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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감정노동의 상처 극복

Healing |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감정노동의 상처 극복

나쁜 감정은 빨리 환기시켜야 … 감정에 전염되지 말고 상대의 감정 이해해야



그녀는 7년째 공공기관에서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보통 하루에 60~70건의 상담 전화를 처리한다. 많을 때는 100건이 넘기도 한다.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나의 작은 지식이, 남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으로 일한다. 한 번은 중년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 아주 부드럽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했다. 그러나 규정상 자신의 요구가 처리될 수 없음을 알게 된 후 태도가 돌변했다. “못 배운 ×, 건방지게 나한테 안 된다고 해?”라고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일은 비일비재하다.

며칠 전 사건은 그녀를 정말 힘들게 했다. 그 사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런 현실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많이 피곤해서 다소 건조한 말투로 도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상대방이 알았다면서 전화를 끊어 그것으로 끝이려니 했는데, 다음 날부터 매일 아침 전화를 해서 심한 말을 일삼는다.

더구나 어느 날은 감사실에 전화를 걸어 그런 불량 직원은 세금이 아까우니 당장 해고시키지 않으면 청와대·검찰 등에 진정서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심지어 어느 날은 회사로 찾아와 무작정 최고책임자를 만나겠다며 회사 전체가 떠나가도록 폭언을 일삼는다. 해도 너무 한다. 그렇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감정노동은 감정을 상품화한 노동이다. 직업적 판단과 전문가적 식견을 토대로 하는 고품격 상품이다. 체계적인 훈련이 요구되는 노동이다. 연예인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훌륭한 연기는 감정이입이 필수다. 미국에서 배우들은 격한 영화를 찍고 나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목회자도 감정노동자다. 목회의 시작은 쓰레기통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항상 행복한 척해야 한다. 상담전문가도 감정노동자다. 내담자의 위험한 무의식에 뛰어 들어야 한다.

현대는 고객 서비스의 시대다. 고객은 왕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모두 고객만족, 심지어 ‘고객졸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다. 현대인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한다. 직장인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고객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과 요구되는 감정이 다르다. 감정부조화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감정처리 능력은 무시되고, 아무런 훈련 없이 감정노동 현장에 투입된다. 조직은 감정노동을 개인의 성격이나 품성으로 치부한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상냥함과 친절함을 유지해야 한다. 초보자도 대책 없이 숙련자가 처리해야 할 상황에 노출된다. 매우 위험하다.

한국의 고객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차별화 서비스로 승부수를 건 것이다. 당연히 감정노동의 강도도 세계 1위권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이 감정노동자다. 한국 사람들은 정(情)이 많다. 감정이 풍부하다. 불만을 제기할 때 과격하게 표현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恨)이 많다. 상대적 빈곤에 따른 사회적 분노가 많이 축적돼 있다. 작은 거절과 무시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한국 사람들은 급하다. 요구사항이 즉각적으로 해결 안 되면 폭발한다. 이는 서비스 현장에서 반말과 욕설과 폭언으로 나타난다. 모든 사회적 감정의 몫은 감정노동자가 떠맡는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감정노동자들은 월 평균 1.3회의 폭행과 7.3회의 욕설을 경험한다고 한다. 잦은 상처 경험은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 우울과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감정노동은 생계를 위한 전쟁터에서 무분별하게 착취되고 있다. 단순한 개인 치유와 서비스 개선을 넘어선 구조적 병폐다. 우리 모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감정의 법칙이 있다. ①강한 감정은 약한 감정을 다스린다. 뇌는 동시에 두 감정을 처리하지 못한다. 찬 기운이 강하면 더운 기운이 약해진다. 사랑이 없는 것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②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의 구분이 어렵다. 뇌는 진짜로 말하든지 가짜로 말하든지 흑백을 구분하지 못한다. 일단 생각하면 그대로 만들어 내려고 한다. 말로 시인하면 증명하려고 한다. 강한 감정이 실린 쪽에 손을 들어준다.

③나쁜 감정은 독이 되고 좋은 감정은 약이 된다. 나쁜 감정은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정신독(Mental Toxin)’으로 작용한다. 최악의 감정은 분노·무기력·죄의식·수치심이다. 좋은 감정은 건강의 척도다. 최고의 감정은 사랑·평화·기쁨·자유다. ④감정은 전염된다. 상대가 화를 내면 나도 순간 화가 나게 된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상대도 기분이 나빠진다. 감정은 투사되고 또한 동일시된다. 특히 피곤할 때 잘 일어난다. 내가 기분이 나쁜데 오히려 상대가 기분이 나쁜 것으로 파악한다. 상대가 화가 났는데 오히려 내가 화를 내는 것으로 오인된다.

감정지능(EQ)이란 게 있다.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인관계 능력이다. 골먼은 5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①자기감정 인식하기 ②자기 감정 다루기 ③동기부여 하기 ④타인 감정 인식하기 ⑤타인 감정 다루기 등이다. 지능(IQ)은 인간의 성공과 행복을 10~20%만을 설명해 준다. 감정지능(EQ)이 나머지 80~90%을 결정한다.

이런 말도 있다. ‘입사는 IQ 순이지만 승진은 EQ 순이다.’ EQ가 높은 사람을 우리는 ‘영업의 귀재’ ‘인간관계의 마술사’ ‘사회적 스타’라고 부른다. 감성지능은 삶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사랑·열정·배려·헌신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감정노동자에게 도움 되는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감정에 주목하자. 왜 화가 나는가? 화가 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선 부정적인 감정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보통 세 가지 대응방식을 가진다. 반격형은 감정을 폭발한다. 항복형은 감정을 억누른다. 회피형은 감정에서 도망간다. 폭발도 억압도 도망도 안 된다.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속으로 외친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둘째, 상대의 감정에 주목하자. 왜 화를 내고 있는 것인가? 화를 낼 특별한 상황인가? 우선 감정이 전염되지 않는게 최선이다. 사실에 집중하자. 상대는 무언가 불이익이 있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도에 지나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길 수도 있다. 숨을 멈춘 후 속으로 외친다. ‘집에 가면 안 볼 인간이다!’

셋째, 감정케어가 필요하다. 나쁜 감정은 되도록 빨리 환기시켜야 한다. 쌓이면 병이 된다. 그날그날 씻어야 한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자조그룹이 있으면 더 좋다. 아무 것도 안 되면 정신과의사라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타고난 감정처리 능력에 훨씬 미치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간다. 감정지능은 무한대로 개발할 수 있다. 단, 오랜 훈련과 수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머리는 작아서 세계를 넣을 수 없지만, 가슴은 넓어서 우주를 품을 수 있다. 숨을 크게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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