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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피플[61]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 - 빅데이터·클라우드로 경영혁신 주도

글로벌 파워피플[61]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 - 빅데이터·클라우드로 경영혁신 주도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



버지니아 로메티(57)는 세계 최대 컴퓨터 서비스 업체인 IBM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도 평가 받는다. 창업 100년이 넘은 IBM의 최고위 경영자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이기 때문이다. 로메티는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골프클럽의 하나인 오거스타 골프클럽의 첫 여성 회원이 됐다. 오거스타는 설립 이후부터 여성 회원을 두지 않는 전통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후원사인 IBM의 CEO로 그가 뽑히면서 이런 관행을 깰 수밖에 없었다.

경영인으로서 로메티에 대한 명예는 끝이 없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하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50명의 여성’에 2005년부터 계속 뽑혀왔다. 2012년부터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을 주도하는 50명의 경영인’에도 2011년부터 선정돼왔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100명의 여성’에선 2014년 10위에 올랐다. 2012년에는 타임지 선정 ‘세계100대 유명인사’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9월에는 블룸버그 마케팅 잡지가 선전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인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오거스타 골프클럽 첫 여성 회원로메티는 수석 부회장 겸 영업·마케팅·전략 담당 그룹 최고 책임자를 맡다가 2012년 1월 회장 겸 CEO에 올랐다. 그는 회사를 옮기면서 몸값을 높이는 게 일반적인 미국에서 독특한 인물이다. 31년 간 IBM에서 근무해 왔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IBM에 오래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로메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그는 이 거대한 기업의 역사적인 전환을 주도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2002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의 컨설팅 부문을 인수해 IBM이 새로운 비즈니스 서비스업을 시작하는 작업에서 핵심적인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전임 회장 겸 CEO 샘 팔미사노와 함께 IBM의 5개년 발전계획을 만드는 작업도 주도했다. 로메티 자신이 CEO를 맡으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주도하면서 IBM의 혁신과 고속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작업의 키워드는 빅데이터·클라우드·모바일·소셜 비즈니스 등 4가지 첨단 정보기술(IT)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IBM 인터커넥트 2013’ 기조연설에서 “이 네 가지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을 독려했다.

그는 기업 경영과 IT 전략을 조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기업 경영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CEO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해온 기존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천연자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정형화하지 못한 80%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느냐에 기업 경영의 미래가 달렸다”라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는 경영에서는 물론 드라마 제작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BBC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과 마케팅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BBC는 3700만 가입자의 행동분석을 기반으로 이런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상당함을 확인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감독으로 데이비드 핀처를 선임하고 케빈 스페이시 등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도 가입자의 선호도를 참조했다.

제작자의 선호도나 친분에 따라 감독을 정하고 감독과의 관계에 따라 배역을 정하는 주먹구구식의 방식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고객들이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시 보기’를 통해 주말에 이 드라마를 몰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짧은 분량의 여러 회를 동시에 편성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리콜이나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미리 막는 데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BMW는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급 분석 기법을 적용해 실린더 헤더의 불량률을 16주 간 50%나 줄였다.

금융에서도 사기 청구, 부정거래 방지 등 위기관리뿐 아니라 인지 컴퓨팅을 활용한 복잡한 금융자산 관리까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후 대응의 시대’ 대신 ‘사전 예측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사례도 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 통사’에서 ‘제작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로메티는 빅데이터를 비롯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일상이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할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클라우드도 주목한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언제든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는 별도 저장기기 없이도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네트워크·콘텐트 등 IT 관련 서비스를 언제어디서나 이용하면서 대부분의 일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로메티는 이에 더해 “클라우드는 정보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산업 간 융합을 상징하는 IT 통합관리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한다. 모바일·소셜 비즈니스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주목하는 로메티는 이를 클라우드와 연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메티는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천연자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정형화하지 못한 80%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느냐에 기업 경영의 미래가 달렸다”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데이터·미디어 활용 시대의 선봉장로메티는 디지털 채널 등을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 빅데이터·클라우드를 최대한 활용하면 기업이 소비자에게 맞춤형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는 고객을 지역·수입·연령 등으로 분류해 경영에 참고했지만 앞으로는 고객 개개인의 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1대1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치를 내서 평균적인 고객만 만족할 수 있는 제한된 서비스 제공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평균과 가장 떨어진 고객조차도 만족하는 혁신적인 마케팅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사실 IBM이 전 세계 주요 기업 4183명의 CEO·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단순히 고객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만 활용하던 기업들이 이젠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핵심 마케팅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을 주요 소통수단으로 사용한다’라는 응답은 지난해엔 16%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과반수(51%)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바야흐로 디지털 데이터와 미디어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를 로메티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조사에선 응답자의 43%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짤 때 고객을 직간접적으로 참여시키고 있고 90%는 고객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응답했다. 로메티는 이런 고객과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이런 고객과의 관계가 기업의 생산라인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미래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CEO는 고객을 더욱 적극적으로 대하고 기업 활동에서 고객 참여를 활성화시키며 고객과 신뢰 관계를 이루는 것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IBM은 보통 기업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이자 기업혁신 부문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미국 최대의 기술 기반 겸 컨설팅 기업이기도 하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컴퓨터 본체부터 나노기술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분야 전반에 걸쳐 인프라에서 활용, 컨설팅까지 일관 경영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기도 하다.

