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INCUBATOR - 아이디어, 요람에서 창업까지

INCUBATOR - 아이디어, 요람에서 창업까지

COPE 프로그램으로 학생 창업 전폭 지원하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한양대 ERICA캠퍼스 학생이 직접 개발한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7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대륭 테크노타운을 찾았다. ‘청년 CEO와 함께 하는 창고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나옥귀 펫츠비 대표, 이유미 엄청난 벤처 대표, 김준용 키즈노트 대표, 유충길 핀콘 대표 등 20~30대 청년 CEO 8명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애플 같은 세계적인 IT기업도 애초에는 허름한 창고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출발한 작은 창업기업이었다”며 “창조 경제는 생활 속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청년 CEO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건 젊은 창업주들이 창조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유명 IT 기업 상당 수는 작은 신규 기업에서 시작됐다. 특히 청년 창업의 경우 일자리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중요하다. 그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 정부는 꾸준히 청년창업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양대 ERICA 캠퍼스 전경
청년 창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주체는 정부뿐만이 아니다. 각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양대 ERICA캠퍼스다. ERICA는 교육(Education), 연구(Research), 산업(Industry)을 단지(Cluster)로 조성해 안산(Ansan)에 세웠다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산학협력 체계에 주력하는 대학이다.



학생 아이디어가 융합 수업으로 재탄생한양대 ERICA캠퍼스는 학생의 아이디어에 경쟁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고심해왔다. ERICA캠퍼스 관계자는 “최근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아이디어 활용을 위해 다양한 공모전을 실시하지만 아이디어 대부분은 현실적이지 못했다”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경시해서도 안 된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젊은 감각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폭증하고 있는 오늘날 젊은 아이디어 발굴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관리와 지원은 산학연계 프로그램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양대 ERICA캠퍼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택한 방법은 바로 융합이다. 서로 상이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을 하나로 통합해 상승효과를 일으키려는 의도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학제 간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양대 ERICA캠퍼스는 COPE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해 각 학과의 개성을 조화시키려 한다. 한양대 ERICA캠퍼스측은 “생각은 융합으로 하되 실제적 행동은 각 전공별 특성에 맞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신을 담은 새 프로그램이 COPE다.

COPE는 융합(Convergence), 창의/원천(Originality), 특허(Patent), 사업/창업(Enterprise)을 뜻하는 영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단(LINC사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융합과 창의(원천)를 특허화하여 창업(사업)화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2012년 2학기부터 ‘특허와 협상’이라는 수업을 통해 특허를 출원해왔다. 지금까지 150여 건에 달하는 특허가 이 수업을 통해 이미 출원됐거나 출원될 예정이다. 이 수업을 주관하는 송지성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애플의 개념, 아이디어 특허를 수업에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혁신 공식 ‘2+1+1’COPE는 LINC사업 취지에 맞게 산학협력 선도모델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직에 있는 아이피플로어 박수조 대표변리사가 겸임교수로 수업시간마다 참여해 지적재산권 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학생 중심의 개념특허를 보완하기 위하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브이플랩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50개의 기술기반 특허 및 시연기술을 개발하였다.

한 학기에 40명의 학생이 수강을 하는 이 수업은 4명이 한 조가 돼 특허 아이디어를 내고 매주 2~3번씩 조모임을 가지며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를 통해 총 10개의 조에서 적게는 한두 가지, 많게는 서너 가지의 특허를 출원한다. COPE 수업의 원칙은 ‘2+1+1’이다. 공학계열 2명, 인문계열 1명 그리고 디자인 계열 1명이 한 개의 조를 구성한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처음엔 전공 분야 학생들마다 사고방식이 달라 협업이 잘 안될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인문대 학생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반영한 아이디어가 공학계열 학생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 특허가 되더라는 것이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이런 기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모두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서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매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다음 등 대기업의 첨단기술 및 광고 담당자들을 초빙해 발표회를 갖는다. 2013년에는 ‘Touch Everything’이란 주제 하에 90개의 특허 출원 기술을 기반으로 TV 영상 내 물체 선택을 통한 정보 확인에서 구매까지 연계되는 기술에 대한 시연을 선보였다.

그밖에도 TV와 태블릿PC,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앱을 개발해 선택하기 힘든 물체 선택 및 많은 대상을 한번에 선택 가능한 ‘범위커서’ 기술, 놓치지 않고 물체 선택이 가능한 ‘타임머신’ 기술 등이 선을 보여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와 기업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인프라가 아이디어를 만든다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창업에 부담 없이 도전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최근 학연산클러스터지원센터 4층 공간 절반을 할애해 창업복합공간 놀리지 팩토리(Knowledge Factory)를 개설하였다. 그 이전에도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과 공간은 창업보육센터 내에 있었지만 이번에 이 공간을 개설함으로써 보다 전폭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다.

놀리지 팩토리는 창업을 시도하려는 학생부터 이미 창업에 뛰어든 동아리까지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 모두에게 더욱 효과적인 소통과 창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현재 놀리지 팩토리에 소속된 동아리는 총 20개다. 그 중 심사를 통해 상위 6개 우수동아리를 선정하여 놀리지 팩토리 내 분리된 사무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ERICA캠퍼스 창업동아리 중에 하나인 엔씽(N. Thing)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와 구글이 주최한 ‘2013 글로벌 K 스타트 업’에서 ‘Best 5’에 선정됐다. 엔씽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창업동아리이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의 융합 교육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학연산클러스터 수업과는 별도로 일반 강좌에서도 2013년 1학기부터 매주 목요일을 “융합전공의 날”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융합관련 과목을 개설한다. 경영클러스터 영역, 언어와 세계 문화 영역 그리고 인간과 사회 영역 등 총 5개 영역을 개설해 매 학기 10여 개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 학기 평균 650명의 학생이 이 수업들을 수강한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의 COPE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LINC사업단장 김우승 기계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융합을 통해 히트상품을 기획하면 학교가 특허 및 창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융합, 특허, 창업을 하나로 묶은 COPE라는 이름으로 이런 교육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융합 교육 확대를 향한 포부를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2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3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4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5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6‘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7“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8“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9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실시간 뉴스

1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2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3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4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5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