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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ONITE ASIA CEO SUH, BOO SUK - 변화로 104년 전통 지킨다

SAMSONITE ASIA CEO SUH, BOO SUK - 변화로 104년 전통 지킨다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쌤소나이트가 젊어졌다. 서부석 쌤소나이트 아시아 총괄 대표는 시대에 맞는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여행문화를 선도한다.
서부석 대표는 올해 신제품 ‘마쉬멜로’를 출시했다. 의자 대용으로 쓸 수 있고 100㎏ 무게도 너끈히 견딘다.



멀리서 봐도 피곤해 보인다.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매주 월요일은 서울,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홍콩에서 근무한다. 금요일 저녁 서울로 돌아온다. 지난 3월부터 그렇게 지냈다. 한 달에 세 번은 아시아나 유럽으로 출장을 간다. 서부석(46) 쌤소나이트 아시아 총괄 대표는 이렇게 바쁜 일정에도 신이 난다. 일하는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쌤소나이트 코리아 본사 사무실에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서 대표를 만났다.

명품 브랜드 샤넬, 발리, 프라다에서 관리·영업·마케팅 업무를 했던 그가 쌤소나이트 코리아 대표를 맡은 건 2005년이다. 당시 38세였다. 104년 된 보수적인 이미지의 쌤소나이트가 그를 선택한 건 파격이었다. “쌤소나이트에서 원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이미지 변화와 매출 신장이었지요.”

같은 해 8월 30일, 강남 코엑스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모두 쌤소나이트 여행가방을 끌거나 들고 있었다. 서 대표가 기획한 무상교환 이벤트였다. 10년 이상 된 여행가방을 ‘프로 디럭스’ 가방으로 바꿔줬다. 서 대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쌤소나이트를 갖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

이 행사는 보수적인 쌤소나이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한몫했다. 올해도 비슷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8월 말부터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여행가방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50% 할인된 가격에 쌤소나이트 최신 여행가방을 판매한다는 그림을 그려 두었다.

서 대표는 쌤소나이트를 ‘럭셔리 브랜드’로 알리기 위해 2006년 ‘블랙 라벨’을 출시하고 이후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패브릭 여행가방뿐 아니라 하드케이스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등에 협찬을 하면서 연예인이 드는 가방으로 알려져 매출이 상승했다. 쌤소나이트 코리아 매출은 아시아 지역에서 2위다. 2007년까지는 1위였지만 중국 시장이 성장하면서 밀려났다.

2010년에는 한국에서 기획하고 디자인한 ‘쌤소나이트 레드(이하 레드)’를 출시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서 대표는 “쌤소나이트 코리아 대표를 맡을 당시에는 제품 구성이 여행가방에 편중됐다”면서 “비 여행용품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게 가장 큰 목표였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젊은 층을 겨냥한 백팩 ‘뉴욕커’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가방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캐주얼한 스타일은 물론 수트에도 맬 수 있고 노트북이나 서류 넣기 편한 사각형으로 만들었어요.”

백팩의 용도를 책가방에서 노트북 가방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가방에 스폰지를 댔다. 눌려도 복원력이 좋아 가방의 스타일이 유지됐다. 20만원 대 합리적인 가격과 잘 나눠진 수납공간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000개가 팔렸다. 올 3월에는 김수현 백팩이라 불리는 ‘리베’를 선보여 출시 13일 만에 3000개를 판매했다.

서부석 대표가 시도한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홈쇼핑 판매를 2007년에 시작했다. “우연히 홈쇼핑을 봤는데 화장품 세트가 나왔어요. 제 눈에는 여행가방 세트로 보였죠. 그때 여행가방을 사이즈 별로 모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요.” 브리프케이스, 20인치(기내용), 24인치로 구성했다.

회사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홈쇼핑이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였다. 서 대표가 임원들을 설득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지상파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이 있어요. 채널을 돌리려면 홈쇼핑 방송을 봐야 합니다. 전 그게 쌤소나이트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서 대표는 본사의 운영 시스템을 바꾸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면세점 매출 관리다. 취임 당시 쌤소나이트의 국내 면세점 매출은 홍콩에서 관리했다. 2006년 그는 한국에서 관리할 것을 본사에 제안했다. 본사의 허가가 나자 곧바로 인천·제주 국제공항과 동화·롯데·신라 면세점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매출이 훌쩍 뛰었고 그 후 쌤소나이트 면세점 매출은 자국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예술가와 협업한 제품 수익금 기부해서 대표는 2006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한다. 기업, 제품에 대한 홍보뿐 아니라 최근 여행 트렌드와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외여행 갈 때 짐 싸는 요령, 시차 극복하는 방법, 휴가지에서의 패션 스타일 등을 알려준다. 서 대표는 “제품 홍보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통에 힘입어 개설 8개월 만에 2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다녀갔다. “쌤소나이트 고객 20만 명을 확보한 셈입니다.”

쌤소나이트가 변화를 모색한다고 해서 핵심 고객 층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위해 신제품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다. 여행가방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 패션디자이너 최범석과 협업한 제품들을 시장에 내놨다.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에 그들의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2011년 12월에는 배병우씨와 협업한 제품의 수익금 일부를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가 주도하는 ‘희망의 망고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그 후 매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는 쌤소나이트가 개발한 소재 커브(가볍고 튼튼한 플라스틱)로 만든 하드케이스 여행가방 ‘파이어 라이트’를 선보였다. 20인치 기내용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물결 모양의 세련된 디자인과 열정적인 컬러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아이템이 됐다. 올해는 새로운 여행가방 마쉬멜로를 선보였다. 가방 전면에 홈이 있어 가방을 눕히면 의자처럼 앉을 수 있다. 100㎏ 무게도 감당할 만큼 튼튼하다.

30대에 쌤소나이트 코리아 대표에서 40대에 아시아 총괄 대표가 된 서 대표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신중함이다. 어떤 판단도 심사숙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전정신이다. 예전에는 생각만 하던 일을 지금은 무조건하고 본다. 셋째, 넓은 시야다. 나무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숲 전체를 보려고 한다. 서 대표는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 전체를 본다”고 했다.

서 대표는 직원들에게 바람직한 인재상을 얘기할 때 항상 PEPSE를 강조한다. P는 열정(passion), E는 재미(enjoy), P는 자부심(pride), S는 빠른 일처리(speed), 마지막으로 E는 실행(execution)이다. 그가 일반 직원에서 경영인에 오르기까지 몸소 체득한 것이기에 더더욱 확신에 차 있다. 이렇게 리더로서 회사의 비전을 전달하며, 직원의 성취감과 행복까지 만족시키려는 서부석 대표. 그는 언제나 전 세계 시장을 머리 속에 그리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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