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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캐딜락 ‘올 뉴 CTS’ - 날렵하고 단단하고 품위있게

Car | 캐딜락 ‘올 뉴 CTS’ - 날렵하고 단단하고 품위있게



미국인들은 평생 두 번 고급차인 캐딜락을 타볼 기회가 있다고 한다. 출생할 때 산모가 타고 가는 엠블런스와 장례식 리무진이 그것이다. 그만큼 캐딜락은 미국인들의 부에 대한 열망을 담은 차로 꼽힌다. 디자인도 그렇다. ‘시대에 따라 바뀌는 캐딜락의 디자인을 보면 미국 부자들의 여유를 감지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캐딜락의 이미지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랬다. 보기에도 길고 큰 차체를 기사가 몰고, 뒷자리에 앉아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출렁거림을 즐긴다. 그 안에 살포시 앉아 살짝 창문을 내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으로 타는 차였다. 독일 고급차인 BMW·아우디처럼 ‘쌩’하고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대는 변했다. 소비자들이 캐딜락의 지루하고 큰 차체에 싫증을 낸 것이다.

여기에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이미지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였다. 캐딜락은 2000년대 중반 변신을 결심한다. 누가 봐도 날렵하고 단단한 차, 그리고 품위를 잃지 않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던진 것이다. 그 결정판이 중형 세단 캐딜락 CTS다.

GM코리아는 6월, 4년 만에 풀체인지한 3세대 모델 ‘올 뉴 CTS’를 내놨다. 이 차는 멋진 다운사이징으로 변신했다. 배기량은 1998cc로 이전 모델(3000cc)보다 작아졌지만, 힘은 276마력(5500rpm)으로 종전(277마력)과 거의 비슷하다. 동급 모델인 BMW 528i(245마력)나 벤츠 E200(184마력), 아우디 A6 2.0(220마력)보다 최고 출력이 30% 가량 더 높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은 줄이지 않는 다운사이징의 정수를 보여준 셈이다.



엔진 배기량 줄이고도 출력은 높여캐딜락 디자인 변혁의 일등 공신은 에드 웰번(63) GM 디자인 총괄(부사장)이다. 그는 ‘지루한 큰 차체 밖에 없다’는 비평을 받았던 기존 캐딜락을 로고 빼고 다 바꿨다. 웰번은 현재 미국인으로는 유일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총괄이다. 2005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GM디자인 총괄에 올라 GM의 모든 승용차와 트럭 디자인 개발을 맡고 있다. 6월 한국GM 디자인센터에서 그를 만났을 때 “올 뉴 CTS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스포티와 엘레강스의 조화”라고 말한 바 있다.

올 뉴 CTS는 캐딜락 고유의 곡선을 살리면서 날렵한 직선으로 다듬었다. 스텔스 전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직선과 곡선의 접점인 ‘엣지’ 디자인은 감각적인 균형을 자랑한다. 특히 뒷부분의 테일램프는 더할 나위 없는 고급차의 뒷태를 보여준다.

우선 기존 2세대 컴팩트한 콘셉트에서 탈피, 몸집을 무척 키웠다. 차체 길이(전장)는 기존 모델보다 120mm 길어졌고 높이는 25mm 낮아졌다. 대신 무게는 130kg 이상 가벼워졌다. 스타일과 성능 측면에서 대폭적인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우선 크기로 보면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크다.

당당히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와 맞대결을 펼칠 모양새다. 전체 길이가 4965㎜로 BMW 528i(4907㎜)나 벤츠 E200(4880㎜)보다 길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거(앞뒤바퀴 거리)가 2910mm로 벤츠 E200(2875mm)보다 길고, BMW 528i(2968mm)보다는 짧다.

실내 디자인은 비행기 조종석 느낌이 난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외관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인테리어는 부분 부분에 카본으로 옷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해 준다. 수제작 스티치로 마무리한 가죽시트까지 흠 잡을 요소가 별로 없다. 적어도 고급스러움을 독일 고급차와 비교하면 캐딜락에 더 점수를 줄 전문가가 많을 것이다. 특히 핸들의 디자인이나 굵기, 손에 잡히는 감촉이 일품이다. 계기판은 사용 용도에 맞게 변형하는 액정 전자식 계기판이다. 한글 3D 내비게이션까지 갖췄다.

주행성능은 단단하고 민첩하다. 여기에 미국차 특유의 부드러움이 더해진다. 버튼 시동 키를 누르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과 달리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조용함이 인상적이다. 엔진은 2.0L 트윈 터보다. 최고 276마력(5500rpm)에 40.7kg·m(3000~4000rpm)라는 어마어마한 토크를 낸다. 동급 최고 출력이다.

가속 페달에 살짝 발을 얹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깨가 시트에 묻힐 정도의 가속력을 보이며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시속 150㎞ 이상 고속으로 달려봤다. 고속주행에서는 살짝 단단해지는 서스펜션 컨트롤 기술이 느껴진다. 미국 고급차의 장점이다.

잘 정제된 6단 변속기는 경쟁 모델의 8단 변속기보다 기어비가 길다. 가속 초반에 발생하는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작은 진동이나 변속 충격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상당히 편안하게 느낄 요소다. 잘 달린 만큼 잘 서야 한다. 이탈리아제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디스크는 경쟁 차량 대비 최상의 제동력을 보여준다.

이 차는 정말 정숙하다. 이중 유리의 첨단 방음 시스템으로 무장해 고속 주행에서 전혀 외부 소리가 유입되지 않는다. 진동과 소음에서는 독일차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벤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정숙’ 하나로 통일하지는 않았다. 배기 및 엔진 사운드는 가변배기 시스템을 통해 스포츠 세단의 맛을 느끼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감성이 전해지는 배기음은 매력 덩어리다. 저속이나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급가속을 위해 속 페달을 꾹 밟으면 ‘우우웅’ 하며 나오는 강한 엔진음이 전해지면서 저음의 배기음까지 스며든다.



동급 최대 길이에 수제작 가죽시트안전을 위한 첨단 장비도 모두 갖췄다. 요즘 고급차의 기본인 사각지대 경고등에 10개의 에어백이 달렸다. 여기에 레이더와 카메라를 사용해 운전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충돌 위험을 알려주는 ‘충돌감지 시스템’이 장착됐다. 일부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띈다. 앞 유리창에 각종 정보를 반사해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흐릿해 시인성이 떨어진다. 또 주행중에 자주 사용하는 비상등 스위치의 터치감은 개선해야 할 요소다.

국내에서 캐딜락의 가장 큰 고민은 미국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색안경이다. 큰 배기량에 연비는 나쁘고 품질 불량이 많다는 기존 인식이다. 이런 약점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파산과 부도 위험에 내몰렸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대오각성을 했다. 배기량을 낮추고(다운사이징)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가다듬고 조립 품질 개선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각종 품질조사에서 미국차는 ‘만년 꼴등’을 벗어나 중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캐딜락 올 뉴 CTS가 그런 대표적인 차다. 직접 타보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맛의 럭셔리라고 할까. 수입차를 구입할 소비자라면 충분히 쇼핑 바구니에 넣고 고민할 가치가 있다. 흔하고 흔한 독일차보다 뚜렷한 개성의 디자인, 그리고 럭셔리한 실내, 고성능으로 무장한 차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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