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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세 완연하지만 소비심리는 여전히…

회복세 완연하지만 소비심리는 여전히…

9월 4일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점인 1만7161을 기록했다.



자료: 뉴욕증권거래소
9월 3일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화제는 단연 베이지북 이었다. 매년 8번 발행하는 베이지북은 미국 주요 기업인과 경제학자들의 의견과 경제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발표한다. 이번 베이지북은 올해 7~8월 미국 소비 지출, 자동차 판매, 관광 분야를 다뤘다. 연준은 미국 전역에서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연준 관할 12개 지역 중에서 뉴욕·클리블랜드·시카고·미니애폴리스·댈러스·샌프란시스코 등 6곳의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 다른 6곳에서 경기는 상승세지만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베이지북의 경기 진단에 미국 경제계가 관심을 보이는 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기초 자료로 베이지북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단계적인 금리 인상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온다. 소비와투자·생산 등 각 부문별 경제지표들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9월 2일 발표한 제조업지수는 59.0으로 201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상승을 의미한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도 8월에 발표한 잠정치(연율기준 4.0%)보다 높은 4.2%를 기록했다.


美 수출 4년 연속 신기록 갱신 중늘어난 기업 투자도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한다. 2분기 미국 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년 만에 최고 수치인 8.4%를 기록했다. 소비지출 증가율도 2.5%로 지난 1분기의 1.2%보다 대폭 늘었다.

여기에 2013년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2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새로운 일자리 1130만개가 창출됐다.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은 “수출이 4년 연속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11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은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9월 4일 사상 최고점인 1만7161선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8월25일 사상 처음으로 2000선 고지를 돌파했다. 올해 미국 회사채 발행액도 1조 달러(약 103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프로젝트 투자나 인수합병(M&A)를 위해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이다. 올해 미국에서 단행된 M&A 규모는 1조1000억 달러가 넘었다. 자본지출 확대를 위해 쓸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된 회사채도 지난해보다 90%나 급증했다. 기존 부채 상환을 위한 차환 발행이나 주주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한 발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업은 투자를, 국민은 소비를 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애초 예상한 1.7%를 뛰어넘어 2%대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확실한 회복단계에 들어섰다고 속단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향후 수개월 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동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것이다.

자료: 미국 경제분석국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7월 미국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1% 줄었다.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실질 임금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도 있다. 늘어난 일자리 역시 질 좋은 일자리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리전스파이낸스의 리처드 무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 감소가 언제쯤 급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직 이야기하기 이르다”며 “불과 수개월 뒤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장애요인은 국제 경제의 흐름이다. 유럽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미국은 내수시장의 회복을 등에 업고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이 언젠가는 미국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경제 회복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세계의 이목은 9월 16일 열리는 FOMC에 쏠린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지출과 기업투자가 반등하는 등 미국의 경제지표가 상승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지난해 12월 이후 8월까지 5회연속 이뤄졌다. 지난 7월 FOMC는 자산매입 규모를 35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줄였다.


아직 실질 임금은 제자리FOMC에서 논의될 또 하나의 이슈는 금리 인상이다. 인상 시기를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미 외환시장에선 신흥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9월 10일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19리라를 기록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최저점으로 내려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달러당 10.93랜드로 7개월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 원화는 9월 들어 2% 떨어져 원고 장기화 우려가 누그러졌다.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을 점치는 이들이 다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불황이 미국 경제에도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계속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스티븐 리치토 미즈오증권 뉴욕지점 수석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유럽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전망”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강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기에 금리 인상을 속단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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