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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CKING - 독일의 고민 “맥주냐 셰일가스냐”

FRACKING - 독일의 고민 “맥주냐 셰일가스냐”

독일 맥주 업계는 연간 12억 유로 이상의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며 관련 사업으로 수십 만 명을 직접 고용한다.



베를린에 있는 주점 포에르스터스 파이너 비어의 개장 시간 직전, 사장 스벤 포에르스터가 펌프의 압력과 ‘황금액체(liquid gold)’가 저장된 냉장고의 온도 점검에 여념이 없다. 포에르스터는 공인 맥주 소믈리에다.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양조주의 보존 전문가다. 방대한 독일 양조업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평온하던 그의 마음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독일의 에너지 수요와 그에 따른 수압파쇄법(fracking)의 도입이다. 수압파쇄법은 높은 압력으로 물을 쏘아 암반을 깨뜨려서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방법이다. 이는 세계 최고급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업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수압파쇄법 얘기는 내게 하지도 말라.” 바이에른·프랑켄·뒤셀도르프산 부티크 맥주들로 가득 찬 냉장고 앞에서 그가 말했다. “맥주 제조라면 우리 독일인이 자랑하는 기술이지만 자연 자원에 의존해 제품을 만들어낸다. 호프, 맥아, 효모 그리고 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맥주도 오염된다. 맥주는 우리 삶의 일부이며 우리 국가의 얼이 담겨 있다.”

2021년까지는 대다수 형태의 수압파쇄 기술이 금지될 것이라고 바바라 헨드릭스 독일 환경장관이 최근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1300개 양조업체들은 앞으로 오랜 싸움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헨드릭스의 발표는 독일 양조업자연맹이 압력을 가한 뒤 나왔다. 벡스와 바르슈타이너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수제 맥주 양조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그들은 수압파쇄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압력을 가해 왔었다.

영국과 폴란드 같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셰일가스 개발에 긍정적인 듯하다. 이 같은 배경에서 독일도 수압파쇄에 관한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귄터 외팅거 독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을 포함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 기술을 이용해 국가적 수요 중 10분의 1을 확보하고 특히 러시아산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독일에는 “현재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100배나 늘릴 만큼” 충분한 양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여겨진다. 연방지질·천연자원 연구소 볼커 스타인바흐의 추산이다. 독일은 현재 유럽 본토에서 가장 많은 전력요금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압파쇄 기술은 잠재적으로 수십억 유로의 소득과 절약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언스트&영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맥주 업계도 연간 12억 유로 이상의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며 관련 사업으로 수십 만 명을 직접 고용한다.

맥주 업계는 수압파쇄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들을 우려해 규제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해 왔다.
에너지 업계는 독일의 땅 밑에 매장된 추정량 2조㎥ 이상의 천연가스를 파올리고 싶어한다. 독일 대륙의 80%에 깔려 있다. 그들이 열심히 로비 공작을 벌이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2013년엔 시추 사업에 성공할 경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럽 전역의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된다. 사용하는 가스 중 4분의 1 가량을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수압파쇄를 반대하는 양조업계 편이다. 독일 국민 중 3분의 2가 수압파쇄를 반대한다. 여론조사 기관 엠니드가 2013년 5월 실시한 조사 결과다.

독일 환경부는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 안전하다고 양조업체들에게 장담한다. 1516년에 제정된 독일맥주순수령(German Beer Purity Law)은 깨끗한 물, 맥아, 호프로만 맥주를 만들 수 있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향후 6년 동안 “과학적인 감독 아래 탐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지난 7월 4일 밝혔다. 수압파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식수원 지역에선 수압파쇄를 금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은 여름 휴가 기간 이후 각료회의를 열어 수압파쇄 지침을 수립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양조업계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제껏 연방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은 식수공급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담보하고 맥주순수령의 요건을 집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독일 양조업 연합의 한 대변인이 말했다.

이 전쟁은 이미 국경 너머로 불똥이 튀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독일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공업화된 지역이다. 한때 제철소, 자동차 공장, 탄광들이 전후 경제 기적을 이끌었다. 근로자들의 갈증을 달래는 맥주도 만들어냈다. 지금은 대다수 중공업이 사라졌지만 발포성의 필스너 맥주(필젠산), 불투명한 켈러비어 맥주, 뒤셀도르프의 훌륭한 알트비어 맥주, 그리고 쾰른의 유명한 톡 쏘는 맛의 쾰슈 맥주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수압파쇄 반대 운동가들은 말한다. 이웃 네덜란드의 시추 프로젝트가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네덜란드는 여러 해 동안 수압파쇄에 제동을 걸어 왔지만 2015년부터 족쇄를 풀고자 한다. “에너지 정책에 셰일가스를 포함시켜야 한다.” 1년 전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가 말했다. 그의 발언은 시범 시추와 수압파쇄로 인한 독일 용수원의 오염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강경 좌파인 좌파당(Die Linke party)의 후베르투스 즈데벨 의원은 범국가적인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수압파쇄는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만 수압파쇄 금지조치를 실시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네덜란드에도 적용돼야 한다. 양국에서 수압파쇄를 금지해야 한다.”

이제껏 단 한 번 시범 시추가 실시됐다. 2011년 니더작센 주 륀 근처의 한 부지에서 엑손모빌이 혈암을 굴착했다. 현지 양조업계를 포함한 사람들은 여전히 이것을 신호탄 삼아 시추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압파쇄가 우리 존재의 종말을 고하는 서곡이 될 수 있다.” 연간 80만ℓ 이상의 맥주를 생산하는 가족 양조장 경영자 프리데리케 보르셰르트가 말했다. 여름 이후 정부는 아직 수압파쇄 기술에 관한 의제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조업계와 그 지지자들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프로프간다 전쟁은 정가의 막후에서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포에르스터스 파이너 비어의 포에르스터는 소매유통업자로서 양조업계 로비에 동참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 칼 마르크스는 언젠가 공산주의 혁명이 영국 아니면 독일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두 나라가 가장 공업화된 국가였다. 레닌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독일에선 절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기차역을 습격하라고 지시할 경우 그들은 모두 입장권(platform ticket)을 먼저 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맥주에 그렇게 계속 피해를 주려 한다면 단언컨대 바리케이드 앞에서 우리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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