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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일본처럼 되지 않는 길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되지 않는 길



“한국도 이러다 일본처럼 되는 것 아닌가?”

요즘 부쩍 많이 들리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성장과 저금리, 통화가치의 상승, 고령화와 저출산, 내수 소비의 위축,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제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기업 혁신능력의 퇴조 등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구 및 산업 구조에 비추어 한국은 일본과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똑같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진단이 그럴 듯하게 제시된다. 일본 경제는 1990년 버블 붕괴를 거쳐 20년 전인 1994년께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다가 어느덧 ‘잃어버린 20년’이 됐다.

요즘 우리 국민이 일본식 경로에 부쩍 민감해진 것은 바로 금리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내리면서 은행 1년만기 예금금리가 2.0%까지 떨어졌다. 세금을 떼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질금리 제로금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와 이미 은퇴한 금리 생활자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봐야 월 이자가 20만원이다.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예금금리로 충당하려면 무려 10억원을 은행에 넣어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예금금리가 연 5%였고, 1990년대 말에는 연 10%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본식 장기 불황과 저금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우리 국민도 드디어 체감하기 시작한 셈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일본처럼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전방위 경제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정을 풀고 부동산대출 규제를 완화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넣으면서 내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여기에 호응해 돈 풀기에 적극 나섰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을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싸움은 지금부터다. 재정과 금융을 통해 돈만 잔뜩 풀어놓고 구조개혁에 실패해 결국 경제가 치유불능의 골병에 든 게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경제주체들은 무기력증을 넘어 ‘뭘 해도 안된다’는 체념에 빠져버렸다. 아베노믹스의 융단 폭격에도 이런 고질병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구조개혁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켜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수출 제조업과 더불어 의료·관광·교육·금융·문화 등 내수 신산업을 서둘러 키워야 한다. 농업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그러러면 알량한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때론 각개격파하는 게 필요하다. 일본은 그걸 하지 못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만 반복하다 재정이 파탄났다.

둘째, 경제가 힘들수록 더 당차게 개방으로 나가야 한다. 외국의 자본과 인재를 과감히 영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계속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국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향적 자세도 요구된다.

일본 경제의 침몰은 고집스런 폐쇄성에도 기인했다.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남북한 경제 교류·협력도 확대해야 한다. 통일대박까진 이니더라도 실질적인 남북한 교류의 물꼬가 터지면 한국경제 성장률은 4~5%로 높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전초기지로 한국에 둥지를 트는 외국 기업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셋째, 기업들도 더욱 분발해야 한다. 글로벌시장을 향한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금을 쌓아놓고 혁신보다는 개선에 치중하다 경쟁에서 밀린 게 일본 기업들이다. 정규직 보호에 치중하는 노동시장도 바로잡아야 한다. 노조를 경제살리기에 동참시키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반드시 성사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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