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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언제까지? - 기준금리 당분간 2% 초반 머물 듯

초저금리 시대 언제까지? - 기준금리 당분간 2% 초반 머물 듯


정부와 한국은행이 쌍끌이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앞으로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느냐를 기준금리 향방의 잣대로 본다. 성공과 실패를 둘러싼 여러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저금리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14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낮췄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의 조정이다. 금통 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금융회사에서 잠든 돈이 실물로 이어지기를 희망해서였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마자 오히려 뭉칫돈이 은행 예금으로 몰렸고, 고금리 특판 상품의 경우 ‘완판’ 행렬이 이어졌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투자·소비의 기회로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기 악화의 시그널로 해석했다. 한은으로서는 통화정책을 쓰기 고약한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통화정책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분간 정부의 부양책 효과가 시장 금리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41조원+α(알파)’의 재정 지원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의 효과에 따라 금융시장의 판세가 바뀔것이란 관측이다. 서대일 대우증권 거시경제분석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경직적인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으며, 고용률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며 “시장 금리의 변화는 현재의 정책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 효과 따라 금리 움직일 듯일단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양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로서는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으로 추가적인 정책 여력이 없고, 한은도 기준금리를 추석 직전 내렸다는 점에서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기준금리 조정시점은 일러도 오는 2015년 2월 이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허인 전남대 교수는 “민간 수요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나온 금리였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나타나면 바로 정상화(인상)시킬것”이라면서도 “집값 등 내수 문제가 바로 해결되기 어렵고, 금융과 실물에서 약세 압력이 계속 상존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도 저금리 기조를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떨어지는데 실업률은 되레 오르는 등 구조적인 한계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용 축소→가계 소득·소비 감소→기업 생산·매출 감소→고용 축소’ 의 내수 부진 공식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는 2017년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반면에 실질 실업률은 상승 추세다. 최근의 부양책이 반짝 성장을 이끌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인 저성장 기조를 뒤엎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힘이 실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금통위에서 “앞으로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 축소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더딜 것임을 시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치명적이다. 수출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해외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 내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하한선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은은 기준금리에 목표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가안정목표(2.5∼3.5%)와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 2.0%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2009년 초에도 2.0% 선을 지켰던 한은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라,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키우기 위한 충격 요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는 경제 여건에 수렴하게 마련인데,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는 불가피하며 정상 수준의 금리도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 말께 물가안정 목표도 수정 논의가 이뤄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마다 엇갈린 금리정책실제로 저금리 고착화를 예상한 시중 자금의 장기 부동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예금 기간별 비중을 살펴보면, 1년 미만 예금의 비중은 2010년 중순 30%를 고점으로 빠르게 떨어지며 현재 24% 선까지 내려왔다. 이와 달리 1년 이상의 예금은 70%에서 75% 대로 빠르게 늘었다. 특히 2년 이상의 장기 예금은 4%에서 6%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향후 경제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시그널이 나타난다.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2011년 3%대 중반에 달했으나, 돈이 꾸준히 몰리며 현재 3%로 떨어진 실정이다. 이와 달리 국고채 3년물은 2%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며, 10년물과 3년물 간에 스프레드는 0.5%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됐다. 환매조건부채권(RP)·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물과의 금리차는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과는 무관하게 시장은 자기 갈길을 가고, 이제 당국이 시장 움직임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편 주요국 간에 디커플링이 가속화하면서 각국 금리정책도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호주 등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은 경기 후퇴를 우려해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은행권에 2500억 유로를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요국 금리 정책이 한은의 정책 방향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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