는 말했다. “셀카로 찍은 모습을 보고 병원을 찾아오면, 사진이 잘 나오는 조명 속에서 좀더 일반적인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이게 진짜 모습입니다. 예뻐 보이려면 사진 찍는 각도를 다르게 하거나 고개를 기울이면 되지 성형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디트로이트의 성형외과의 안소니 요운은 환자들이 “점점 어려진다. 졸업 선물이라며 수술을 받겠다고 온 환자를 보면 심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8세 미만에게는 수술을 해주지 않는다. 통계를 보면 이런 현상은 요운 박사의 병원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미 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30세 미만 고객의 성형이나 시술이 증가했다고 답한 안면 성형외과 의사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의사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온라인에서 더 잘생기고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젊은 세대뿐이 아니다.

“요즘은 베이비부머들이 스카이프 영상통화 화면이나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이 싫다고 푸념하는 경우가 많다”고 코르산디는 말했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베이비부머 환자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 강의를 하는데, 코성형은 이미 받았고 가을에 안면거상술(주름성형)을 계획하고 있다. 동영상 속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셀카에서 보이는 단점을 고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이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코성형 외에 턱 보형물 삽입술, 안면거상술, 안검성형술의 수요가 높다. 그러나 비수술적 ‘미용 시술’도 있다. 보톡스나 쥬비덤은 주사로 피부에 주입되어 깊은 주름이나 웃음 주름을 옅게 만들어 준다. 같은 효과를 유지하려면 주입 약물의 종류에 따라서 6개월~1년마다 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회복기간 단축과 가격 인하, 전신마취 필요성 감소로 지난 해에만 950만 건의 시술이 수행됐다.

“우리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고 심리학자 비비안 딜러는 말했다. 딜러는 에스티로더와 프록터앤갬블, 클레롤 등의 화장품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요가 워낙 크다 보니 거의 모든 신체 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술이 생겨났고, 일반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됐다. 가슴 확대나 축소술 외에도 레이저 지방흡입술, 브라질리안 힙업술, 입꼬리 올림술까지 나왔다.

“성형 시술은 이제 부자나 유명인, 영화배우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형수술 선택권의 민주화가 일어난 셈”이라고 딜러는 말했다. 외과수술이든 주사시술이든, 중요한 건 “내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예뻐지는 것”이라고 뷰티산업 애널리스트이자 시장조사기관 NPD그룹 부사장인 캐런 그랜트가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티 나는 성형수술을 원하지 않는다.

“티가 나지 않을수록 더 좋아한다”고 그랜트는 말했다. “사람들은 원래부터 완벽했던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패션잡지에 나오는 사진이 포토샵으로 수정한 이미지라는 사실에 눈을 뜬 사람들은 사진 속 ‘완벽’한 외모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침습도가 낮은 수술을 통해 보다 미묘한 개선을 이루고 싶어한다.

“이제는 더 이상 완벽한 이미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최상의 모습을 원한다”고 딜러는 말했다. 이런 시각은 여러 성형수술 분야로 확대되어 가슴을 티 나지 않게 키우거나 코 성형을 할 때 개성이 되는 단점을 남겨놓기도 한다.

“1970~80년대에는 옆에서 봤을 때 반버선코처럼 약간 곡선이 있는 코를 선호했다”고 밀러는 말했다. “그러나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직선처럼 똑바른 코가 유행이었다. 모두 ‘무조건 직선코”를 외치던 때였다. 이런 현상이 완전히 역전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18~21세의 어린 고객들은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약간 반버선코처럼 해주세요. 부자연스럽게 솟은 코는 싫어요’라고 말한다.”

뉴욕시와 두바이에서 미용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마이클 에이파 박사는 이런 유행이 치아 성형술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아무 시술도 안 받은 것처럼 최대한 조심스럽게, 보수적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에는 완전 반대였다. 크고 새하얀 치아를 좋아했고, 최대한 높이 세우고 빳빳하게 당기는 성형술이 인기였다”고 에이파는 말했다. 치아 미백성형의 경우, 잇몸을 절개해 두껍고 큰 치아를 만드는 것보다 얇은 포세린 베니어를 치아에 붙여 미묘한 효과를 주는 걸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외모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성형술이 많이 발전했고 둘째, 환자가 어려졌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며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캔버스에서 자신의 기술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모발이 전혀 없는 사람과 머리가 조금 벗겨지기 시작한 사람의 모발이식 결과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에이파는 지적했다. ‘자연스러움’의 기준 또한 지역마다 다르다. “이곳 중서부에서는 아직 자연스러움을 최고로 친다. 그래서 더 어리고 예쁜 ‘내 모습’을 추구한다”고 요운 박사는 말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와 마이애미에서는 풍만한 입술과 볼 등,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더 좋아한다. 베벌리힐스에서는 반응이 좋을지 몰라도 디트로이트에서는 결코 좋아하지 않을 기준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코르산디는 지난 수년 간 성형수술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러움’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진 환자도 생겼다고 말했다.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20년 전에는 인위적이던 외모가 지금은 자연스러운 외모로 자리 잡았다”고 코르산디는 말했다. “상담실로 들어오는 환자 대부분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싶다면서 가슴 수술을 받은 게 분명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다. 수술을 받은 가슴이 확실하다, 자연스러운 입술이 아니라고 말해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어쨌든 이렇게 해달라구요.’”

성형수술이 미국에서만 유행하는 건 아니다. 국제미용성형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여성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여성들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아이돌이나 소녀시대 걸그룹 멤버처럼 인형 같은 얼굴을 원한다. 요즘에는 얼굴 표정을 밝게 하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는 ‘스마일 수술’이 증가 추세고, 눈을 크고 둥글게 만드는 쌍커풀 수술은 계속 인기가 좋다.

브라질이나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국가의 경우 집착 대상은 엉덩이다. 가슴 확대술이나 안면거상술, 코수술, 지방흡입술의 인기도 꾸준히 높지만, 방울 모양 엉덩이는 최고 유행이다. 힙업 수술의 인기는 전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례로, 미 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3년 엉덩이 보형술 건수가 2012년 대비 58%나 증가했다고 한다.

엉덩이 보형술이 인기를 얻으면서 자가지방이식술의 가파른 인기 상승세도 새삼 조명되기 시작했다. 지방이식술은 복부나 허벅지에서 지방을 채취해 순수지방만 정제해서 지방이 필요한 다른 부위(대부분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인공 보형물을 넣으면 킴 카다시안처럼 탐스러운 엉덩이를 만들 수 있지만, 자가지방을 이식하면 좀더 자연스러운 모양과 느낌을 얻을 수 있다고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영업하는 카를로스 우에벨 성형외과 전문의는 말했다. 그는 매주 2~3회는 자가지방이식술을 시행한다.

코르산디는 앞으로 조직세포 이식술을 이용해 체형을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유행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다. “지방이식은 성형수술의 미래다. 앞으로는 체형을 가다듬는데 지방이식술이 계속 널리 쓰일 것”이라고 코르산디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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