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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Bike | 제주 해안도로 일주(上) - 이국적 낭만이 넘실대는 바닷길

Travel with Bike | 제주 해안도로 일주(上) - 이국적 낭만이 넘실대는 바닷길

용두암~애월~협재해수욕장~산방산 85km 제주의 진면목 체험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협재해수욕장.



한국인이라면 제주도는 누구나 한번 이상 다녀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제주도를 많이 갔더 라도 자동차로 ‘주마간산’ 여행했다면 제주도의 진면목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가장 느리지만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걷기가 좋겠지만 시간과 체력 면에서 다소 비현실적이고, 자전거가 최고의 여행 수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자전거를 이용한 제주도 일주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통과 의례라고까지 주장하고 싶다. 이 땅에 이렇게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세련된 곳이 있다는 실감은 국가관과 인생관까지 뒤흔든다.

무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왜 힘들게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해야 할까. 틈틈이 나타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거칠게 뒹구는 용암 덩어리 그리고 정갈하고 예쁜 건물과 진귀한 맛집들이 그 답을 줄 것이다. 2박3일 일정을 기준으로 제주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코스를 하루씩 잘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공항 바로 곁에 있는 용두암을 출발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길이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바닷가에 붙어갈 수 있어 자동차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해안 풍경을 보기 좋다. 흔히 알려진 제주 일주도로(1132번 도로)는 한 바퀴 180㎞로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잘나 있지만 내륙으로 다소 들어가 있어서 실제 바다가 보이는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길을 기본으로 하되, 중간중간 바다로 나가는 진짜 해안도로를 찾아 들어가야 한다.

1. 송악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산방산-한라산 풍경은 절경이다. 2. 용두암 바로 옆에 있는 용연. 한라산 탐라 계곡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이다. 3. 제주 해안 곳곳에는 해녀상이 서 있다. 사진은 이호테우해변. 4. 일제 때의 유적인모슬포 알뜨르비행장의 격납고.
관광이나 여행의 의미가 있는 해안도로는 10개 내외로 꼽히는데, 여기서는 지역과 특성에 따라 필자 임의로 13개 구간으로 나눠 보았다. 첫날은 용두암에서 출발해 서쪽 해안을 돌아 남서쪽의 송악산까지 가는 85km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차례로 만나게 되는 해안도로를 간략히 짚어본다.



◇용두암~이호테우해변 8km=제주도 해안도로 일주 240㎞는 용두암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공항이나 항구에서 가까운 해안 절경이어서 기점으로 삼기에 적격이다. 용두암에서 이호해수욕장까지 8㎞ 구간은 거리는 짧지만 로맨틱한 무드의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고 먼 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는 벤치와 조각들도 멋지다. 전체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도시적이고 세련됐다. 그래도 바다가 탁 트였으니 도시의 번잡함이 아니라 기품과 낭만이 흐른다.



◇하귀~애월 11km=애월읍 하귀리에서 애월리 입구까지의 해안도로는 용두암~이호테우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제주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마을이 다소 많지만 예쁜 펜션이 즐비해서 마치 지중해변의 이국적인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오르내림이 있는 입체적인 언덕길은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하고,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들 즈음 딱 마침 좋은 쉼터가 반겨준다.



◇귀덕~월령 13.5km=세 번째 해안도로는 제주에서 바다 빛깔이 가장 아름답다는 한림읍 구간이다. 협재와 금능 해수욕장의 물빛은 적도 근처 화산섬을 빼닮았다. 용암이 잘게 부서진 해변, 드넓은 한림항의 부산함, 비양도가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 그리고 너울대는 야자수 이파리까지, 정녕 이 길에서 본토의 한국인은 이방인의 어색한 소외감을 맛본다.



◇신창~용수 6km=네 번째 해안도로는 제주도의 서쪽 끝에 자리한 한경면의 해변을 따라 간다. 6㎞의 짧은 길이지만 키가 100m에 달하는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윙윙 돌아가 이국적이면서도 SF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길은 내내 완만하고 바람개비들을 돌아나가면 차귀도의 괴기스런 모습이 눈길을 붙잡는다.



◇고산~일과 13km=제주시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아온 해안도로 탐방은 신창~용수 코스에서 서쪽 끝을 찍고 이제 고산~일과 에서 남해안으로 접어든다. 고산리만 벗어나면 행정구역도 제주 남서쪽 바다의 대명사인 모슬포가 있는 대정읍이다. 길이 13㎞의 이번 코스 중 백미는 자구내 포구에서 수월봉 전망대까지 2㎞의 엉알길이라고 할 수 있다. 용암해변과 단층 절벽 그리고 장쾌한 전망대까지 해안풍경의 절정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모슬포~산방산 10.5km=모슬포에서 송악산 가는 들길은 너무나 서정적이어서 감성을 자극한다. 일제(日帝)의 유적인 알뜨르비행장과 흉물이 된 전투기 격납고는 아름다운 자연 이면에 숨겨진 제주의 역사적 고난을 말해준다.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한라산 풍경은 제주도 제1의 경관으로 손꼽을 만하고, 산방산 가는 도중의 사계리 해변은 눈이 시리도록 우아하다. 모슬포에서 산방산까지 10.5km의 해변길은 내내 감동의 연속이다.



여행 일정 2박3일 일정의 경우, 첫날 85km, 둘째날 95km, 셋째날 60km 정도를 타게 된다. 첫날은 송악산~산방산 사이에서 묵고, 둘째날 숙박은 성산일출봉 아래가 적당하다. 거리가 다소 되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자전거 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다면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2박3일이 부담스럽다면 3박4일로 구간을 더 잘게 쪼개도 된다.

자전거는 평소 타는 것을 분해해서 비행기에 실어 갈 수도 있고, 제주 현지에서빌릴 수도 있다. 대여 자전거는 렌터카처럼 대여업체와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자전거 수준도 괜찮 편이다. 도중에서 라이딩을 끝낼 경우, 중간 반납이 가능하고 차량 픽업도 해준다. 대여료는 1일 7000~2만원선. 용두암하이킹 064-757-777 www.jeju8282.co.kr, 제주도하이킹 064-712-4400 www.hikingl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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