IBM은 그야말로 미국의 국민기업이다. 제품과 포장, 그리고 로고에서 푸른색을 쓴다고 해서 미 주식시장에선 ‘빅블루(Big Blue)’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1911년 ‘컴퓨팅 머신’과 ‘태뷸레이팅 머신’, ‘인터내셔널 타임 레코딩’의 세 업체를 합쳐 ‘컴퓨팅 태뷸레이팅 레코딩(CTR)’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1924년부터 이름을 지금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BM)’으로 바꿨다.

IBM은 2013년 997억5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순이익이 164억8300만 달러에 이른다. 시가 총액은 2300억 달러나 된다. 포춘에 따르면 IBM은 직원이 43만명으로 미국 기업 중 2위,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4위에 각각 올랐다. 기업 수익에선 9위, 매출은 19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중 매출 31위에 올랐다. 포춘 선정 ‘기업 경영진의 자질’부문 1위, 뉴스위크 선정 ‘그린 기업’ 순위 2위, 인터브랜드 선정 ‘최고 글로벌 브랜드’ 부문 1위, 배런스 선정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 포춘 선정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 1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혁신적인 기업’ 18위에 각각 올랐다.

IBM은 창조적 기업의 상징이다. 실제로 인류문명을 바꾼 수많은 기술창작물을 내놨다. 현금자동입출기(ATM)와 컴퓨터에 쓰는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신용카드에 사용하는 자기스트라이프카드, 바코드 등에 쓰이는 범용 상품 부호(UPC) 등 끝이 없을 정도다.

IBM의 주요 상품은 창의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IBM 답게 전 세계에 12곳의 연구소를 두고 인재와 아이디어를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특허와 기술개발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BM은 2013년까지 20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특허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다. 이 회사에 근무하며 노벨상을 받은 사람만 5명이다.



PwC의 컨설팅 부문 인수작업 주도로메티는 1979년 노스웨스턴대의 매코믹 공학 및 응용과학 스쿨에서 컴퓨터 과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우등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수재 모임인 카파카파감마에서 활동했고 회장을 지냈다. 대학 졸업 뒤 그가 택한 직장은 컴퓨터 업체가 아니었다. GM연구소가 그의 첫 직장이었다. 1981년 IBM으로 옮긴 그는 디트로이트 사무소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IT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최고경영진으로 가는 계단을 천천히 밟아왔다. 1991년 IBM의 컨설팅 그룹으로 이동한 그에게 최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02년 PwC 인수였다.

그는 PwC의 컨설팅 부문을 35억 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인수합병을 통해 IBM의 몸집을 키우는 일을 주도한 것이다. 이어 2009년 수석 부회장 겸 그룹의 영업·마케팅·전략 최고 책임자를 맡았다. IBM이 영업을 하는 170개 글로벌 시장의 책임을 맡은 것이다. 2011년 10월 25일 IBM은 샘 팔미사노 회장이 CEO에서 물러나고 2012년 1월 1일부터 로메티가 CEO 자리를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팔미사노는 이 인사와 관련해 “지니(로메티의 애칭)는 충분한 자격이 있어 이 자리를 맡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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