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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안데르센作 <인어공주>의 ‘한계효용체감’

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안데르센作 <인어공주>의 ‘한계효용체감’



여의도 공원에 인어공주가 들어선다면? 최근 서울시와 코펜하겐은 두 도시의 대표적 상징물을 본떠 만든 조형물을 교환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조형물은 ‘인어공주’다. 서울시는 이걸 한강변에 설치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인어공주 동생이라 이름 짓겠다”고 말했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내어놓아도 덴마크가 바꾸지 않을 사람이 안데르센이다. 안데르센이 1875년 70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국왕과 황태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조문객들이 그를 애도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160여편의 작품을 남긴 동화의 아버지다. 기발한 상상력, 독특한 표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전 세계 아이들과 어른들을 사로 잡았다.

안데르센이 꼽은 가장 감동적인 동화는 무엇일까? 바로 ‘인어공주’다. 1837년 발표된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실패한 짝사랑이 모티프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데르센은 이웃에 사는 한 살 어린 여성인 리보아를 사랑했다. 하지만 볼품없고 지독한 가난뱅이인 안데르센을 그녀는 좋아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랑의 시를 그녀에게 보냈으나 그녀는 딱 한 번 편지를 보낸다. 예의 담은 강한 거절의 편지였다. 그녀는 약혼자와 결혼했지만 안데르센은 그녀를 잊지 못했다. 그녀가 보낸 편지를 안데르센은 평생 간직했다. 목에 달고 다니던 작은 가죽주머니에는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때문에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분신으로 해석한다.

깊은 바다 속 왕궁에 여섯 인어공주가 산다. 이들 중 막내가 가장 예쁘다. 호기심도 가장 많다. 인어공주들은 15세 생일이 되는 날, 비로소 물 밖을 구경할 수 있다. 막내가 물 밖에서 처음 본 것은 파티를 열고 있는 배였다. 이날은 왕자의 생일, 축하잔치를 배위에서 벌이고 있던 게다. 왕자를 본 인어공주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버린다. 배는 곧 폭풍우에 휘말리고 왕자는 조난을 당한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뭍까지 데리고 오지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잊지 못했다. 인간이 되기를 갈망한다. 인어공주는 바다마녀를 찾아가 두 다리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바다마녀는 조건을 건다. 인어공주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달라는 것이다. 또 있다. 왕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왕자는 인어공주에게 첫사랑이다. 바다 밖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인어공주다. 단번에 상사병에 빠져 버린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분신첫사랑은 왜 강렬할까? 우리는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경제학자들에게 묻는다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한계효용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한계란 ‘추가적인’의 의미다. ‘같은 단위’를 기본 전제로 한다.

효용은 ‘만족감’이다. ‘체감’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같은 단위에서 늘어나는 만족감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 이때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이 줄어든다. 독일 경제학자인 허만 고센은 이를 정리해 ‘고센의 제1 법칙’이라 불렀다.

한계효용이 체감되는 것은 일상에서 흔하다. 배가 너무너무 고플 때 먹는 밥 한 공기는 정말 꿀맛이다. 그런데 밥을 한 공기 더 시키면 첫 공기만큼의 밥맛이 안 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을 다녀온 뒤 마시는 맥주 한잔은 목 끝이 짜릿할 정도다. 그런데 두 잔, 세 잔을 마시면 그때의 짜릿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첫 방문과 두 번째 방문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첫 번째 방문과 같은 설렘을 두 번째 방문까지 갖고 있긴 힘들다.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같지 않다. 첫째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면 부모는 엄청 신경을 쓰지만 둘째나 셋째가 갈 때면 상대적으로 덜 하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은 무엇보다 짜릿하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을 만나면 첫사랑만큼의 느낌은 오지 않는다. 첫사랑을 잘 잊지 못하지만 세 번째 사랑은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20대의 연애와 30대, 40대의 연애는 짜릿함의 강도가 다르다. ‘익숙함’이 한계효용을 떨어뜨린다.

첫사랑에 대해서 느끼는 짜릿함을 10이라고 하자. 두 번째 사람을 만나면 8. 세 번째 사람은 6, 네 번째 사람은 4…. 사랑에 대한 짜릿함(한계효용)은 이처럼 낮아진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가면 0이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가슴이 뛰지 않을 때다. 이때는 미팅이나 선도 시큰둥해진다.

마이너스 한계효용도 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짜증이 날 때다. 남자는커녕, 한 번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던 막내 인어공주에게 왕자는 너무나 멋진 존재다. 한계효용이 10인 상태다. 어쩌면 왕자 아닌 귀족이나 평민이었더라도 막내 인어공주가 느끼는 감정은 같았을 수도 있다.

연인 간의 관계에서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적용된다. 처음 그를 만날 때 그는 너무 멋있다. 두 번째도 그랬다. 하지만 세 번째, 네 번째 만나면 점점 설렘이 잦아든다. 오래된 연인이 되어갈수록 한계효용은 더 떨어진다. 그러다 만나도 아무 느낌이 없어진다. 한계효용이 0이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계속 만난다. 각 한계효용의 합인 총효용 때문이다.

처음 만날 때 10, 두 번째 만날 때 8, 이어 6, 4, 2 로 낮아지는 동안 느꼈던 효용을 모두 모은 것인 총효용이다. 총효용이 플러스라면 한계효용이 0이 되더라도 만난다. 여기서 총효용은 ‘정’이다. ‘그 놈의 정’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한계효용이 마이너스가 되기 시작한다. 서로 싸우기 시작하고, 만나면 짜증이 더 많아진다. 한계효용이 -2, -4, -6 등으로 점점 커진다. 서서히 총효용이 줄어든다. 그러다 총효용이 0가 되는 시점이면 ‘정도 없다’는 지점에 이른다. 두 사람은 이제 이별을 고민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행동의 변화가 이뤄진다고 얘기한다. 즉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는 한계효용이 ‘옛 연인’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연인들은 헤어져야 할까. 아니다. 두 사람의 행동을 바꿔서 한계효용을 높일 수 있다. 여행을 떠나든지, 같은 취미를 갖든지 해서 서로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효용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이 느끼는 효용의 차이가 다르다는 점 증명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각 개인이 느끼는 효용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때문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고소득자 증세 이론으로도 적용된다. 연봉 1억원과 연봉 100만원인 사람들에게 각각 10만원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연봉 1억원 사람에게 10만원은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하지만 100만원인 사람은 다르다.

때문에 고소득층에게 10만원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10만원을 준다면 부자들은 작은 불만을 갖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큰 만족을 얻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용(만족감)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자들의 생각과 닿아있다.

사람이 된 인어공주를 왕자는 사랑했다. 심지어 “내가 짝을 선택한다면 바로 너”라는 말까지 한다. 그런데도 결국은 이웃나라 공주를 택했다. 왜일까. 왕자는 인어공주를 이미 몇 달 간 만났다. 하지만 이웃나라 공주는 방금 만났다. 혹시 왕자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인어공주에 대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왕자만 알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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