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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s 200 Best Under A Billion | 아큐브 비켜! 이 몸이 나가신다

Asia’s 200 Best Under A Billion | 아큐브 비켜! 이 몸이 나가신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아큐브·바슈롬 등 글로벌 기업들의 독과점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1위 기업 인터로조가 이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터로조는 포브스 ‘아시아 200대 유망기업’에 국내 11개 업체와 함께 선정됐다.
인터로조 노시철 대표는 국산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섰다. 그의 비밀병기는 ‘신뢰’다.



2001년에 열린 세계 최대 안경전시회 ‘미도쇼(MIDO Show)’에서 인터로조는 부스 하나 없었다.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는 한 안경기기 제조업체에 가서 “부스 한 켠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청했다. 곁다리로 겨우 얻은 공간에서 노 대표는 자사 제품의 영업을 시작했다.

전시회에 들고 온 그의 가방 안에는 자체 개발한 콘택트렌즈가 들어 있었다.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된 고선명 렌즈(High Definition Lens)였다. 노 대표는 렌즈를 클라이언트들에게 소개했다. 처음보는 한국 업체에 의구심을 갖던 클라이언트들은 샘플을 써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노 대표가 전 세계 박람회를 직접 누비고 다니면서 인터로조는 점차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무명 브랜드라 영업하기가 녹록치 않았다. 또 함께 일했던 핵심 기술자를 비롯해 직원들이 비전이 없다며 회사를 하나 둘 떠났다. 노 대표는 반드시 회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직접 영업을 뛰기로 결심했다. “직원들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어요.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냥 ‘잘할 수 있다’ 그 말만으로는 부족했어요. 회사 대표인 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줘야 했습니다.”

지난 8월 8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노 대표의 인상은 깔끔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여러 개일 때는 “첫째는, 둘째는” 하며 듣기 편하게 정리해 설명했다. 인터로조를 창업하기 전에 대우실업(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외영업을 오래 했던 터라 매너가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영업하고, 결혼 전날에도 야근할 만큼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영업맨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이제 인터로조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택트렌즈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매출 40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달성했다. 2000년 창업 당시 올린 매출 4억원에 비해 100배 이상 커진 수치다. 수출 비중도 80%에 달한다. 2004년 100만 달러(약 10억원) 수출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해 2010년에는 1000만 달러 수출탑을 달성했다. 올해는 포브스아시아가 주관하는 ‘아시아 200대 유망기업(Asia’s 200 Best Under A Billion)’에 선정됐다.

노 대표가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무역이었다. 대우실업에서 7년 간 회사 생활을 한 노 대표는 자기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987년 무역회사인 두류실업을 세웠다. 주력품목은 그가 대우실업에서 일할 때 주로 다뤘던 부엌용품이었다. 사업 수완이 좋아 첫해는 900만 달러의 교역을 성공시켰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3000만 달러가 넘는 무역액을 달성하는 등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무역회사를 잘 꾸려나갔지만 노 대표가 또다른 회사 인터로조를 창업한 계기는 ‘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역회사를 하다보니 수익 내는 것 외에는 크게 보람이 없었습니다. 다른 회사 제품을 파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할까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100% 품질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정도(正道) 경영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제조업 중에서도 콘택트렌즈를 택한 것은 우연이었다. 콘택트렌즈 기술을 가진 핵심기술진 3명을 학교 후배로부터 소개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기술자들은 콘택트렌즈 회사에는 드문 ‘캐스트몰딩’ 기술을 갖고 있었다. 상이 깔끔하게 맺힐 수 있도록 고품질의 렌즈를 제조하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던 노 대표는 곧장 콘택트렌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함께했던 기술자들에게도 각각 10% 이상 회사 지분을 나눠줬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서는 ‘인터로조’라는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주문자제조방식(OEM)으로 콘택트렌즈를 제작했다. 독일 등 유럽시장에서 주로 제품을 알렸다. 고품질 제품을 접한 클라이언트들의 반응이 좋았다. 인터로조는 현재 생산량의 8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전 세계 48개국에 있는 거래처만 해도 120개가 넘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인터로조에 특효약이 됐다. “첫째는 시장이 넓어 매출 증대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선진국 시장에서 뛰어난 제품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 기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앞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 비전을 어떻게 세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부지런히 다니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인터로조를 찾는 업체가 많아졌다. 2003년부터 거래를 시작한 독일의 콘택트렌즈 기업 콘타옵틱은 10년 넘게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계약 초기에는 소규모였던 콘타옵틱은 독일 콘택트렌즈 시장의 주요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인터로조는 콘타옵틱으로부터 ‘최고의 파트너 인증서’를 받았다. 노 대표는 “고객의 신뢰와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인증서여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터로조를 창업할 당시 국내 콘택트렌즈업체는 10여 개 정도였고 수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노 대표가 글로벌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이다. 그는 “한국 콘택트렌즈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뿌듯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콘텍트렌즈업체는 40여 개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신뢰 얻으려면 능력을 갖춰라인터로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자체 브랜드 ‘클라렌’을 내세워 공략하고 있다. 일회용 렌즈, 컬러렌즈 등이 주요 제품이다. 노 대표는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류 등 영향에 힘입어 B2C(기업 대 소비자) 마케팅이 유효할 것으로 여겨 시장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선 최근 클라렌 전속 모델인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에 힘입어 지난 2분기 매출은 1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현재 인터로조의 국내 콘택트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경영철학에 대해 노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신뢰’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진실하고 정직한 것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고객·종업원·투자자 등과의 신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능력 없는 상황에서 ‘난 착한 사람’이라고 외쳐봐도 신뢰를 쌓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욕구를 채워주는 성과를 내야 믿음이 생기는 것이죠.”

신뢰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 대표는 늘 솔선수범한다. 영업 초기에는 렌즈 관련 강의를 듣고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기술자들에게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직원이 400명으로 늘어난 요즘도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해외영업을 다닌다.

“회사에 대한 악소문이 일본 시장에 퍼졌던 적이 있습니다. 인터로조가 부도 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경쟁사에서 퍼트린 거죠. 그 길로 일본으로 건너가 회사 창립기념일때 찍었던 행사 사진들을 보여줬습니다. 곧 부도날 회사가 이런 행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겁니다.” 노 대표의 빠른 대처로 악소문은 잠잠해졌다. 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노 대표에게 신뢰를 보냈다.

2010년 노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5위 콘택트렌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당시 인터로조의 연매출이었던 100억원은 4년이 지난 지금, 한 분기에 올리는 매출보다 적은 액수가 됐다. “매일 회의 전 회사의 목표를 이야기하고 시작합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매일 생각해야 목표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실제 성과로 보여주는 신뢰경영을 이어가는 한 노 대표의 꿈은 이뤄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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